“기후위기 해결 향해 항해할 지도를 만드는거죠”…기후 문제 해결에 진심인 '연구산악대' 대원들읽음

강한들 기자
기후위기에 진심인 연구자들이 모인 ‘연구산악대’ 대원 신현우(왼쪽), 김다영씨가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 근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기후위기에 진심인 연구자들이 모인 ‘연구산악대’ 대원 신현우(왼쪽), 김다영씨가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 근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지난 3월30일, 63명의 사람들이 영상회의 프로그램 줌으로 모였다. ‘연구산악대’가 엄선한 기후위기 관련 5편의 논문을 소개하는 ‘디브리핑 컨퍼런스’ 날이었다. 기관 투자자의 탈탄소화 투자의 영향력은 어땠는지를 연구한 논문, 에너지 효율이 낮은 건축물을 인공지능이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에 관한 논문까지 다양한 주제가 나왔다. 많은 질문이 실시간으로 오가면서 오후 7시30분 시작해 오후11시에 끝날 예정이었던 모임은 자정쯤에야 끝났다.

행정학, 국제통상학, 미술이론…제각기 전공이 다른 연구자들이 ‘연구산악대’로 모였다. 이들은 매주 논문 1편씩을 읽고, 정리한다. 주제는 기후위기와 관련한 어떤 것이라도 괜찮다. 71명이 10주간 모은 논문은 245편이다. 연구산악대는 이 과정을 “‘기후위기 해결’이라는 산을 함께 오른다”고 칭한다. 읽은 논문은 기후위기를 저감 적응, 도시 건축, 에너지, 시장, 생태계, 교육, 국제관계 등 카테고리로 나뉘어 아카이브에 저장된다. 연구자들은 이를 ‘정상을 향해 나아갈 지도’라고 부른다. 기후위기 문제 해결에 ‘진심’인 연구산악대 대원이자 행정학 박사를 수료한 연구자 김다영씨(32), 학원 강사로 일하다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이 커져 대학원 진학을 준비중인 신현우씨(29)를 지난달 서울 마포구 노 플라스틱 카페 ‘얼스어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연구산악대를 어떻게 알게 됐나요

김=“인스타그램에서 알게 됐어요. 제가 사는 곳은 세종 조치원이에요. 시골이었다가 10년 사이에 급격한 도시화가 됐죠. 2020년 여름, 낮잠을 자려는데 더워서 잠을 못 자겠는 거예요. 집에 에어컨이 없어도 더워서 낮잠을 못 잔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문득 주변이 이상하게 보였어요. 근처 과수원에서 2월인데 꽃이 피고, 어렸을 때는 산이 밤나무로 덮여 있었는데 다 없어졌네 하는 생각도 들어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때 대형 크레인이 움직이는 걸 보면 하늘과 산을 크레인이 베는 느낌이었어요. 이렇게 이상한데 그동안 이상하다는 걸 몰랐던 것도 이상했어요.”

신=“유튜브 채널 시리얼과 KBS 다큐멘터리 ‘붉은 지구’를 보고 기후변화가 위기가 됐다는 걸 체감했어요.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가 이미 일어나고 있고 한 개인, 국가만의 대응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그런데 나는 아는 게 아무것도 없고, 학원 선생님 일을 하고 있었어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빅웨이브’라는 단체에 들어갔어요. 거기서 연구산악대를 알게 됐어요.”

-연구산악대 활동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김=“대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기후위기와 관련한 논문을 한 편 찾아요. 저는 행정학을 공부하면서 주로 국가에 대해 공부하고 있었으니, 정부와 기업의 기후·환경 정책을 비교해보고 싶었어요. 논문 요약을 하고, 추천을 하는 이유를 써서 월요일 오전 7시까지 올려요. 대원들이 올린 논문 중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논문을 3편 정도 뽑아요.”

신=“북클럽을 하기도 하고, ‘비긴 비건’이라는 채식 프로젝트를 소개한 적도 있어요. 연구 모임으로 사람들이 모여있지만, 캠페인을 권유할 수 있는 장이 있는 거죠.”

기후위기에 진심인 연구자들이 모인 ‘연구산악대’ 대원 김다영씨(32,왼쪽), 신현우씨(29)가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노플라스틱’ 카페 얼스어스 앞에서 책을 들고 있다. ‘디그로쓰’(왼쪽)는 연구산악대 디브리핑 컨퍼런스의 연사였던 홍덕화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가 추천했던 책이고, 기후카지노는 두 사람이 연구산악대 내에서 독서모임을 할 때 같이 읽었던 책이다. 강한들 기자

기후위기에 진심인 연구자들이 모인 ‘연구산악대’ 대원 김다영씨(32,왼쪽), 신현우씨(29)가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노플라스틱’ 카페 얼스어스 앞에서 책을 들고 있다. ‘디그로쓰’(왼쪽)는 연구산악대 디브리핑 컨퍼런스의 연사였던 홍덕화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가 추천했던 책이고, 기후카지노는 두 사람이 연구산악대 내에서 독서모임을 할 때 같이 읽었던 책이다. 강한들 기자

-기후위기 ‘연구’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신=“연구 활동은 실질적인 도움이라기보다는 지식을 쌓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고 기후위기 논문을 읽으며 생기는 인간관계와 쌓이는 지식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사회가 변화하기 위해선 연구를 기반으로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연구산악대에서의 지식쌓기가 그 예비 스텝을 쉽게 밟아 나갈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 같아요.”

김=“기후위기 문제가 지금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지만, 우선순위를 더 높일 수 있도록 연구자가 기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기후위기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활동가들을 보고 어떤 사람들은 ‘저 사람들의 불만이야, 투정이야’ 정도로 생각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연구는 ‘불만이나 투정이 아니라 사회문제야’라고 할 수 있는 단단한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연구산악대의 모임은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김다영씨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고, 신현우씨는 카메라를 켜고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연구산악대 제공

연구산악대의 모임은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김다영씨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고, 신현우씨는 카메라를 켜고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연구산악대 제공

-전공자 중심의 ‘학회’가 아닌 기후위기라는 큰 주제를 연구하는 모임이 다른 부분은 있나요

김=“전공을 기반으로 모인 사람들은 연구를 할 때 ‘그래서 왜 내 분야에서 이 연구를 해야 해?’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꼭 필요해요. 그렇게 되면 이 문제 자체가 아니라 ‘내 분야’에서 필요하게끔 문제의 색이 변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 모임은 달라요. 기후위기라는 주제에만 집중하니까, 작은 동네만 보다가 커다란 지도를 마주한 느낌이었어요”

신=“넓은 주제의 논문을 보면서 관심사를 좁혀나가는 데도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난민 건축과 기후위기에 관한 논문은 처음 듣는 주제였어요. 생각해보니 기후위기의 영향은 불평등했어요. 배출자보다는 난민과 같은 피 배출자에게 오염의 피해가 가는 재해인 거죠. 난민을 보호할 건물이 필요하다는 위기의식이 생기게 됐어요. 그렇게 관심을 넓혀가다가, ‘빅웨이브’에서 2040 기후 중립 시나리오를 만드는 작업을 할 때를 다시 생각해보니, 에너지와 산업계가 바뀔 필요가 있다고 느꼈어요. 대기업 말고 중소기업, 협동조합이 재생에너지를 만들며 재생에너지 시장이 확산돼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 뒤로는 재생에너지 시장에 관한 논문을 읽으며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71명의 대원들이 모은 논문은 어떻게 사용되나요?

신=“아카이브에 논문들이 키워드별로 모아져 있어요. 다음 기수의 대원들이 이 아카이브를 보면 찾고 싶은 논문을 키워드로 찾아서 볼 수 있게끔 돼 있는 거죠.”

김=“궁극적으로는 기후위기와 관련한 논문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주제별로 볼 수 있게 하는 거예요. 연구산악대가 ‘기후위기라는 산을 오르지 못하는 이유는 산이 어렵기 때문이 아니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올라가야 할지를 알려 줄 지도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함께 논문을 발굴하고 공유하면서 기후위기 문제 해결이라는 정상을 향해 나아갈 지도를 만들어가보면 어떨까’라고 제안하는 것과 같이, 기후위기 극복이라는 신대륙을 향해 항해할 지도를 만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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