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안내리는 한반도…이젠 ‘산불조심기간’ 지나도 대형산불 터진다

김한솔·강한들 기자
2일 오전 0시쯤 경남 밀양의 산불 진화 현장. 소방청 제공

2일 오전 0시쯤 경남 밀양의 산불 진화 현장. 소방청 제공

평년의 6% 수준 밖에 비가 내리지 않는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산불조심기간’이 끝났는데도 불구하고 대형 산불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2일 산림청을 통해 확인한 결과 지난달 28~29일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봄철 산불조심기간(2월1일~5월15일)이 끝난 뒤 처음 발생한 대형 산불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산불의 기준은 피해면적 100ha(헥타아르) 이상으로, 울진 산불의 피해면적은 145ha다. 울진 산불이 진화된 직후인 지난달 31일에는 경남 밀양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이날 현재(오후 3시 기준)까지 진화 작업 중이다. 밀양 산불의 피해영향구역은 692ha(2일 오후 1시30분 기준)다. 울진과 밀양 산불 모두 산불대응 3단계가 발령됐다.

산불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6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봄철 산불조심기간 이후에는 대형 산불이 발생한 사례가 없었다. 산불조심기간은 5월 중순까지지만 대부분의 산불은 5월 초까지 발생하다 잦아들었다. 최근 10년 간 5월에 발생해 100ha 이상의 피해면적을 낸 대형 산불은 2017년 5월6일 강원도 삼척 산불(피해면적 765.12ha), 강릉 산불(252ha), 2020년 5월1일 강원도 고성 산불(123.2ha) 등 3개 밖에 없었다. 같은 기간 산불 발생 월별 통계에서도 산불은 3월 123.6건(26%), 4월 105.5건(22%)씩 발생하다 5월부터는 48.8건(10%), 6월 35.7건(7%) 등으로 잦아드는 흐름을 보인다.

올해 대형 산불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이유는 유독 건조한 날씨 때문이다. 지난 5월 한달 간 전국 평균 강수량은 5.8㎜, 강수일수는 3.3일로 평년 강수량(102.1㎜)의 6.1% 밖에 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1일부터 지난달까지 7개월 간 내린 비도 225㎜로, 평년(386.3㎜)의 58.5% 수준이다. 경상권과 강원 남부 지역 등에는 지난달 26일부터 건조주의보가 발효돼 있는 상태다.

채희문 강원대 산림환경보호학과 교수는 “이런 조건이 지속된다면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한다. 미국과 캐나다는 건조한 기후 조건 때문에 5월 초부터 10월 말까지 불이 난다”며 “우리는 여름에는 집중호우나 장마가 있어서 불이 날 수 없었던 것인데, 올해는 계속 비가 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전국적으로 2월1일~5월15일로 정해져 있는 산불조심기간을 권역별로 나눠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 교수는 “남부지방부터 경기 북부까지 기간을 똑같이 하기보단 기후조건 등을 살펴서 남부와 중부, 북부 등 3개 권역별로 조심기간을 지정하도록 하는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녹색연합은 이날 논평에서 “정부의 산불 대응 시스템은 봄철에 국한돼 있지만, 이제 산불은 겨울부터 여름까지 발생하고 있다”며 “산불을 비롯한 기후위기 재난에 대한 국가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Today`s HOT
경찰과 충돌하는 볼리비아 교사 시위대 황폐해진 칸 유니스 교내에 시위 텐트 친 컬럼비아대학 학생들 폭우 내린 중국 광둥성
러시아 미사일 공격에 연기 내뿜는 우크라 아파트 한국에 1-0으로 패한 일본
아름다운 불도그 선발대회 지구의 날 맞아 쓰레기 줍는 봉사자들
페트로 아웃 5연승한 넬리 코르다, 연못에 풍덩! 화려한 의상 입고 자전거 타는 마닐라 주민들 사해 근처 사막에 있는 탄도미사일 잔해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