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차 태아 ‘딱따구리’가 대표로 낸 ‘아기 기후 소송’…“정부 온실가스 감축목표 무책임”읽음

강한들 기자
‘아기 기후 소송단’ 어린이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13일 서울 헌법재판소 정문앞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 40%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에 불충분한 목표로서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는 헌법소원 제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아기 기후 소송단’ 어린이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13일 서울 헌법재판소 정문앞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 40%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에 불충분한 목표로서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는 헌법소원 제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20주 차 태아를 대표 청구인으로 한 ‘아기 기후 소송’이 제기됐다. 탄소중립기본법이 규정한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가 너무 낮아 미래세대의 생명권 등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이다.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된 것은 기후위기비상행동, 청소년기후행동에 이어 세 번째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와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소속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아기 기후소송단’은 13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이 아기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은 정부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0% 감축하는 것을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로 한다고 정했다.

소송단에 따르면 한국에 남은 탄소예산(지구 온도가 1.5도, 2도 상승하는 데까지 남은 탄소 배출량)은 2020년 1월1일을 기준으로 1.5도 상승시 29억t, 2도 상승시 83.4억t이다. 한국이 지금과 같이 매년 약 7억t씩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1.5도 상승 목표시 탄소예산은 앞으로 2년도 채 남지 않은 2024년 초 모두 소진된다. 2도 상승을 목표로 한 경우에도 2031년이면 소진된다. 소송단은 “2017년에 태어난 사람의 탄소 배출 허용량은 1950년생이 배출할 수 있었던 양에 비해 8분에 1로 줄어든다”며 “어린 세대일수록 지금보다 훨씬 강력하게 탄소를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소송단은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이 아기들의 생명권, 건강권,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고 봤다. 부족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보장하기에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소송단은 청구서에서 “피청구인(정부)이 2018년 대비 40% 감축한 배출량을 설정하는데 있어 과학적 분석을 하지 않았고, 심지어 한국의 탄소예산이 얼마인지 산정해봤다는 흔적도 없다”고 적었다.

‘아기 기후 소송단’ 어린이가 13일 서울 헌법재판소 정문앞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 40%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에 불충분한 목표로서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는 헌법소원 제기 기자회견을 하에서 피켓을 머리에 쓰고 장난을 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아기 기후 소송단’ 어린이가 13일 서울 헌법재판소 정문앞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 40%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에 불충분한 목표로서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는 헌법소원 제기 기자회견을 하에서 피켓을 머리에 쓰고 장난을 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번 소송의 대표 청구인은 ‘딱따구리’라는 태명을 가진 20주 차 태아다. 소송은 5세 이하 아기 39명과 6~10세 어린이 19명도 청구인으로 참가했다. 소송단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 헌법재판소법을 들어 태아도 청구인 자격이 있다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가 ‘모든 인간은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이며, 형성 중인 생명의 태아에게도 생명에 대한 권리가 인정돼야 한다’며 태아의 생명권 주체성을 인정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변호사는 “딱따구리는 청구인 중 가장 어린아이로, 어릴수록 부담이 커져서 큰 피해를 본다”며 “현재와 미래의 경계에 있는 태아의 상징성을 고려해 딱따구리를 대표 청구인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태아 딱따구리와 6세 아동 청구인의 양육자인 이동현씨는 “이산화탄소를 1g도 배출한 적이 없는 아이가 지금의 기후 위기와 재난을 견디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미안하고 안쓰럽다”며 “개인의 실천도 중요하지만 더 큰 역할과 책임이 있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너무 소극적이고 무책임하게 느껴져, 아이들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이번 아기 기후 소송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보통의 기후위기⑦] 내 아이의 이름으로 ‘아기 기후 소송’에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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