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늘어난 수증기가 기록적 ‘서울 폭포비’ 불렀다

강한들 기자

기상청 관측, 하루 강수량 최대인 날 ‘2000년 이후’ 많아

“온실가스 감축 않으면 ‘극한 강수량’ 최대 70% 이상 증가”

복구 작업에 진땀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를 본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10일 새마을중앙회원과 환경미화원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복구 작업에 진땀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를 본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10일 새마을중앙회원과 환경미화원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기상청도 ‘역대급 호우’라고 표현하는 비가 지난 8일부터 계속되고 있다. 8일과 9일 수도권을 휩쓸고 지나갔던 비구름이 10일에는 충청권과 경북 북부 내륙에 많은 비를 뿌렸다. 이번에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비가 온 것은 우리나라 북동쪽에 생성된 ‘블로킹 고기압’ 때문에 찬 공기가 동쪽으로 빠져나가지 못했고, 남쪽에서 올라온 고온다습한 공기와 한반도 상공에서 강하게 충돌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도 이처럼 ‘집중적으로 한꺼번에 오는 비’가 늘어날 거란 전망이 나온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 남부지역에는 지난 8일 오후 시간당 100㎜ 이상의 매우 강한 비가 내렸다. 특히 서울 동작구 기상청 관측지점에서는 1시간 동안 최대 141.5㎜가 기록됐다. 서울 종로구 송월동에서 관측한 공식 기록 가운데 시간당 강수량 역대 최고치인 118.6㎜(1942년 8월5일)보다 약 20% 많았다. 하루 강수량(381.5㎜)도 서울 역대 최고기록(354.7㎜, 1920년 8월2일)을 넘었다.

최근 폭우의 특징은 이날처럼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호우성 강수’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기상청 전국 관측망 62개 지점의 일강수량 극값 통계를 보면, 하루 강수량이 가장 많았던 날 1~5위 중 2000년 이후 기록이 3개 이상 포함된 곳이 24개 지점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원래 여름에는 ‘소나기’라고 부르는 국지성 호우가 흔했지만 발생 빈도와 강도가 세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기후변화 특임교수는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의 강수 자료를 분석해보면 비가 오는 날은 줄어들고 강수량은 늘었다”며 “기후변화 추세로 인해 ‘호우성 강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로 늘어난 수증기가 기록적 ‘서울 폭포비’ 불렀다

호우성 강수가 늘어나는 이유는 기온 상승으로 대기 중 수증기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기온이 올라갈수록 바다에서 증발하는 수증기가 늘어난다. 기온이 1도 오르면 공기 중 수증기량은 약 7%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 호우성 강수가 더 심해질 거라는 분석도 나왔다. 기상청은 지난 6월 보도자료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않는다면 21세기 말에는 극한 강수량이 최대 70% 이상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와 유사하거나 더 많은 탄소배출을 지속하는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100년에 한 번 올 ‘극한 강수량’은 21세기 전반기(2021~2040년), 중반기(2041~2060년), 후반기(2081~2100년)에 각각 29%, 46%, 53%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21세기 중반기가 되면 100년에 한 번 올 강수량이 현재보다 56~334.8㎜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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