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부른 가을 ‘초강력 태풍’…11월도 안심 못한다

강한들 기자

‘힌남노·난마돌’ 경로의 해수면 온도 평년보다 1~2도 높아

북서태평양 온도 높이는 라니냐까지 더해져 태풍 위력 키워

전문가들 “한반도에 더 늦게까지 연속적으로 태풍 올 수도”

<b>강풍에 뒤집어진 우산</b> 제14호 태풍 ‘난마돌’이 한반도의 최근접점을 지나간 19일 오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인근에서 시민들이 강풍을 맞으며 걷고 있다. 문재원 기자

강풍에 뒤집어진 우산 제14호 태풍 ‘난마돌’이 한반도의 최근접점을 지나간 19일 오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인근에서 시민들이 강풍을 맞으며 걷고 있다. 문재원 기자

한때 ‘초강력’급까지 발달했던 제14호 태풍 ‘난마돌’이 한반도 영향권을 점차 벗어나고 있다. 19일 오후 4시 기준 난마돌은 중심기압 980hPa(헥토파스칼), 최대풍속 초속 29m의 ‘중’급 규모를 유지한 채 일본 오사카 북북서 약 180㎞ 부근 해상에서 시속 33㎞로 북동진하고 있다. 20일 오전까지 ‘태풍’의 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난마돌은 이후 24시간 내에 온대저기압으로 변할 것으로 보인다.

400㎞에 달했던 난마돌의 강풍 반경 안에 든 부산, 울산, 포항 등 경상권 해안 지역에는 강한 비바람이 불었다. 19일 오후 2시 기준 최대 순간풍속이 초속 34m에 달한 지역도 있었다. 태풍의 영향으로 동해안과 남해안에서, 북쪽 건조 공기와의 기압 차이로 서해안에서도 순간풍속 초속 20~30m의 강풍이 불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에 이어 난마돌도 ‘초강력’급까지 발달해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다. 힌남노와 난마돌 모두 발달 초기 초강력급 태풍으로 예상되지 않았다. 하지만 태풍이 점차 관측망에 가까이 접근하면서 기상청은 두 태풍 모두 초강력급이 될 것으로 예보를 수정했다.

태풍으로 발달한 이후 규모를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해수면 온도다. 힌남노와 난마돌이 지나갈 때 움직였던 경로의 해수면 온도를 평년값과 비교해보면 모두 약 1~2도 높은 수준이었다.

해수면 온도가 오르는 근본적인 이유는 기후변화다. 세계기상기구(WMO) 등 협력기관 9개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낸 ‘유나이티드 인 사이언스 2022’ 보고서를 보면 올해 해양 열 함량은 지난 5년의 그 어떤 기간보다 높았다. 보고서는 “모든 데이터가 해양 온난화가 지난 20년 동안 가속화됐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깊이 2000m 상층의 바다는 2021년에도 계속해서 따뜻해졌고, 앞으로도 따뜻해질 것이다. 최소 100년에서 1000년까지 되돌릴 수 없을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 ‘라니냐’가 발생하면 태풍이 생기는 북서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높아진다. WMO는 지난달 31일 이번 겨울까지 라니냐가 지속될 경우 21세기 들어 첫 3년 연속 라니냐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라니냐는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관측지점의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낮은 저수온 현상이 5개월 이상 지속될 때를 말한다.

라니냐가 계속되던 지난달 14일부터 20일 해수면 온도를 살펴보면 북서태평양의 온도는 평년보다 약 1~2도 높았다. 한반도 인근은 약 2.1도 더 높았다. 차동현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는 “기후변화로 올라간 평균값에, 자연 변동성인 라니냐로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 발생하는 태풍이 강하게 발달할 가능성이 있다”며 “가을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동쪽으로 수축하면서 올해와 같이 태풍이 연속적으로 한반도로 많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와 라니냐 같은 자연 변동성이 겹친다면 태풍이 더 늦게까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정우식 인제대 대기환경정보공학과 교수는 “10~20년 전만 해도 10월 태풍은 생각하지도 않았다”며 “11월 태풍도 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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