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하늘에 난기류’ 닥친 항공기, 이유는 기후변화

이정호 기자

영국 연구진 “대류권과 성층권 온도차 증가”

항공산업에 걸림돌…“착석 때에는 늘 벨트 매야”

비행기 주변에서 발생하는 기류를 눈으로 보기 위해 인위적으로 색소를 뿌린 모습. 최근 영국 연구진이 ‘청천 난기류’ 발생이 기후변화로 인해 증가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비행기 주변에서 발생하는 기류를 눈으로 보기 위해 인위적으로 색소를 뿌린 모습. 최근 영국 연구진이 ‘청천 난기류’ 발생이 기후변화로 인해 증가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지난해 12월18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를 떠나 하와이로 가던 여객기가 1만m 상공에서 난기류에 휘말렸다. 비행기가 크게 요동치면서 승객 일부가 천장에 몸을 부딪히는 등 기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비행기를 탔던 사람 중 25명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고, 일부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지난 3일에는 미국에서 독일로 향하던 항공기가 거친 난기류를 만나 7명이 다쳤으며, 비행기는 비상착륙을 했다.

이처럼 난기류로 인한 항공기 안전 문제가 앞으로 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후변화로 대기권 내부에서 온도 변화가 극심해졌고, 이 때문에 현 기술 수준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청천 난기류(CAT)’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청천 난기류란 명칭 그대로 맑은 하늘에서 발생하는 난기류다. 징후가 없어 기상예보나 비행기에 달린 레이더로 미리 감지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비행 안전을 크게 위협한다. 총 3단계로 구분되는 난기류 가운데 미국 상공에서 중간 강도 이상의 난기류는 연평균 6만5000회 발생한다. 이 가운데 상당 비율이 청천 난기류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과학매체 ‘사이언스얼럿’은 12일 영국 리딩대 연구진이 최근 컴퓨터 분석을 통해 미래에 중간 강도 이상의 청천 난기류가 얼마나 증가할지 살핀 결과, 지구 온도가 1도 올라가면 가을과 여름에는 각각 14%, 겨울과 봄에도 9%가 늘어날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전했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모든 계절에 걸쳐 청천 난기류가 더 생긴다는 뜻이다. 연구진이 주요 분석 대상으로 삼은 건 북대서양 상공이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클라이밋 다이내믹스’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진은 청천 난기류의 주된 발생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했다. 지구가 달아오르면서 지표면에서 가장 가까운 대기권층인 ‘대류권’의 온도가 올랐고, 이 때문에 고도 약 1만m부터 시작하는 ‘성층권’과 온도 차이가 커졌다.

온도 차이로 인해 고도 1만m에 형성돼 있는 ‘제트 기류’가 교란되는 일이 잦아졌는데, 이 현상이 청천 난기류 발생을 촉진했다는 얘기다. 1만m는 국제선 항공기의 순항 고도다.

연구진은 “청천 난기류 증가가 항공산업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비행이 더 많이 중단되고 각종 손실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현재로서는 비행 안전 수준을 높이기 위해 청천 난기류가 자주 생기는 하늘을 피해 항로를 조정하는 게 현실적인 대책이다. 이럴 경우 종전보다 항로가 길어지면서 항공사가 감당해야 할 연료비가 늘고, 승객들의 여행 시간도 늘어난다.

연구진을 이끈 이사벨 스미스 리딩대 교수는 사이언스얼럿을 통해 “승객들은 안전벨트를 착용하라는 신호가 꺼졌더라도 착석한 때에는 벨트를 항상 매는 게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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