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14개 댐 후보지를 발표한 이후 지자체, 주민 등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댐 건설로 인한 생태계 파괴, 예산 낭비는 물론 지역에서 벌어질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행태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환경단체들도 댐 건설은 기후위기에 역행하는 처사라면서 “비과학적 댐 신설을 반드시 저지할 것”이고 예고하고 나섰다.
1일 강원 양구군 주민들과 양구군청, 군의회 등은 수입천댐 백지화 범군민대책위 구성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소양댐과 화천댐, 평화의댐 등 사방이 댐으로 둘러싸인 양구 지역에 댐을 추가로 건설하는 것은 두타연, 생태계 파괴는 물론 양구군과 주민들을 말살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충북 단양천 인근 단양군 주민들도 반발하고 있다. 단양군청은 지난달 31일 “이번 후보지(단양천) 선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주민 설명회와 공청회, 여론조사 등 지역 주도의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 1991년과 1999년, 2012년 댐 건설이 무산됐던 지천 충남 인근의 충남 청양, 부여군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다.
이 가운데 양구, 단양은 이미 댐으로 인한 수몰을 겪었던 지역들이다. 양구는 화천댐과 소양강댐, 단양은 충주댐 건설로 수몰을 포함해 댐으로 인한 피해가 컸던 곳이다. 이들 지역 주민들은 “환경부는 23년 전의 댐 망령을 살려내려 하고 있다”며 “평화롭던 지역들에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환경부는 ‘환경 갈등 조장부’라고 불러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앞서 지난달 30일 환경부는 ‘기후대응댐’이라는 명목으로 총 14곳의 댐 건설 후보지를 발표했다. 후보지에 포함된 일부 지자체에서는 정부가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댐 건설 후보지 14곳 가운데 지자체가 건의한 곳은 9곳이고, 나머지 5곳은 환경부에서 선정했다.
환경단체들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신규 댐 건설을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반대투쟁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회견에는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한국환경회의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 시대에 해묵은 토건주의는 더 이상 해답이 될 수 없다”면서 “비과학적 댐 신설 계획을 막고 물관리 정책의 정상화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단체들은 “환경부는 현재의 물그릇으로는 장래 물 수요를 감당하기 부족하다며, 댐 건설을 통해 연간 2억5000만t의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기본계획에서 제시하고 있는 용수 부족량은 2030년 최대 가뭄 기준 연간 660만t”이라며 “두 수치 사이에는 단순 계산으로도 약 40배라는 괴리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환경부는 이처럼 막대한 물 수요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타당한 근거를 우선 제시해야 한다”며 “이런 근거 제시가 없는 것은 환경부 스스로 법령에서 규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반발을 의식한 듯 환경부는 1일 오전 갑작스럽게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백브리핑을 실시하고, 댐 건설에 반대하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른 시일 내 주민 대상 설명회를 개최해 정부가 가진 생각을 설명하고 어떤 부분을 우려하지는 자세히 들은 뒤 해결 방안을 찾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과거 댐 건설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몰지역 이주민과 상수원 규제였다”면서 “이번에는 수몰을 최대한 적게 하고 상수원 규제도 1곳을 빼고는 전혀 신설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환경부 주장에 대해 주민, 환경단체 등은 앞뒤가 맞지 않는 비과학적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수몰을 적게 하면서 저수용량을 줄인 것과 제방 관리나 자연기반해법이라 할 수 있는 홍수터 대신 댐으로 홍수방어에 나선다는 것이 모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단체들은 “신규 댐을 통한 홍수 방어 능력은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며 “하루 약 200㎜ 강우를 수용할 수준의 저수량 수백만t 규모 댐은 기후위기 시대에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갈수록 기상이변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댐과 같은 경직된 인프라는 필요한 곳에 필요한 역할을 하지 못할 위험이 크다”면서 “만약 300㎜ 이상의 폭우가 내린다면 환경부가 계획한 댐들은 또 다른 재앙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