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때문에 숲으로 변신하는 북극 초원…지구에는 좋을까? 나쁠까?

이정호 기자
미국 알래스카 상공을 비행하는 항공기에서 찍은 북극 주변의 한대림 전경.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미국 알래스카 상공을 비행하는 항공기에서 찍은 북극 주변의 한대림 전경.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주로 이끼가 사는 북극 주변의 추운 초원지대인 ‘툰드라’에서 숲이 확대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후변화 때문에 기온이 오르면서 큰 나무들이 살 만한 환경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툰드라에 생기는 숲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어두운 색을 띠기 때문에 햇빛을 다량으로 빨아들여 지상을 달구는 역기능도 있다. 툰드라에서 숲이 넓어지는 일은 금세기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과학계는 향후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6일(현지시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진은 최근 북극 주변의 초원지대인 툰드라에서 나무 군락지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어스 앤드 인바이런먼트’에 실렸다.

툰드라는 북반구에서 가장 더운 7월 평균 기온이 10도 이하인 곳이다. 대개 북위 60도 이상에 자리잡고 있다. 워낙 춥기 때문에 큰 나무는 잘 자라지 못한다. 주로 이끼나 키가 작은 관목이 서식한다. 러시아, 캐나다, 미국, 노르웨이, 스웨덴 등에 존재한다.

연구진은 1984~2020년에 인공위성으로 찍은 툰드라, 그리고 툰드라의 남방 한계선에 붙어 있는 소나무, 가문비나무 등의 군락인 ‘한대림(북위 50~60도)’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돌려 2100년까지 툰드라에서 벌어질 일을 예상했다.

그러자 한대림이 툰드라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이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확인됐다. 툰드라에 대한 한대림의 ‘침공’은 기후변화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큰 나무가 자랄 수 없을 만큼 툰드라가 추웠지만, 이제는 그렇지가 않아서다.

연구진은 “툰드라에서 나무 서식지가 증가하면 광합성이 활발해질 것”이라며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툰드라에서 큰 나무들이 자라는 일에 순기능만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나무들이 밀집한 숲은 공중에서 봤을 때 검은 종이를 덮어놓은 것처럼 어둡다. ‘알베도’, 즉 햇빛 반사율이 낮다는 뜻이다. 숲의 알베도는 10~20%인데, 이는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빛의 80~90%를 흡수한다는 얘기다. 당연히 전보다 툰드라 지상이 뜨거워진다.

이렇게 되면 툰드라 지하에 있는 영구동토층이 녹는 속도가 지금보다 빨라진다. 영구동토층에 갇혀 있는 기체인 메탄이 대기로 다량 방출될 수 있다. 메탄의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의 20배다. 기후변화 속도가 빨라질 공산이 커진다. 툰드라에 생기는 숲의 득실이 아직은 미지수라는 뜻이다.

연구진은 “기온, 강수량 변화와 관련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예상해 미래 기후 시나리오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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