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의행진 릴레이 인터뷰(1)

강남에서 ‘기후가 아닌 세상을 바꾸자’는 행진을 벌이는 이유

김기범 기자
김은정 기후정의행진 공동집행위원장이 지난 16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에서 다음달 7일로 예정된 기후정의행진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김은정 기후정의행진 공동집행위원장이 지난 16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에서 다음달 7일로 예정된 기후정의행진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다음달 7일 서울 강남대로에서 기후정의행진이 열린다. 국내에서 올해로 네번째를 맞은 기후정의행진은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에 맞서 정부·기업이 더 적극적인 기후대응에 나서고, 기후 불평등을 해소할 것을 주문하기 위해 시작됐다. 더 많은 시민이 기후위기 대응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는 의미도 담았다.. 올해 기후정의행진 표어인 ‘기후가 아닌 세상을 바꾸자’의 의미, 주요 요구사항인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정의로운 전환 등을 두고 3회에 걸쳐 연속 인터뷰를 게재한다.

“기후위기에 있어 상징적인 공간인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대규모 행진을 벌여 ‘기후정의’를 외치려 합니다. 삼성전자, 포스코, 구글코리아 등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기업들 앞을 행진하는 것에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지난 16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만난 김은정 기후정의행진 공동집행위원장은 대규모 집회·행진 하면 많은 이들이 떠올리는 종로·시청·대학로 대신 강남대로에서 올해 기후정의행진이 열리는 것에 대해 “서울 강남은 자본의 중심인 동시에 대한민국의 기후 불평등을 상징하는 곳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량생산과 소비는 기후위기를 불러온 주요 원인 중 하나인데, 강남은 이런 것들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라며 “수만명이 강남을 행진하면서 기후정의를 요구하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일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국내 온실가스 10분의 1을 뿜어내는 포스코, 기후재난의 한가운데서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는 쿠팡, 에너지를 대량 소비하는 빅테크기업 앞을 지나며 기후정의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후정의행진은 2019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학로 일대에서 열린 집회·행진에는 환경 분야 집회·시위로는 최대 인원이었던 약 5000명이 참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이었던 2020년과 2021년을 건너뛴 뒤 2022년과 2023년 서울 시청 등 도심에서 열린 기후정의행진에는 각각 약 3만명의 시민들이 운집했다. 첫 기후정의행진이 환경단체들을 중심으로 열렸다면, 두번째와 세번째 행진에선 다양한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 정당뿐 아니라 어린이·청소년을 포함한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늘었다.

김은정 기후정의행진 공동집행위원장이 16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에서 다음달 7일로 예정된 행진 장소를 강남으로 선정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김은정 기후정의행진 공동집행위원장이 16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에서 다음달 7일로 예정된 행진 장소를 강남으로 선정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올해로 네번째를 맞이하는 이번 기후정의행진에서는 기후불평등을 초점에 맞추고, ‘기후가 아닌 세상을 바꾸자’라는 표어를 쓴다. 김 위원장은 “기후를 무시하거나 지우려는 것이 아니라 기후를 변화시키는 구조, 시스템을 바꾸자는 것”이라며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기후가 아닌 세상을 바꾸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상의 범주는 개인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정책이나 사회체제, 구조 등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기후위기로 인해 우리 사회의 취약한 고리, 불평등 구조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며 “동시에 불평등을 고착화하는 현재의 사회 시스템이 기후위기를 자초한 원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곳곳에서 목격하듯 극심한 이상 기후들로 피해를 받는 곳들은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곳들”이라며 “2년 전 폭우로 인해 반지하방에서 일가족이 숨지고, 건설 노동자, 배달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숨지고, 쪽방촌에서 삶을 버텨내야 하는 분들이 모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누군가에게는 폭염이 전기세를 더 내는 것 정도의 불편함이라면 누군가에게는 목숨을 내놓고 하루하루 버텨야 하는 전쟁터와 같다”며 “기후위기 앞에 선 최일선 당사자들의 고통은 이중 삼중으로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의 자본 중심 성장 구조는 생태계 파괴와 탄소배출의 원인인 동시에 사회를 위기에 취약한 구조로 만든 기후 문제의 원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보고서에서 기후정의와 형평성을 강조한 것처럼 기후 문제와 정의의 문제, 평등의 문제는 하나”라고 말했다.

올해 행진의 주요 요구사항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강화, 탈핵과 에너지 정의 실현, 탈석탄·탈화석연료 계획 마련, 공공재생에너지로의 정의로운 전환, 신공항·4대강 등 생태파괴 중단 등이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기후정의행진은 노동자의 작업중지권, 탈석탄법 제정 운동 등 작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켜 왔다”며 “이번 행진이 하루 대규모로 모여서 운동을 벌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선형 운동을 실현하고, 경험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나선형 운동이란 다시 제자리에 돌아오는 듯하지만 조금씩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다음달 7일 오후 3시로 강남역 일대로 예정된 집회·행진 신고에 대해 경찰은 집회 제한 통보를 해왔다. 강남대로 전체가 아닌 일부 도로만 사용하라는 것이다. 기후정의행진 조직위는 경찰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낼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올해 행진에서는 단체 참가자들뿐 아니라 개인 참가자들도 함께 즐기고, 함께 기후정의를 외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행진에 오기 전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나는 000을 바꾸기 위해 기후정의행진에 간다’는 등의 참여선언에도 참여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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