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의행진 연속 인터뷰·기고 5회

부정의한 환경부는 권력이 아닌 생명의 소리를 들어라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박은영 대전녹색연합 사무처장/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박은영 대전녹색연합 사무처장/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청다리도요가 큰 비가 지나간 자갈 위를 쫑쫑거리고 걷는 세종보 상류 금강. 세종보에서 300미터 위 하천부지에 위치한 천막농성장. 지난 4월 30일,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시작할 때, 물길 건너편 하중도에서 흰목물떼새 부부의 첫째 알을 발견했다. 그 뒤로 계절이 두 번 바뀌고 천막농성은 126일을 맞는다. 멸종위기 2급 야생조류인 흰목물떼새는 알을 깨고 금강을 힘차게 날아다니고 있다.

흰목물떼새, 흰수마자, 수염풍뎅이, 검은등할미새, 고라니, 삑삑도요, 수달, 무자치, 새홀리기…강에 기대어 살아가는 생명은 수없이 많다. 세종보가 재가동 된다면 물떼새 알들이 있던 모래와 자갈은 뻘로 변할 것이다. 서식지를 잃은 강의 생명들은 물만 가득 고여있는 강을 다시 찾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세종보 재가동 중단과 물정책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4년간의 긴 논의와 조사 끝에 2021년 1월 18일, 금강, 영산강의 보 처리방안이 확정됐다. 그 중 금강은 세종보 해체, 공주보 부분해체, 백제보 상시개방을 결정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고 환경부 한화진 전 장관은 ‘보 활용 계획’을 발표했다. 취임한 지 1년이 다 되도록, 4대강 관련해 가장 논의가 진전된 보 처리방안에 관해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정책을 뒤집어 버린 것이다. 그간 진행했던 민관거버넌스,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 과학적 데이터, 경제성 평가 등 이 모든 것들을 허사로 돌렸다.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이고, 직권남용이었다. 2023년 7월, 4대강국민연합이 제기한 4대강 감사 결과가 발표됐다. 환경부에 ‘보 처리방안에 있어 더 적합한 데이터를 마련해 보완하라’라는 주문이 있었다. 매년 수환경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결과를 발표해 왔던 환경부의 데이터를 지적하는 부분이었다. 감사원법에 따르면 감사 종료 이후 20일 이내에 환경부는 이의신청을 할 수 있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한화진 장관은 감사 결과 이후 ‘보 처리방안 취소’를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요청했다. 그리고 15일 뒤, 심의 의결까지 만 4년이 걸린 보 처리방안을 2기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취소했다. 10년 단위로 세워지는 물 분야 최상위 계획인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서 ‘자연성 회복’이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지속가능성 제고’라는 말로 바꿔치기 했다. 부록으로 만들어졌던 ‘우리 강 자연성 회복 구상’은 전부 삭제했다. 환경단체들은 졸속으로 진행된 공청회에 항의하며 물정책 정상화를 요구했다. 공청회에서 항의하다 연행되어 유치장에도 갔고, 환경부 장관에게 입장문을 전달하려다 고발도 당했다. 지금 환경부는 ‘보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모든 절차를 무시하고 환경운동가들을 법이라는 칼날로 위협하며 세종보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 김완섭 환경부장관은 기후위기 대응댐 14개를 만들겠다며 지역을 순회하면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상 최악의 폭염이 계속 되고 있고, 댐과 보 등 물을 가둬둔 곳에서 사상 최악의 녹조가 창궐했는데도, 국민들에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댐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윤석열 정부의 환경부는 최악을 넘어 기괴하게 보일 지경이다. 지금 환경부장관이 그러고 다닐 땐가. 진짜 국민들을 위해 기후위기 대응을 할 진심어린 마음이 있기나 한가.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는 댐 토목사업, 보 활용 주문 등 권력의 주문에 목 매달 것이 아니라 하루 빨리 제대로 된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세우고 구체적 이행을 고민해야 한다. 지금도 늦었다. 지금의 환경부는 너무나 부정의하다.

이대로 세종보가 재가동 된다면 앞으로 보 해체와 강 자연성 회복은 더 어려운 기로에 서게 된다. 지금도 녹조가 가득한 낙동강 수문을 개방할 길도 요원해진다. 그래서 이번 세종보 재가동을 막아내는 일은 중요하다. 우리 천막은 평소 수위보다 약 1.2m정도 높은 위치로 세종보를 세워 담수하면 잠길 위치에 설치되어 있다. 수위가 올라가면 교각보호공에 쌓인 모래 둔덕 양쪽으로 물이 흘러내릴 것이다. 우리는 수중농성을 불사할 각오로 이 자리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9월 7일, 우리는 기후정의행진에서 함께 외칠 것이다. 부정의한 환경부는 권력이 아닌 생명의 소리를 들어라. 우리의 입을 막고 생명의 소리마저 듣지 않겠다는 환경부는 스스로 해체하는 것이 마땅하다. 야당은 삭제된 보 처리방안과 강 자연성 회복을 다시 살려내야 한다. 세종보 천막농성장에 물이 차오르기 전에 야당은 윤석열 정부의 강 파괴 폭주를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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