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후위기 대응 수준이 주요 20개국(G20) 중앙은행 중 16위에 불과하다는 국제 연구단체의 평가 결과가 나왔다.
30일 국제 비영리 연구단체인 ‘포지티브 머니’(Positive Money)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2024 녹색 중앙은행 점수 보고서’(Green Central Banking Scorecard Report 2024)를 보면 한국은행은 16위에 그쳐 2022년 13위에서 3계단 낮아졌다.
이 단체가 주요 20개국(G20) 중앙은행의 기후정책을 평가한 ‘녹색 중앙은행 점수표(Green Central Banking Scorecard)’에서 한은은 A등급부터 F등급 가운데 D-등급으로 평가됐다. 구체적으로 한은의 ‘녹색 중앙은행 점수’는 130점 만점에 16점으로 매우 낮았다. 50점 만점인 통화 정책과 금융 정책에서는 각각 8점과 2점을 받았다.
보고서는 한은에 대해 “녹색금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데 있어 녹색채권 발행량이 부족해 제약이 있는 등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수행하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녹색채권은 재생에너지 발전 등 친환경사업에 투자되는 채권이다.
20개국 중 1위는 프랑스(96점·B+)였고 이어 독일(93점·B+), 이탈리아(91점·B+), 유럽연합(87점·B), 브라질(71점·B-)이 뒤를 이었다. 중국과 일본은 각각 6위(61점·C+)와 8위(42점·C-)를 차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기후위기 대응에 소극적 입장을 보였다는 이유로 2022년 16위보다 한 계단 떨어진 17위를 기록했다.
기후변화 대응은 점점 더 전 세계 중앙은행의 중요한 역할이 되어가고 있다. 그만큼 기후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한은이 최근 발간한 연구자료들에 따르면 전세계적인 기후변화는 한국의 수출은 물론 국내 물가 상승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동현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장은 “전 세계 중앙은행들에서 기후대응이 강조되는 것은 그만큼 기후변화가 물가와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표면화됐다는 것”이라며 “한국은행은 물론 정부도 기후변화 대응이 곧 경제와 민생 정책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