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공청회 현장에서 항의하다 체포된 활동가를 압수수색했다. 환경단체들은 “무리한 수사이자 수사기관의 시민단체 압박”이라고 비판했다.
세종남부경찰서는 30일 ‘11차 전기본 백지화 네트워크(네트워크)’ 소속 지역 활동가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달 26일 11차 전기본 공청회장 단상에 올라간 A씨 등 활동가 18명을 현장에서 체포하고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퇴거불응 혐의를 적용했다.
이날 입수한 영장을 보면, 경찰은 피의자들이 사전에 점거를 공모했다고 보고, 네 가지를 정황을 근거로 들었다. 산업부 주무관 B씨가 점거 시작시각 ‘45분’이 적힌 텔레그램 메시지를 활동가 휴대전화에서 봤다고 진술한 점, 피의자들이 일제히 단상을 점거한 점, 피켓을 준비한 점, 구호를 외친 점 등이다. 그러면서 “서로 모르는 사이고 소속도 다르다는 피의자들의 주장은 변명에 불과하다”고 적었다.
그러나 당시 현장에 있던 이들은 당시 상황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큰 강당에 사람들이 쭉 앉아있었고, 구호를 외치기 전까지는 평온한 상황이었다”면서 “공무원에게 미리 휴대전화를 보여주는 절차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텔레그램 메시지 특성상 잠금 상태에선 내용이 보이지 않고 혼란한 상황에서 작은 메시지를 봤다는 것 역시 비논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영상을 보면 단상 진입 후 현장은 구호를 외치는 활동가들과 이들을 연행한 경찰이 뒤섞여 매우 소란스러웠다. 이 위원은 피켓과 구호를 준비한 이유에 대해선 “공청회 이전에 기자회견이 있었다”면서 “단상 점거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18명 중 누구의 휴대전화에 ‘45분’이 찍혔는지 특정하지 못했으나 “A씨가 이른 시간 현장에 도착해 민주노총 차량 화물칸을 확인하는 모습이 확인된다”면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보이므로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적었다.
A씨는 “활동을 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시민단체에 대한 압박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경찰이 포렌식 과정에서 활동가들이 나눈 대화를 볼 수밖에 없어 사실상 수사기관이 시민단체 활동을 감시하는 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네트워크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정당한 목소리를 막고 현장에서 체포한 것을 넘어 핸드폰 압수수색까지 진행하는 것은 명백한 과잉 대응이며, 전기본의 문제점을 덮으려는 행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또 “체포 당시에도 경찰은 체포과정에서 뒷수갑을 채웠으며, 여성 활동가들에 대해 남성 경찰이 신체를 구속하는 등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연행을 한 바 있다”면서 “심지어 미란다 원칙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채 일단 체포부터 진행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텔레그램을 확인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는 지적에 대해 “산자부 직원(B씨)이 진술한 내용만 가지고 한 거지 (경찰이) 별다른 의견을 붙이진 않았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비판에 대해선 “노코멘트”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