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견주 건강도 증진시키는 반려견과의 산책…안 하면 ‘동물학대’입니다

김현욱 분당 해마루동물병원 원장
지난달 열린 펫서울 엑스포에 마련된 산책 캠페인 부스에서 행사 진행요원이 한 반려견을 살펴보고 있다.  해마루동물병원 제공

지난달 열린 펫서울 엑스포에 마련된 산책 캠페인 부스에서 행사 진행요원이 한 반려견을 살펴보고 있다. 해마루동물병원 제공

노벨상 수상자인 콘라트 로렌츠는 1983년 심포지엄에서 ‘사랑스러워 구경하고 싶은 동물’이라는 의미의 애완동물(Pet Animal)에서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이란 뜻의 반려동물(Companion Animal)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한국의 반려동물 문화는 스스로 ‘엄마, 아빠’로 칭하며 개와 고양이를 가족의 구성원으로 여기는 경우가 85.6%로 높은 편이며, 이를 ‘펫팸족 (Pet+Family)’이라 부른다.

하지만 반려동물 시장의 빠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책임의식과 문화 수준은 시장의 성장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많은 반려동물 행동전문가들은 ‘개는 호기심과 에너지가 많아 외부활동이 삶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며, 보호자들은 동물에게도 이러한 기본 욕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즉 산책은 반려견의 넘치는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하기 위해 반드시 실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함께하고 있는 반려견들 중 일부는 사냥이나 사역을 목적으로 번식이 되어 하루에 필요한 운동량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문제행동이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전문가들은 규칙적인 산책과 외부활동이 문제행동의 상당 부분을 예방하거나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하고 있다. 반려견이 사교적이지 않다면, 그룹으로 함께 산책하는 것이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가 된다.

또한 반려견 동반 산책은 보호자의 건강도 증진시킨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의 프란시스코 로페즈-히메네즈 심장 전문의의 최근 연구 발표에 따르면 반려견을 키우는 보호자는 더 규칙적으로 산책 등의 활동을 하게 되고 더 건강한 음식 섭취를 통해 혈당이 잘 관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운동은 반려견과 동반 산책하는 사람의 체중과 혈당을 유지하도록 해 심장 건강을 증진한다. 반려견을 통해 보호자들은 더 행복감을 느끼게 되는데, 먹을 것을 주는 것 이상으로 산책은 반려견과 가까워질 수 있고 상호 교감과 신뢰감을 쌓을 수 있는 효과도 있다.

선진국에서는 반려견 산책을 동물복지를 위해 보호자가 해야 할 기본 의무로 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하루 산책을 하지 않는 경우 이웃이 보호자를 동물학대로 고발하기도 하며, 최근 호주에서는 24시간 이상 반려견을 산책시키지 않으면 330만원 상당의 벌금을 부과하자는 입법 활동이 벌어지고 있다. 그만큼 반려견의 산책은 반려견 복지의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국내는 반려동물 산책 문화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나 연구가 부족하나 2018년 12월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서 발표한 ‘2018 반려동물보고서, 반려동물 연관산업 현황과 양육실태’에 따르면 반려견 양육가구의 20.5%만이 매일 반려동물과 운동이나 산책 등 실외활동을 수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통해 봤을 때 국내에서는 반려견 산책의 중요성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수준이 매우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 시민들의 경우 산책 시 대소변을 처리하지 않거나 언론에서 연이어 보도되는 개물림 사고 등으로 반려견 외부활동(산책)에 부정적 시각도 많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동물등록을 하고 반려견 산책 시 제어가 가능한 목줄 착용, 대소변 처리를 위한 용품 지참 및 깔끔한 처리, 반려견이 외부에서 예절바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사전 교육 실시 등 반려인 스스로 펫티켓을 준수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고]견주 건강도 증진시키는 반려견과의 산책…안 하면 ‘동물학대’입니다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 시민들도 반려견 산책이 반려견 복지를 위해 중요하며 함께하는 보호자의 건강도 증진돼 결국 국가 의료 재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반려견 산책을 장려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 안전하게 산책할 수 있는 산책로를 정비하고 목줄 착용만 강요할 게 아니라, 산책 중 잠깐이라도 반려견을 풀어서 자유를 줄 수 있는 작은 반려견 놀이터를 만드는 것도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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