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맵이 2016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132.7㎏이다. 조사 대상 63개국 중 3위였다. 2015년 기준으로, 일본(65.8㎏)은 물론 미국(93.8㎏)보다 많다. 우리보다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는 나라는 대만(141.9㎏)과 벨기에(170.9㎏)뿐이다. 통계사이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인은 1인당 연간 460개의 비닐봉지를 사용한다. 페트병은 96개, 플라스틱 컵은 65개를 사용한다. 인구수를 곱하면 한국에서 한해 쓰는 플라스틱 컵만 33억6100만개이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이걸 다 쌓으면 지구에서 달까지 갈 수 있고, 페트병을 늘어놓으면 지구를 10바퀴 넘게 돌 수 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과 배달 소비가 늘면서 플라스틱 사용량은 더 늘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0년 폐플라스틱과 폐비닐은 2019년보다 14.6%, 11% 증가했다. 음식물 등 내용물이 묻어 있으면 재활용할 수 없고, 리모컨이나 화장품 용기처럼 여러 재질이 섞인 플라스틱도 소재별로 분리하지 않으면 재활용이 안 된다.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해, 혹은 알아도 귀찮다는 이유로 불완전하게 분리수거를 하는 탓에 기껏 분리수거한 플라스틱 대부분은 매립 혹은 소각된다. <플라스틱은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김병규)에 따르면 한국의 플라스틱 실질 재활용률은 높이 잡아도 18%로 추정된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일회용 사용을 늘린 나머지 한국은 ‘플라스틱 중독’에 깊이 빠졌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플라스틱 없는 삶을 지향하는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량으로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하는 기업의 변화가 없다면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려는 기업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과감한 행동이 새로운 흐름의 물꼬가 될 수 있다. 경향신문은 지난 6월 8일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오세일(이너보틀), 곽재원(트래쉬버스터즈), 한정희(푸른컵) 등 스타트업 대표 3인을 만나 플라스틱 중독을 풀 해법을 들었다. 이들은 개인의 선의에 기댈 것이 아니라 ‘생산-소비-폐기’의 선형 구조를 ‘생산-소비-회수-재활용’의 순환 구조로 바꿀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경 비용을 내재화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집담회를 질의응답 형태로 정리했다.
-창업의 계기를 듣고 싶다.
정희 “그린피스에서 해양캠페이너로 활동하다 그만둔 후 2017년 제주로 이사했다. 바닷가를 산책하고, 스노클링도 했는데 정말 매일 엄청난 쓰레기가 몰려왔다. 모래사장 대신 ‘스티로폼 사장’이 되는 것도 보고, 육지의 쓰레기가 비에 쓸려 바다로 흘러가는 걸 눈으로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줍는 건 사후의 문제이고, 발생시키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작게나마 도움이 될까 고민하다 공유컵 사업을 시작했다. 섬이라는 닫힌 공간이 공유경제를 도입하기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푸른컵에 따르면 제주도는 생활폐기물 배출량이 전국 1위, 1인당 카페 수가 전국 1위이다. 매년 관광객이 버리는 컵만 6300만개이다. 쓰레기 없는 여행(제로웨이스트립·zerowaste+trip)을 꿈꾸는 푸른컵은 제주공항에서 스테인리스 컵을 대여해주고 제주 내 카페에서 쓴 후 공항에 반납하는 형태의 다회용컵 대여서비스를 시작했다.
세일 “일회용 플라스틱은 쓰고 버리는 순간 나와는 관계없는 일로 생각했다. 그러다 샴푸가 눈에 들어왔다. 내용물이 담긴 샴푸 용기가 버려진 후 어떻게 되는지 들여다보니 엄청난 문제점이 있었다. 분리배출하면 내가 할 일은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실상을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왜 이걸 다 못 쓰지’라는 불편함에서 시작한 일이 어떻게 하면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을까로 확장됐다. 보디로션은 많으면 내용물의 25% 정도를 못 쓰고 버리는데 안에 묻은 내용물 때문에 재활용도 안 된다. 내면적이 넓을수록 많이 묻기 때문에 표면적을 줄일 수 있는 해결책을 찾는 데서 이너보틀을 착안했다. 이너보틀의 내용기는 풍선처럼 내용물을 넣으면 팽창하고 사용할수록 줄어든다. 사용할수록 감압이 되면서 다 먹은 ‘쭈쭈바’가 납작해지듯 내용물을 모두 소비할 수 있다.”
이너보틀은 2019년 혁신적인 기능과 디자인을 인정받아 아시아개발은행의 올해의 스타트업에 선정된 바 있다. 이너보틀은 최근 LG화학과 협업해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의 생산, 사용 후 수거, 재활용으로 이어지는 에코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재원 “서울시 산하기관에서 축제 기획을 오래 했다. 내가 맡았던 축제의 방문객은 연간 150만명이었다. 쓰레기는 전부 일회용품이라 치우기 힘들었다. 살펴보니 서울시 일회용품 사용 가이드라인이 축제와 행사장엔 없다는 걸 알았다. 일회용 플라스틱 문제만 해결해도 큰 시장이 열릴 수 있겠다, 여기서 혁신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 축제와 행사장만이 아니라 일회용품이 발생하는 거의 모든 사업군에서 우리 다회용기로 일회용품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트래쉬버스터즈는 축제와 행사장, 영화관과 기업 사내 카페에서 다회용 컵과 식기를 대여해주고, 현장에서 세척해 다시 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트래쉬버스터즈의 다회용기는 주황색을 쓴다. 영화 <고스트버스터즈> 에서 유령을 쫓는 이들이 종종 입던 옷 색깔이기도 하지만 그린과 배색이 되는 색이라 잘 보이고 식감을 올려주는 장점도 있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는.
재원 “우린 스스로를 서비스 제공자라기보다 ‘시스템 체인저’라고 생각한다. 개인이 아니라 기업을 바꿀 수 있는 시스템 체인저가 필요하다. 플라스틱은 생산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 일회용 플라스틱컵 사용을 우리가 텀블러로 줄인다고 해도 몇만개 수준이다. 기업이 생산 단계부터 불필요한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면 몇십만개, 몇백만개를 줄일 수 있다. 개미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가장 큰 생산 구조를 가진 데서 변화하지 않으면 이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 환경단체가 ‘플라스틱 어택(2018년 영국에서 시작된 플라스틱 포장재 반대 운동)’을 시작한 후 페트병의 라벨이 없어진 게 좋은 선례라고 생각한다. 라벨을 떼고 투명 페트병을 쓰면서 오히려 기업의 가치가 올라가고 매출이 대폭 상승한 걸 보면 수요도 있다는 뜻이다.”
-배달용기 사용이 늘고 있다.
재원 “지난 8개월 정도 태스크포스를 꾸려 배달 3사와 환경부 등 관계자들이 만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사업 모델이나 법적 측면에서 어려움이 많다. 지금 배달 3사는 배송만 하지 수거를 하지 않는 구조이고, 라이더 비용도 너무 올랐다. 아무리 알고리즘을 효율적으로 짠다고 해도 쉽지 않다. 지자체에서 수거 부분을 지원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 기업이나 소비자, 점주가 다회용기 비용, 수거 비용을 부담하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우선 우린 반납과 수거가 쉬운 영화관과 경기장에 주목하고 있다. 영화관에서만 일년에 일회용컵 4억개가 버려진다. 영화관 3사와 같이 팝콘부터 콜라까지 다회용기를 쓰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2022년부터 대형 커피전문점 등에서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도입된다.
재원 “카드 문화라 보증금 액수만큼 결제를 취소하기 위해 다시 앱을 깔아야 한다면 그 순간 이용자 확대가 어렵다. 누구든지 큐알(QR)코드 인식처럼 간단히 쓸 수 있는 모델이 나와야 한다.”
-플라스틱 순환을 높이는 방법은.
세일 “우리가 생각하는 방법은 재활용·재사용 두가지이다. 지금도 투명 페트는 분쇄해 녹여 재활용할 수 있다. 화장품 용기 중엔 여러 소재가 혼합되거나 플라스틱 자체가 열경화성이라 태생적으로 재활용이 불가능한 용기가 있다. 이 때문에 환경부에서 2030년까지 재활용이 불가능한 화장품 용기의 10%를 역회수하라고 이야기하는데 이 경우는 재사용을 생각해야 한다. 이너보틀을 쓴다면 화장품 내용물이 묻지 않아 이너보틀만 제거하고 간단히 세척한 후 다시 쓸 수 있다.”
정희 “여행은 최대한 가볍게 하는 것이 환경에 좋다. 짐이 많으면 버리게 되고, 무게가 나가면 비행 시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양이라곤 해도 많아진다. 그래서 텀블러 대여서비스를 시작했고, 향후 음식용기, 에코백·장바구니, 손수건, 고체치약 등 제로웨이스트 여행을 가능케 하는 모든 물품을 대여·판매하고 싶다. ‘지구별 약수터’라는 캠페인도 소개하고 싶다. 제주도 내 카페, 식당 등 다양한 상점의 동의를 구해 지나가는 누구라도 각자의 물병을 가지고 들어가 정수된 물을 무료로 받아 마실 수 있는 네트워크이다. 바닷가 쓰레기 중 어구 말고 가장 많이 보이는 게 생수병이다. 제주 여행자들이 푸른컵을 들고 지구별 약수터를 이용하면서 생수병 발생을 줄이면 좋겠다.”
-코로나19 이후 일회용 용기 사용이 늘었다.
재원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해놓고 코로나19를 이유로 일회용컵 사용을 허가했다. 너무 화가 난다. 그게 심리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일회용 플라스틱이 코로나19를 덜 전파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미생물 테스트를 하면 세척된 컵이 훨씬 더 깨끗하다. 정확한 수치도 없으면서 무작정 일회용품 사용 결정을 내렸다. 오스트리아는 다회용품을 갖추지 못하면 축제를 열 수 없다. 정부에서 하는 축제만이라도 일회용품을 쓰지 않도록 하면 문제는 많이 해결할 수 있다.”
세일 “일회용품이 무조건 깨끗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있다. 일회용잔에 먹으나 다회용잔에 먹으나 코로나 전염 위험성이 달라지는 건 없다. 정부가 너무 눈치보고 있다. 사실 배달 앱이 나오기 전엔 중국집도 그렇고 다 다회용을 썼다. 모든 건 ‘트레이드 오프’가 있다. 약간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기존의 편리함과 가치를 그대로 유지하려면 움직일 수 없다. 일본에서 화장품 박람회가 있어서 도쿄에 갔을 때 산책하러 골목을 다니니 페트병을 엄청 깨끗하게 씻어서 라벨까지 다 때서 버리더라. 그러니 재활용이 가능하고, 심지어 우리가 수입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도 페트병 투명한 것만 따로 모으자고 말하지만 그것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플라스틱 수거함엔 별의별 쓰레기가 다 섞여 있다. 진짜 마음먹고 제도를 만들어 더러운 플라스틱을 버리지 못하게, 다 깨끗하게 닦아서 버리게 하면 재활용율은 많이 높아질 수 있다.”
정희 “실제 잘 씻은 다회용품이 공장에서 그냥 나온 일회용품보다 깨끗하다. 그리고 코로나19는 비말로 감염되고, 일회용품이나 다회용품이나 표면 접촉을 통한 전염 리스크는 사실 동일하다. 마스크를 잘 쓰고, 손소독을 잘하는 생활 습관을 잘 지킨다면 위생적으로 소독, 세척한 다회용컵은 안전하다. 지난해 전 세계 공중보건·식품안전 분야의 의사 및 과학자 115명은 ‘기본 위생 수칙을 잘 지킨다면 다회용품 재사용이 일회용품보다 코로나19에 더 안전하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실제 우리 방문객도 생각보다 우려하는 분은 없었다. 몇명 물어보기도 했지만 ‘식당에서 자외선 살균기 안에서 컵을 꺼내 쓰잖아요’라고 말하면 ‘그렇지’ 하면서 수긍한다. 물론 끓는 물에 베이킹소다로 매일 세척하고, 고온 세척기를 돌리는 과정도 설명한다.”
재원 “요즘 주력하는 건 기업내 사내 카페이다. 설문조사를 하면 모든 기업마다 95% 이상 좋다고 나온다. 5% 정도가 다회용품이 깨끗한지 의구심을 갖는건데 세척과정이나 위생 테스트 결과를 바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설득한다. 정부에 사내 카페에서의 사례를 참고로 제시하고 싶다. 사업으로 보여준 후 따라올 수 있게 우리가 선두가 되어야겠다.”
-로컬에서의 경제활동이 도움이 될까.
정희 “도시에서는 산지와 멀다 보니 유통상 여러 포장재에 쌓인 농수산물을 사게 되는데, 산지인 동시에 구매지인 제주에서 살면서 소비 패턴에 아주 큰 변화가 있었다. 마트에서는 포장된 과일밖에 살 수 없지만, 오일장·올레시장 같은 재래시장을 많이 찾는 이곳에선 재빠르게 검은 봉지에 물건을 담는 할망만 막을 수 있다면 거의 모든 품목에서 무포장 쇼핑이 가능하다. 유통에 드는 탄소 발생도 줄일 수 있다.”
-모범 기업이 있는가.
세일 “외국 기업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리포트를 보면 발생시킨 탄소량을 측정하면서 건물의 탄소발생량은 물론 직원이 출장 때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묶는 호텔은 얼마큼의 탄소를 배출하는지까지 다 측정한다. 그리고 일년간 발생한 탄소량이 얼마이고, 결과적으로 탄소중립을 이루기까지 상쇄하려는 노력은 얼마나 했는지를 다 공개한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인식이 부족한 편이다. 고무적인 건 그래도 최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관심이 굉장히 커져서 우리 기업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모범 기업은 결국 비용의 문제를 감수하는 기업이다. 지금까진 생산자가 만들어 판매하고, 소비자는 사용하고 버리는 것으로 끝났다. 버렸을 때의 환경 비용을 전혀 생각 안 했다. 그렇게 수십년을 살다 보니 쌓이고 쌓여 이젠 우리의 생존을 위협한다. 얼마 전엔 모유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나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태어나자마자 플라스틱을 먹고사는 시대인데 우리가 아직까지도 제품을 사고, 버리면 끝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이제는 처리 비용까지 계산해 전체를 구매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 이미 자동차산업은 그렇게 가고 있다.”
정희 “기업이 생산해 매출을 올렸으면 그 돈으로 처리 비용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나라 생수 회사의 매출액 대비 환경비용 지출이 0.9%이다. 다른데도 마찬가지이다. 팔면 끝이라는 선형 구조이다.”
세일 “똑같은 제품인데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은 500원에 만들고,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기업은 400원에 판다. 문제는 소비자가 500원짜리가 아니고 400원짜리를 사는 것이다. 소비자 인식도 바뀌어야 하고, 보조금 등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정부 재활용 정책을 평가하면.
세일 “탁상행정이 많다. 지금 재활용 용이성을 평가하는 기준은 재활용 센터에서 일하는 분들이 쉽게 솎아낼 수 있는지를 위주로 만들었다. 물에 뜨면 재활용이 잘 되고 안 뜨면 불가능하다는 건데, 그래서 재활용 우수 등급을 받으려면 비중이 1보다 작아야 한다. 비중이 아니라 실제 재활용이 되는 소재인지 안 되는 소재인지를 따져야 한다. 정부는 화장품 업계에 ‘무조건 재활용률 몇% 이상 올리세요. 안 그러면 생산자 부담금을 물릴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하는데 막상 정부에서 만든 재활용 가이드라인(비중 1)이 이상해 화장품 업계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한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이라면.
정희 “안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처음 용기를 만들 때부터 재활용·재사용이 가능하게 설계해야 한다. 재활용 신화에 너무 기대는 것도 크다. 재활용만 하면 다 될 것처럼 생각하는데 사실 재활용률은 굉장히 낮다. 생분해 플라스틱의 경우 58도에서 6개월 이상 뒀을 때 90% 이상 분해된다는 데 현실에선 이런 조건을 맞추기 어렵다. 그래서 생분해 기계나 생분해 플라스틱 퇴비화 시설을 여러 곳에 배치하고, 생분해 용기 재질도 통일해 생분해가 쉽도록 해야 한다. 일회용컵도 재질이 달라 재활용에 어려운 점이 많다. 일회용품 보증금 제도를 도입한다는 데 그렇게 수거해도 재질이 다 달라 재활용률이 낮으면 무슨 소용인가. 발생부터 줄이고 재활용률도 높이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쓰레기 문제의 실체를 볼 수 있도록 쓰레기장 견학도 이뤄지면 좋겠다.”
재원 “사회성과연계채권(민간 투자로 공공사업을 수행한 뒤, 목표 달성 시 정부가 보상하는 계약)을 플라스틱 문제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 가령 기업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을 100만개 줄였고,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 감소가 어느 정도 되니 그만큼의 인센티브를 주는 식이다. 정부로선 실패의 위험을 줄이고, 민간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어 서로에게 좋다.”
세일 “이건 근본적으로는 소비의 문제이다. 내 삶이 환경에 주는 충격을 최대한 덜 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 미국 뉴욕에 출장을 갔는데 들어가는 모든 상점마다 ‘지속가능성’을 말했다. 리바이스에 가면 ‘우린 청바지 데님을 만들 때 과거에 몇t의 물을 썼는데 이젠 이 물을 재순환해 몇t을 아꼈다’고 나오는 식이다. 소비의 나라라고 하는 미국도 이미 그렇게 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언젠간 그렇게 가리라 생각한다.”
재원 “제로웨이스트는 이제 세계적인 트렌드이다. 특히 패션 쪽에서 많은 회사가 페트병을 원사로 쓴다. 중요한 건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제로웨이스트가 힙하고 이걸 하면 의식 수준이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환경의 관점보다 일단 멋있어서라도 따라하게 된다. 알맹상점이 있는 마포구 망원동처럼 어느 동네만이라도 ‘이곳에선 일회용컵을 안 쓰고 카페들이 다 공유해’ ‘제로웨이스트가 너무 잘 된다’는 입소문이 나면 전국에 확산될 수도 있다. 정부 제도는 이걸 뒷받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