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축제 주변 영국 뱀장어들 ‘마약 노출’에 아파요

이정호 기자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행사장 주변 강에서 마약 성분 다량 검출

마약 투약자들 소변 탓…멸종 위기 뱀장어 정상 수명과 생육 해쳐

유럽뱀장어가 헤엄치는 모습. 최근 영국에서 열리는 세계적 규모의 음악축제에 참가한 관람객들이 노상방뇨를 하면서 인근 강으로 마약 성분이 흘러들었고, 이 때문에 유럽뱀장어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지질조사소(USGS) 제공

유럽뱀장어가 헤엄치는 모습. 최근 영국에서 열리는 세계적 규모의 음악축제에 참가한 관람객들이 노상방뇨를 하면서 인근 강으로 마약 성분이 흘러들었고, 이 때문에 유럽뱀장어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지질조사소(USGS) 제공

매년 젊은이 20만명이 모이는 영국의 세계적인 야외 음악축제 행사장 주변 강에서 다량의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 마약을 복용한 관람객들이 행사장에 노상방뇨를 하면서 오줌이 토양을 지나 강으로 흘러든 탓인데, 강에 녹은 마약 농도가 멸종위기에 빠진 유럽뱀장어의 정상적인 생육을 위협할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뱅거대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환경 연구’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2019년 열린 대규모 음악축제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행사장 주변을 흐르는 강에서 마약 성분을 다량 검출했다고 밝혔다.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은 매년 6월 영국 도시 필턴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의 야외 록 음악축제이며, 행사 때마다 젊은이들 20만여명이 운집한다.

문제는 이 축제를 즐기러 온 젊은이들 일부가 음악에만 취해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마약 투약자들이 드나들고, 이들이 행사장 주변의 땅 아무 곳에나 소변을 누면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연구진은 2019년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개막을 전후해 행사장 인근을 흐르는 화이트레이크강의 상류와 하류에서 마약 성분을 측정했다. 강물에 마약이 녹아 있는지, 녹아 있다면 어느 곳에서 검출되는지, 그리고 이곳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생물인 유럽뱀장어가 서식하는 데 영향을 줄 정도인지를 확인한 것이다.

측정 결과는 심각했다. 마약의 일종인 ‘엑스터시’는 축제 뒤 몇 주 동안 꾸준히 검출됐는데, 강 하류에서 측정된 농도가 상류보다 최대 104배 높았다. 연구진은 이 정도 수치면 유럽뱀장어의 정상적인 수명과 생육을 해칠 정도라고 봤다. 비교적 깨끗했던 강물이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행사장 인근을 흐르면서 마약으로 오염됐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코카인도 검출됐는데, 농도는 수생 생물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정도는 아니었지만, 역시 상류보다 하류의 농도가 40배 높았다. 2018년 연구에 따르면 코카인은 뱀장어의 근육과 아가미를 손상시키고, 체내 호르몬을 교란한다.

연구를 이끈 댄 애버그 뱅거대 교수는 가디언을 통해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행사장이 강에 매우 인접해 있다는 사실이 이런 문제를 부채질했다”고 말했다. 많은 음악축제 관람객들이 노상방뇨를 하면서 오줌 속 마약 성분이 땅으로 스며들었는데, 토양이 충분한 필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정도로 강과 거리가 짧았다는 것이다.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은 지난해와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개최되지 않았지만, 주최 측은 내년에는 행사를 재개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최근 숙박권 판매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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