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북, ‘대기 중 중금속 독성’ 독일의 12배···서울·부산·경기는 5배

김기범 기자

경북 지역 대기 중 중금속의 인체 독성이 독일의 12배가 넘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부산·경기도 5배에 달하는 등 전국 대부분 지역의 대기 중 중금속 농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준범 프랑스 트루아공대 교수가 대한환경공학회지에 최근 발표한 ‘국내 대기오염 중금속물질과 인체 독성발자국 평가’ 논문을 보면 대기 중 중금속의 ‘인체 독성발자국’을 지자체별로 추산한 결과 경북·부산·경기·서울의 경우 독일은 물론 국내 평균보다 더 높은 독성발자국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분석은 국립환경과학원이 1991~2019년 측정한 대기 중 납·카드뮴·크롬·니켈·비소 농도 자료를 활용한 것이다.

2014년 3월 25일 여수산업단지 공장들에서 나오는 하얀 연기들이 낮게 펼쳐져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2014년 3월 25일 여수산업단지 공장들에서 나오는 하얀 연기들이 낮게 펼쳐져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인체 독성발자국은 대기 중에 존재하는 납·비소·크롬 등 중금속의 농도를 각각 물질의 독성에 가중치를 두고 합산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금속 전체의 양을 산정한 것이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개념이다. 각종 제품 생산이나 산업활동에서 발생되는 온실가스의 양을 합산한 탄소발자국과 비슷한 분석 방식이다.

2019년 인체 독성발자국 결과는 경북이 5184㎍ 1,4 DCB eqv./㎥(대기 중 중금속을 1,4-다이클로로벤젠으로 환산해 표기한 단위)로 가장 수치가 높았다. 이어 부산 3929㎍ 1,4 DCB eqv./㎥, 경기 3305㎍ 1,4 DCB eqv./㎥, 서울 2184㎍ 1,4 DCB eqv./㎥ 등의 순이었다.

[단독] 경북, ‘대기 중 중금속 독성’ 독일의 12배···서울·부산·경기는 5배

경북 지역의 중금속 독성발자국은 독일 평균치의 12배(1203%)에 달하는 수치다. 부산(565%), 경기(528%), 서울(511%) 모두 5배가 넘었다. 이밖에 대구, 인천, 울산, 강원, 충북, 충남 등도 200~400% 가량 높은 수치를 보였다. 국내의 중금속 독성발자국은 평균적으로 독일의 3.5배 정도로 나타났다.

비교에 사용된 독일의 중금속 농도 자료에서 크롬이 빠져있는 탓에 국내와 독일 독성발자국 비교에는 비소, 카드뮴, 니켈, 납 등의 농도만 사용됐다. 크롬의 독성값이 다른 중금속보다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지역과 독일의 격차는 더욱 클 수도 있는 셈이다.

지난 19일 인천시 서구 경인아라뱃길에서 바라본 서구지역 발전소가 하얀 연기를 뿜어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인천시 서구 경인아라뱃길에서 바라본 서구지역 발전소가 하얀 연기를 뿜어내고 있다. 연합뉴스.

1,4-다이클로로벤젠은 방충제·살충제 등에 사용되는 물질로 학계에서 중금속의 독성을 나타내는 데 흔히 사용되는 물질이다. 예를 들어 납 1㎍은 26.5μg의 1,4-다이클로로벤젠과 같은 인체 독성, 비소 1㎍은 20900㎍의 1,4-다이클로로벤젠과 같은 인체 독성을 나타낸다.

이들 지자체에서 인체 독성발자국 수치가 높게 나타난 주요 원인은 대기 중 중금속에서 크롬과 비소의 양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반적으로 중금속 농도에는 소각로, 보일러 및 산업체 활동, 자동차, 화력발전소 등이 영향을 미친다. 특히 산업단지 주변에선 중금속 농도가 높게 관측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경북 포항 철강산업단지, 포스코 광양제철소 인근의 중금속 농도는 다른 지역보다 수십배 높다는 조사결과들이 나와있다.

[단독] 경북, ‘대기 중 중금속 독성’ 독일의 12배···서울·부산·경기는 5배

대기 중 중금속은 체내에 들어오면 잘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쉽게 배출되지 않는다. 체내에 장기간 축적되면 뼈와 신장의 손상, 적혈구 감소를 일으키며 다음 세대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금속은 미량으로도 두통, 발열, 호흡곤란, 구토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체내에 장기간 축적되면 뼈와 신장의 손상, 적혈구 감소를 일으키며 다음 세대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자료 : 국립환경과학원.

자료 : 국립환경과학원.

김 교수는 “한국인의 혈중 중금속 농도가 다른 나라보다 높은 이유를 어패류를 많이 먹는 식습관 때문이라고 추정해 왔는데 대기 중 중금속 농도와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인의 혈중 중금속 농도는 수은의 경우 미국·독일보다 5배 높고, 카드뮴은 3배가량 높다.

전국 단위의 중금속 독성발자국은 점차 감소 추세다. 1991년 8478㎍ 1,4 DCB eqv./㎥에서 2005년 5545㎍ 1,4 DCB eqv./㎥, 2019년 1997㎍ 1,4 DCB eqv./㎥로 줄었다. 대기 중 중금속 농도도 물질별로 정해져 있는 국내 대기환경기준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김 교수는 “대기 중 중금속 농도 및 독성발자국이 계속 낮아지고 있지만 중금속은 체내에 계속해서 축적되기 때문에 안전한 수준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우며 대기 중 총량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세먼지와 중금속, 미세플라스틱 등이 결합되면 인체에 더 해로운 영향을 주기 때문에 독성발자국이 평균보다 높은 지자체들은 대기 중 중금속을 줄이기 위한 정책들을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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