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새만금신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조건부 동의'…환경단체 “대선 앞둔 정치적 판단”읽음

강한들 기자 김한솔 기자
전북 군산공항 인근에 새만금신공항 예정지인 수라갯벌이 펼쳐져 있다. 강윤중 기자

전북 군산공항 인근에 새만금신공항 예정지인 수라갯벌이 펼쳐져 있다. 강윤중 기자

환경부가 국토부가 낸 새만금신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조건으로 동의 의견을 냈다. 추후 진행될 환경영향평가에서도 환경부 판단이 바뀌지 않을 경우 새만금신공항은 착공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환경단체들은 “대선을 의식한 정치적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2일 환경부와 환경영향평가 정보지원시스템에 따르면 환경부는 새만금신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협의를 완료하고, ‘조건부 동의’ 의견을 냈다.

새만금신공항 사업은 지난해 국토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한 뒤 환경부가 두 차례에 걸쳐 보완을 요구하면서 보완 의견서를 두 차례 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보완 의견은 2회까지만 가능해 이번 환경부의 판단이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최종 판단이다. 정환진 환경부 환경영향평가과 과장은 국토부가 보완한 내용이 충분했는지에 대해 “아니다”면서도, “환경적으로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 앞으로 더 철저히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조건부 동의 이유를 설명했다.

당초 환경부가 국토부에 보완을 요구했던 이유는 새만금신공항의 입지가 조류의 이동 통로와 겹쳐 항공기가 조류와 충돌할 수 있고, 서천 갯벌과 고창 갯벌 사이에 위치한 입지에 흰발농게 등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들도 새만금신공항 건설에 대해 환경부가 부동의할 것을 요구해왔다. 새만금신공항 백지화 공동행동과 정의당 기후정의선대위는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을 열고 “새만금 신공항 추진은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서천갯벌 등의 보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사업으로, 적정하지 않다”며 “부지 주변에 1만 개체 이상의 대규모 민물가마우지 번식지가 있고, 번식지와 먹이터 사이에 사업대상지가 위치해 있어 항공기와 조류 충돌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조건부 동의 의견이 나옴에 따라 국토부가 기본계획 고시를 하면 환경부는 다시 신공항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게 된다. 이 때 환경부가 내건 조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환경부가 반려 의견을 낼 수 있지만, 전례에 비춰보면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한 사업이 환경영향평가에서 부동의로 바뀌는 경우는 흔치 않다. 정환진 환경부 환경영향평가과 과장은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조건부 동의를 받은 사업이 환경영향평가에서 부동의를 받을 수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게 할 수는 있다”면서도 “사례는 잘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환경단체들은 반대했다. 김지은 새만금신공항백지화 공동집행위원장은 “갯벌에 미치는 영향, 조류·항공기 충돌 등 어떤 항목을 보더라도 계획의 적정성, 입지의 타당성 모두 부합하지 않은 사업”이라며 “유력 대선 후보인 이재명·윤석열 후보 모두 새만금신공항을 조기착공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에서 부동의 사유가 명백함에도 환경부가 정치적인 판단을 한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 활동가는 “KTX 등 저탄소 교통수단으로 새만금에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며 “총 항공 수요를 줄여야 하는 시점에 항공 수요를 부추길 수 있는 새만금 신공항에 조건부 동의가 나온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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