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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회복'한다며 늘 공사판···중랑천·공릉천 새들 사라져간다

김기범 기자

‘환경영향평가’ 게재 논문·조류센서스에서 중랑천 개체수 급감 확인
 파주 공릉천서도 제방·수로 공사 등 영향으로 개체수 감소 관찰

한강의 여러 지천 중에서도 생물다양성이 높아 겨울철 철새들의 서식지 역할을 했던 중랑천, 공릉천 등에서 불필요한 하천 정비공사가 지나치게 많이 이뤄지면서 이들 하천을 찾는 철새의 수가 급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3일 경희대학교 생물학과·한국조류연구소, 한국환경연구원 등이 지난해 6월 학술지 ‘환경영향평가’에 게재한 논문을 보면 2011~2015년에 비해 이후 중랑천에서 관찰된 조류 개체 수가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강 주요 하천의 겨울철 조류상 변화 장기 모니터링 : 기존 생물다양성과 계통적 생물다양성 평가 및 비교’라는 제목의 이 논문에는 2011~2019년 사이 중랑천과 안양천에서 관찰된 조류 종의 수와 개체 수를 분석한 내용이 담겨있다.

2020년 6월 28일 서울 중랑천에서 관찰된 흰죽지. 네이처링·임은혁씨 제공.

2020년 6월 28일 서울 중랑천에서 관찰된 흰죽지. 네이처링·임은혁씨 제공.

논문에 따르면 2011~2015년 사이 중랑천에서는 대체로 매년 4000~7000마리의 조류가 관찰됐지만 2016~2019년에는 관찰된 조류 개체 수가 3000~5000마리로 급감했다. 철새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중랑천은 서울 도심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많은 수의 겨울 철새들이 휴식하고, 먹이활동을 하는 곳이다. 자전거를 타거나 걷기만 해도 다양한 오리류와 갈매기, 왜가리, 백로 등을 쉽게 볼 수 있어 생태교육을 위해서도 중요한 공간으로 꼽힌다.

2022년 2월 27일 서울 성동구 중랑천과 청계천 합수부에서 관찰된 쇠오리. 네이처링·배용래씨 제공.

2022년 2월 27일 서울 성동구 중랑천과 청계천 합수부에서 관찰된 쇠오리. 네이처링·배용래씨 제공.

중랑천을 찾는 철새 수가 급감했다는 사실은 환경부가 매년 12~2월 사이 전국 200개 지점에서 조사하는 조류센서스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조류센서스는 인구총조사처럼 겨울철 국내를 찾는 철새 중심의 조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같은 날 전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조류를 관찰해 개체 수를 세는 것을 말한다. 조사 날짜가 다를 경우 이동성이 높은 철새들이 중복 계산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같은날 조사하는 것으로 그만큼 정확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경향신문이 2011~2021년 조류센서스 자료에서 중랑천의 조류 개체 수와 종 수를 확인한 결과 2011~2016년에는 해마다 3253~5980마리에 달했던 겨울철 조류 개체 수가 2017년 이후에는 절반 미만인 1119~2537마리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종 수 역시 비슷한 시기에 29~38종이었던 것이 22~30종으로 감소했다. 2015년 1월 관찰된 멸종위기 조류인 흰꼬리수리와 새매, 흰목물떼새 등은 2016년 이후 관찰되지 않고 있다.

서울 중랑천에서 포착된 멸종위기 참매의 모습. 중랑천사람들 제공.

서울 중랑천에서 포착된 멸종위기 참매의 모습. 중랑천사람들 제공.

연구진은 인위적 공사 등이 빈번히 발생하면서 중랑천 내 조류 전반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의 이용이 제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나치게 잦은 하천 정비공사가 조류 서식지를 교란하면서 중랑천을 찾는 개체 수가 줄어든 것일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서울 성동구 중랑천의 하천정비공사 모습. 김기범기자.

서울 성동구 중랑천의 하천정비공사 모습. 김기범기자.

중랑천 하류에서는 하천환경 개선과 친수공간 조성이라는 명목으로 이전부터 다양한 명목의 공사가 진행되어 왔고, 현재도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된 ‘생태회복 및 친수문화 조성공사’가 진행 중이다. 또 중랑천 상류에서는 필요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홍수 예방 명목의 준설 공사가 거의 매년 이뤄지고 있다. 중랑천에 자연적으로 퇴적되는 모래톱을 준설해 없애버리는 이 공사로 인해 서울에서는 유일하게 중랑천에서만 관찰이 가능한 멸종위기 조류 흰목물떼새의 터전도 파괴되고 있다.

지난해 2월 20일 서울 중랑천에서 확인된 멸종위기 흰목물떼새의 모습. 중랑천사람들 제공.

지난해 2월 20일 서울 중랑천에서 확인된 멸종위기 흰목물떼새의 모습. 중랑천사람들 제공.

연구진은 중랑천 외에 안양천에서도 잦은 공사로 조류들의 서식환경이 악화되고 개체 수가 줄어드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연관찰 플랫폼 네이처링의 강홍구 대표는 “최근 5~6년 동안 중랑천을 수시로 관찰하고 있는데 조류 개체 수가 감소를 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로 보인다”며 “흰죽지 등 중랑천의 우점종이었던 조류는 특히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서울시와 자치구가 철새보호구역에서 너무 자주 공사를 하면서 하천 환경이 변화하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고, 공사가 철새 도래 시기인 겨울철에도 계속 이뤄지는 것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서울 성동구 중랑천의 하천정비공사 모습. 김기범기자.

서울 성동구 중랑천의 하천정비공사 모습. 김기범기자.

한강 지천 가운데 한강 하구와 가까운 경기 파주시 공릉천 하류의 경우 제방 확장 및 수로·자전거도로 등 조성 공사로 인해 인근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시민단체와 생태학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해당지역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임인 시민탐조클럽에 따르면 이 지역은 기존에 144종의 조류가 확인될 정도로 생물다양성이 풍부했으며 뜸부기, 물수리, 저어새, 칡부엉이 등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 조류가 다수 관찰됐던 곳이다. 이들 시민과 전문가들은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의 ‘공릉천 파주지구 하천정비사업’ 공사가 본격화되고, 벌목과 수로 조성 등이 진행된 이후 관찰되는 조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때문에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공사 중지와 원상 회복을 위한 공동대책위 구성도 추진되고 있다. 해당 공사는 2018년 착공됐으며 2023년 준공 예정이다.

시민단체와 생태학자들의 주장대로 공릉천을 찾는 겨울 철새가 줄어든 것은 조류센서스에서도 확인된다. 공릉천 하류에서 관찰된 조류 개체 수는 2018~2020년 사이 2530~7059마리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1829~3172마리로 감소했다. 공릉천 하류는 조류센서스에서 2018년부터 별도의 조사지점으로 설정됐다. 이전까지는 한강 하구 지역에 포함돼 있어서 2017년 이전 관찰한 개체 수는 비교하기가 어렵다.

경기 파주 공릉천 하류의 하천정비사업 공사로 조성된 인공 제방과 수로의 모습. 시민탐조클럽 제공.

경기 파주 공릉천 하류의 하천정비사업 공사로 조성된 인공 제방과 수로의 모습. 시민탐조클럽 제공.

전문가들은 공릉천 하류의 하천정비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과 비슷한 시기부터 조류 개체 수가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지역은 자연 제방으로서 경사면에 다수의 나무가 자라고 있었지만 이 나무들은 공사 과정에서 모두 벌목된 상태다.

현재 해당 제방에는 홍수 방지를 명목으로 깊이 2.5m 이상의 콘크리트 수로가 조성되고 있는데 이는 개구리 등 양서류는 물론 이들을 잡아먹는 파충류·포유류 등도 탈출하기 힘든 구조여서 해당 생물들의 거대한 무덤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회원 등이 지난달 17일 경기 파주시 공릉천 하류의 하천정비사업 공사로 조성된 수로를 살펴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수로가 개구리 등 양서류는 물론 포유류, 파충류 등 다양한 생물들이 빠진 뒤 탈출하지 못하는 무덤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민탐조클럽 제공.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회원 등이 지난달 17일 경기 파주시 공릉천 하류의 하천정비사업 공사로 조성된 수로를 살펴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수로가 개구리 등 양서류는 물론 포유류, 파충류 등 다양한 생물들이 빠진 뒤 탈출하지 못하는 무덤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민탐조클럽 제공.

생태학자인 한동욱 에코코리아 PGA생태연구소 소장은 “해당 지역은 2006년 정부가 한강 하구 일대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할 때 포함되었어야 하는 곳”이라며 “이후 자연적인 둑방이 유지되면서 높은 생물다양성이 유지되고 있었으나 이번에 과도한 하천정비공사를 하면서 위기에 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7일 공릉천 공사 현장에 다녀온 김진홍 중앙대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공릉천 하류는 홍수 위험이 낮아서 인위적인 제방을 높이 쌓을 필요가 없는데 과다하게 제방을 축조하고 있다”며 “지나치게 높은 제방은 생물의 이동을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릉천 하류는 제방을 설치하는 것보다 농경지 일부를 매입해 저류지를 만들면 적은 비용으로 피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5일 서울 중랑천의 수심이 얕은 구간에서 휴식하고 있는 갈매기류의 모습. 김기범기자.

지난달 25일 서울 중랑천의 수심이 얕은 구간에서 휴식하고 있는 갈매기류의 모습. 김기범기자.

이처럼 지나친 하천 정비사업으로 인해 심각한 생태계 교란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전 임기 때 추진하다가 12년 전 좌절된 중랑천·안양천 주운계획을 연상케 하는 ‘지천 르네상스’ 사업을 한강 지천 곳곳에서 벌일 계획이어서 논란을 낳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24일 ‘지천 르네상스’ 시범사업에 참여할 자치구를 공모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은 서울 내 하천 주위의 수변 공간에서 난개발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조류뿐 아니라 최근 수 년 사이 한강 본류와 지천에서 목격되고 있는 수달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천 르네상스는 서울시의회의 반대로 서울시와 시의회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오 시장은 2011년 8월 자진 사퇴하기 전 중랑천과 안양천 등에 배를 띄우는 ‘안양천·중랑천 뱃길조성 사업’을 추진했으나 비현실적인 계획이라는 반발에 부딪쳐 무산됐다. 실제 중랑천은 오리류나 서해에서 날아온 갈매기 등이 강바닥에 두 발을 딛고 서있을 수 있을 정도로 수심이 얕은 구간이 다수 존재하는 하천이다. 지난달 25일 중랑천 하류의 청계천, 한강 합수부를 찾았을 때도 갈매기와 오리류가 중랑천 내의 얕은 구간에 발을 담그고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이처럼 얕은 하천에 배를 다니게 하려면 5m 이상 준설을 해야하는데, 이 같은 큰 공사는 하천 생태계를 돌이키기 어려운 수준으로 파괴할 가능성이 높다.

강홍구 대표는 “하천은 시민들의 산책 공간일뿐 아니라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공간이기도 한데 서울시는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으로만 여기고 인위적인 요소를 지나치게 많이 집어넣고 있다”며 “천변 도로를 포장하고, 하천 가까이 갈 수 있도록 계단을 만드는 것보다 서식지를 보존하는 쪽으로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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