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천·안양천 철새 급감, ‘시민과학’이 증명하다

김기범 기자

한강 지천 가운데 서울 중랑천과 안양천을 찾는 겨울 철새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사실이 자발적인 시민들의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서울환경연합, 생명다양성재단, 북부환경정의중랑천사람들 등 환경단체와 전문가, 시민들로 이뤄진 ‘서울철새보호구역 시민조사단’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중랑천과 안양천 철새보호구역을 모니터링한 결과 하천 정비사업과 준설 등 공사로 인해 철새 수와 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7일 밝혔다.

총 30명이 참여한 시민과학 형태의 이번 모니터링은 중랑천·청계천과 안양천 등에서 각각 11회씩 이뤄졌으며 연인원으로는 117명이 참여했다. 시민과학은 전문적인 과학 지식을 갖고 있지 않은 시민들이 전문가와 협업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과학적인 성과를 만들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서울 안양천의 고방오리. 서울철새보호구역 시민조사단 제공.

서울 안양천의 고방오리. 서울철새보호구역 시민조사단 제공.

중랑천, 청계천과 안양천은 일부 구간이 철새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하천으로 서울 도심을 찾는 겨울 철새들의 서식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러나 겨울 철새가 도래하는 시기에도 하천 주변에서 잦은 공사가 진행되고, 불필요한 벌목과 가지치기가 실시되면서 철새보호구역을 찾아오는 철새들의 수가 최근 수년 사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조류 전문가와 환경단체 들에서 제기돼 왔다([단독] ‘생태회복’한다며 늘 공사판···중랑천·공릉천 새들 사라져간다).

서울 성동구 중랑천의 하천정비공사 모습. 김기범기자.

서울 성동구 중랑천의 하천정비공사 모습. 김기범기자.

시민조사단에 따르면 중랑천에서는 고방오리와 흰뺨검둥오리 등 총 53종 4464개체의 조류가 확인됐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개체가 관찰된 것은 23.5%를 차지한 원앙이었고, 물닭이 14.6%로 뒤를 이었다. 법정보호종은 원앙과 흰꼬리수리, 황조롱이, 매, 참매 등이 확인됐다. 중랑천은 2012~2016년에는 40~55종의 조류가 7000~9000마리 정도 관찰됐던 곳이다.

서울 안양천의 법정보호종 맹금류 매. 서울철새보호구역 시민조사단 제공.

서울 안양천의 법정보호종 맹금류 매. 서울철새보호구역 시민조사단 제공.

지난해 11월에서 지난달 사이 안양천에서 관찰된 조류 개체 수는 1592개체로 전년도인 2020~2021년 시민조사단이 관찰했던 1115마리에 비해서는 다소 늘어났다. 하지만 관찰된 조류 종의 수는 21종에서 17종으로 줄어들었다.

2020~2021년 겨울 안양천에서는 큰기러기, 독수리, 참매, 흰꼬리수리, 황조롱이, 매 등의 법정보호종이 관찰됐지만 지난해와 올해에는 황조롱이와 매만 확인됐다. 시민조사단은 공사가 진행된 구간에서 물새류가 줄어들었으며 생물다양성이 감소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옥수역 인근 중랑천과 한강 합수부에서 휴식을 취하는 갈매기들의 모습. 북부환경정의중랑천사람들

서울 옥수역 인근 중랑천과 한강 합수부에서 휴식을 취하는 갈매기들의 모습. 북부환경정의중랑천사람들

시민조사단은 이 같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서울시가 보다 실질적인 철새보호구역 보존 조치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시민조사단은 “겨울철새 도래 기간에도 하천 정비공사를 금지하는 조치가 필요하며 공사 전에 철새 서식지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검토하고, 협의하는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조사단은 또 “철새보호구역 내 준설과 관행적인 하천공사, 벌목이나 과도한 가지치기 등을 제한하는 것과 동시에 낚시꾼과 경작 행위, 쓰레기 투기 등을 방지하는 등의 생태적 관리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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