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서 ‘원전 강국’으로…원자력, 녹색에너지 전환 주목

김한솔·강한들 기자

“기후위기 대응 위해 필요”…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예상

지역별 신공항 건설 추진·4대강 사업 복원 문제 등 갈등 우려

차기 정부 정책 따라 국제사회와 약속 ‘온실가스 감축’ 판가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인 지난해 12월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현장을 방문해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 등 원전 관련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인 지난해 12월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현장을 방문해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 등 원전 관련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 분야에서 20대 대통령 당선인이 가장 집중하게 될 의제는 기후위기 대응이다. 정부는 지난해 국제사회에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법 이름에 처음으로 ‘기후위기’라는 단어가 붙은 탄소중립기본법도 오는 25일부터 시행된다.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는 것,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각 부문별로 탄소 감축을 해 나가는 것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20대 대통령 임기가 2027년 상반기까지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차기 정부에서 하는 정책에 따라 2030 NDC 달성 여부가 판가름나는 셈이다.

새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을 가장 크게 줄여야 하는 에너지 전환 부문의 구조를 어떻게 개편할 것인지, 산업 부문의 탄소 감축을 위해 어떻게 기업을 설득하고 지원해 나갈 것인지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탄소 감축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일자리 상실과 지역의 위기는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 여야 모두 공약한 지역 신공항 건설이 환경적으로 타당한지도 검토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기간 중 기후·환경 공약이 다른 공약들에 비해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부실하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원전 확대’에만 초점을 맞춘 공약이라는 것이다.

윤 당선인의 기후·환경 공약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 문재인 정부와 비교해 향후 정책적으로 변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무엇인지를 국민의힘 정책공약집과 선거 과정에서 나온 발언을 토대로 살펴봤다.

■‘탈원전’에서 ‘원전 최강국’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원전 정책이다. 윤 당선인의 기후·환경 정책은 ‘원전 확대’에 방점이 찍혀 있다. 탈원전을 선언했던 문재인 정부와 정반대다. 윤 당선인은 현 정부 정책 중 폐기해야 할 것으로 ‘탈원전’을 꼽았고, 10대 공약 중 9번째에 ‘원전 최강국 건설’을 담았다. 윤 당선인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도 원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는 “원자력과 청정에너지 기술을 구축해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하고, “대한민국 원자력 건설 기술력을 발전시켜 친환경적 에너지 생산과 미래 먹을거리 확보 및 전 세계에 원전 원천기술을 수출”하겠다고 했다. “NDC 목표 달성을 위한 저탄소 에너지 확대 차원에서 신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기저전원으로 원자력 지속 이용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원전이 탄소중립 정책의 중심으로 오면서 문재인 정부의 2030년 발전원별 비중 목표치도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현 정부는 2030년까지 화석연료(석탄·LNG) 41.3%, 신재생에너지 30.2%, 원자력 23.9%를 목표로 했다. 새 정부에서도 화석연료 비중은 40%대로 현재와 동일하지만,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비중은 달라진다. 윤석열 캠프에서 원자력·에너지 정책분과장을 맡았던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원자력정책센터장)는 전체 에너지 믹스에서 원전 비중을 30%대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 교수는 “원전 비중을 35%쯤 하면 재생에너지를 20%만 해도 된다. 이게 훨씬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목표치가 바뀌어야 하는 이유로는 ‘재생에너지가 안정적이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기상조건에 따라 들쭉날쭉하게 에너지가 공급되는 재생에너지의 특성상 안정적 에너지 공급도 어렵고,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써야 하는데 비용도 비싸다는 것이다. 주 교수는 “태양광의 경우 에너지를 저장하는 데 드는 비용이 발전 비용보다 비싸다. 원전을 늘리면 비싼 ESS를 확충할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5년째 중단 상태였던 신한울 3·4호기 건설은 이번 정부에서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경북 울진군에 들어설 예정이던 신한울 3·4호기(1400㎿급)는 2017년 2월 정부로부터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중단됐다. 윤 당선인은 지난 15일 대형 산불 피해를 입은 울진군을 방문해 “이 지역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가급적 빨리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겠다”고 했다. 오는 5월 정부 출범 이후 본격적인 공사 재개를 위한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동연한이 끝난 원전 10기 중 일부의 수명도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안전성 평가 기준과 장기적인 경제성 문제 등을 놓고 논란이 불가피하다. 원자력을 녹색에너지에서 제외한 환경부의 녹색분류체계 역시 새 정부 출범 이후 바뀔 가능성이 있다.

윤 당선인이 ‘원전 확대’ 공약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현재 포화 상태인 전력망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력정책 전문가인 김승완 충남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강원도 및 울진 지역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대부분 신태백 변전소를 거쳐서 신가평 변전소를 통해 수도권으로 간다”며 “신한울 3·4호기가 없는 상태에서도 이미 신규 석탄발전소 등으로 인해 해당 지역 계통이 포화 상태라 초고압 송전선로를 하나 더 건설하려 했지만 주민 반대로 하지 못했다”고 했다. 전기를 보낼 전력망이 포화된 상태에서 원전 건설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해서는 계통에 대한 현실성 있는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며 “원전이 늘어나도 재생에너지와의 공존을 위해서는 대규모 ESS가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주 교수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시 가동될 때까지 5년이 걸린다. 그 안에 전력망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의 공약 중에는 소형모듈원전(SMR) 개발도 있다.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SMR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일체화시켜 용량이 기존 대형 원전의 10분의 1 수준이다. 초기 건설 비용이 적고 새로운 설계 개념을 적용해 안전성과 활용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다만 SMR의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수십, 수백기를 건설해야 해 ‘소형’이라고 볼 수 없고, 안전성도 충분히 담보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어 논란의 소지가 있다. 윤 당선인은 ‘상용화 촉진을 통한 세계 SMR 시장 선점’ ‘SMR 개발사업 수출 지원’을 공약했다. 하지만 SMR이 개발된다고 해도 현실에 어느 정도 적용 가능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주 교수는 SMR을 충남 당진 등 기존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던 지역에 지으면 된다는 입장이다. 주 교수는 “석탄화력발전소에 이미 전력망이 다 깔려 있기 때문에, 발전기를 석탄 대신 SMR로만 하면 된다. 고용승계의 장점도 있다”고 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은 “이미 석탄발전소와 평생 함께 산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이번에는 더 큰 원전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주민 수용성 문제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추후 서울대 원자력센터에 올린 해명글을 통해 ‘당진에 SMR 설치’ 발언은 “빌 게이츠가 개발 중인 나트리움이라는 SMR이 실제로 와이오밍주에 있는 석탄화력 대체용으로 쓰일 것이란 예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라며 “당진은 석탄 발전소가 있는 지역을 예로써 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신규 원전 건설이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주 교수는 “신한울 3·4호기만 건설해도 원자력 비중은 35%가 되기 때문에 2030 NDC 목표는 맞출 수 있다”면서 “원전 추가 건설은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낸 다음에 건설 여부를 정해야 한다”고 했다.

원전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중간저장시설과 최종처분시설이 완공되기 전까지 원전 내에 임시 보관하도록 하는 기본계획안을 의결했다. 원전 폐기물 처분시설의 입지를 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기존 원전 부지 내에 폐기물을 보관하도록 한 것이다. 경주 월성 원전에는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인 맥스터 증설 공사가 지난 14일 마무리됐다. 장기적으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어디에, 어떻게 보관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문제이기도 하다.

근본적으로는 탄소중립을 위한 방안으로 ‘원전 확대’가 적절한지를 두고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장 위원은 “결국 원전을 더 쓴 만큼 재생에너지를 덜 확대해서 문재인 정부와 비슷한 수준의 탄소중립을 하겠다는 건데, 우리나라는 196개국 중 원전 발전량이 6위다. 이미 원전 최강국 중 하나”라며 “원전 비중 30~35% 유지가 재생에너지 확대와 공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기술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분야별 온실가스 감축 방법·신공항·4대강 놓고 논란 예상

원전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부문 외 다른 부문의 구체적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어떻게 짤지도 주목된다. 공약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신규 내연기관차 중단 시점이다. 윤 당선인은 내연기관차 신규 등록을 2035년부터 금지하겠다고 했다.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가 잡은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 시점은 2040년인데, 그보다 5년 빠른 것이다.

장 위원은 “신규 내연기관차 등록을 2035년에 금지한다는 것은 큰 변화”라며 “시급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특정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어떠한 속도와 방식으로 할 것이며, 그 비용을 누가 어떻게 나눠서 부담할 것인지가 앞으로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을 어떤 방식으로 유도할 것인지도 주목된다. 윤 당선인은 2018년 대비 40% 감축이라는 현 NDC가 산업계에 과도한 부담이 된다는 취지의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 현 NDC에 대해 “가장 중요한 산업계와의 논의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이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공약집에는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 감축목표는 준수”하되, “현실성 있는 실천계획으로 공론화 논의를 거쳐 확정”한다고 돼 있다. ‘현실성 있는 실천계획’은 탄소 배출량이 많은 업종의 부담을 줄이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황인철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장은 “국제사회에 제출한 공식적인 NDC 수치를 바꾸지 않더라도, 산업 분야에서 목표를 달성하려는 정책적인 의지는 줄어드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여야 양쪽이 모두 공약했던 지역별 신공항 건설을 포함한 각종 지역 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환경단체들과의 갈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부산 가덕도신공항,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을 조기 건설하고, 새만금국제공항과 제주 제2공항은 조기 착공하겠다고 공약했다. 청주국제공항, 무안국제공항을 활성화하고 양양국제공항을 인바운드(외국인 입국) 시범공항으로 지정하는 공약도 있다. 황 집행위원장은 “공항 산업은 질서 있는 축소 등 전환이 필요한 상황인데, 딱 5년만 바라보고 지역 공약을 하는 것은 기후위기 상황과 전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환경 관련 지역 주요 공약으로는 환경부가 지난해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반려’를 결정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있다.

이명박 정부 때 추진된 4대강 사업 복원 문제를 놓고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중 ‘4대강 재자연화’를 폐기해야 할 정책으로 꼽았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 때 홍수 예방과 수자원 확보, 하천 문화공간 창출 등 목적으로 4년간 22조원 이상을 들여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에 보와 댐, 저수지를 설치한 것이다. 이후 ‘녹조라떼’로 대표되는 수질 악화 문제 등이 심각해지자 현 정부는 4대강을 본래 모습으로 복원하겠다는 재자연화 사업을 추진해왔는데, 윤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이명박 정부 시절 인사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4대강 정책이 뒤집히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최근 논평에서 “2017년 6월~2020년 하반기에 금강, 영산강, 낙동강에서 11개 보를 개방한 후 녹조를 비롯한 물 환경이 개선되고,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어류가 다시 발견되는 등 생태계 건강성도 회복됐다”며 “4대강 재자연화 사업은 중단되지 않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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