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지구엔 케이팝도 없다'···K-POP 팬들이 꿀벌 퍼포먼스 벌인 이유

기획사에 ‘친환경 앨범’ 도입 요구

케이팝포플래닛 회원들이 21일 서울 용산 하이브 사옥 앞에서 국내 연예기획사들에게 가요 음반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버려지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내 피 땀 눈물, 내 마지막 춤을”

꿀벌 무늬 옷을 입은 사람들이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하이브 앞에서 방탄소년단의 노래 ‘피 땀 눈물’에 맞춰 춤을 춘다. 그 옆에는 ‘엔터사(엔터테인먼트 회사)들아 지구 혼자 쓰냐’ ‘친환경적 앨범 부탁합니다’ 등 문구가 쓰인 종이 상자에 하이브에 소속된 아이돌 그룹의 앨범이 가득 들어 있다. 꿀벌 옷을 입은 사람들은 하이브 사옥 앞에 앨범을 전달했다.

꿀벌의 정체는 ‘친환경 케이팝 문화’를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요구하는 케이팝(K-POP) 팬들이다. 케이팝 팬들이 모여 기후 행동을 하는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은 21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앞에서 캠페인을 열고 “2024년 유엔 플라스틱 규제 협약이 마련될 때까지 친환경 앨범 선택지를 전면 도입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요구했다.

케이팝포플래닛 회원들이 21일 서울 용산 하이브 사옥 앞에서 기후위기로 사라진 꿀벌 의상을 입고 아이돌 그룹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춤을 추고 있다. 강한들 기자

케이팝 팬들은 하이브 사옥 앞에서 꿀벌 의상을 입고 커버 댄스(케이팝 음악의 안무에 맞춰 추는 춤)를 추기도 했다. 단체는 “기후위기로 꿀벌이 실종됐다는 뉴스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많이 공유가 됐다”며 “저희도 관심을 가지고 기후 위기는 실제로 다가오고 있는 현실이니 사실을 직시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케이팝 팬들이 다량의 앨범을 구매해야만 아이돌 그룹의 사인회에 참여하는 응모권을 얻을 수 있거나 종류가 다른 아이돌 그룹 멤버의 포토 카드를 얻을 수 있게 한다. 단체에 따르면 지난해 팔린 케이팝 가수 상위 400위 기준 음반 판매량은 총 5708만9160장으로 2020년 대비 36.9% 늘었다. 이다연 케이팝포플래닛 활동가는 “팬들은 아티스트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앨범을 살 때마다 지구에 미안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실물 음반을 원하는 만큼만 수령할 수 있도록 하거나, 아예 디지털 앨범이라는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에서 출발해달라”고 요구했다.

단체는 지난해 가장 많은 음반을 판매한 BTS의 소속사 하이브를 시작으로 지난 3월 한 달간 모은 8027장의 음반을 각 아이돌 그룹의 소속사에 전달할 계획이다. 단체는 “생산자가 사용 후 발생되는 폐기물의 재활용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