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 대형 전광판이 설치된 이유는?

그린피스, ‘2035년 내연기관차 퇴출’ 약속 촉구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이후 후속조치 없어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공약’ 촉구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한수빈 기자

“윤석열 대통령님, 약속하셨죠? 2035년 경유·휘발유차 판매금지”

5일 오전, 대통령 집무실 건너편에 있는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 가로 4.5m, 세로 4.5m의 대형 LED 전광판이 설치됐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금지’를 촉구하기 위해 세운 전광판이다. 전광판에는 한글 뿐 아니라 “PRESIDENT YOON, KEEP YOUR CLIMATE PROMISE. BAN FOSSIL FUEL CARS BY 2035(윤석열 대통령님, 기후공약을 지키세요. 2035년내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라고 쓰인 영문 메시지도 함께 띄워졌다. 전광판 옆에는 여러 글자의 이미지가 특정한 각도에서 하나로 조합되어 보이는 대형 현수막도 함께 걸렸다.

그린피스는 윤석열 정부 출범 두 달을 맞아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금지’를 촉구하기 위해 이번 퍼포먼스를 기획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때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를 퇴출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이후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고 있다. 그린피스는 올해 초 영국의 경제 컨설팅 전문업체인 케임브리지 이코노메트릭스에 조사 의뢰한 결과, 한국이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할 경우 “2050년 석유수입 40.2% 감소, 일자리 5만7000개 증가, 국내총생산(GDP) 0.26%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고 밝혔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2035 내연기관차 퇴출’ 촉구를 위해 설치한 현수막. 한수빈 기자

세계 주요국가들은 내연기관차 퇴출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27개국 EU 환경장관들은 지난달 말 룩셈부르크에서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신규 등록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EU 기후 정책 국장인 프란스 팀머스만은 “기후위기와 그에 따른 결과는 명백하다. 이런 정책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덴마크, 네덜란드, 아이슬란드, 오스트리아, 그리스, 미국 워싱턴주는 2030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한다.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은 “3대 자동차 시장인 유럽, 미국, 중국에서는 물론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에서도 전기차 전환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한국이 신속하게 전기차 전환을 못하면 수출 주력 산업인 자동차 산업에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며 “더 늦기 전에 정부가 조속한 전기차 전환 지원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자동차 업체인 현대차는 한국과 미국, 유럽 등 주요시장에서의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시점은 2040년, 생산 중단 시점은 2045년으로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