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배속에도 ‘미세플라스틱’이라니읽음

이정호 기자

소형 포유동물 분뇨 확인해보니

바다뿐 아니라 육상 생물도 위협

고슴도치 배속에도 ‘미세플라스틱’이라니

땅에 사는 소형 포유동물이 미세플라스틱을 지속적으로 먹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세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어 수생 생물을 위협한다는 연구는 많았지만, 육상 생물에도 이미 다량으로 미세플라스틱이 축적돼 왔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연구다. 일회용품 감축 같은 긴급 대응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국 서섹스대 연구진은 현지 야생에 사는 소형 포유동물의 분뇨 표본을 채취해 미세플라스틱 유무를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종합환경과학’에 발표했다고 최근 밝혔다.

미세플라스틱은 지름 5㎜ 이하의 합성 고분자 물질이다. 제조 때부터 작게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자연에 버려진 큼지막한 플라스틱이 풍화작용 때문에 잘게 부서져 미세플라스틱이 되는 경우도 많다.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이 육상 생물에게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려고 총 7종의 소형 포유동물을 선정해 이들의 분뇨 표본 261개를 분석했다. 적외선 현미경을 이용해 미세플라스틱이 있는지 살폈다.

분석 결과, 전체 표본의 16.5%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미세플라스틱이 섞인 분뇨를 배출한 동물은 유럽 고슴도치(사진), 숲쥐, 들쥐, 시궁쥐 등 4종이었다. 분뇨에 미세플라스틱이 섞여 있다면 미세플라스틱을 먹었다는 강력한 증거다.

특히 주목되는 건 이 동물들이 섭취하는 먹이와 사는 동네의 도시화 수준이 제각각이었다는 점이다. 해당 동물들이 식물을 먹든 곤충을 먹든, 또 도시에 살든 시골에 살든 상관없이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돼 있었다는 뜻이다. 그만큼 미세플라스틱이 육상 생태계에 광범위하게 침투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라고 연구진은 해석했다.

동물들의 분뇨에서 확인된 미세플라스틱 가운데 가장 많았던 종류는 ‘폴리에스테르’였다.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의 27%를 차지했다. 폴리에스테르는 섬유 소재로 많이 쓴다. 연구진은 가정에서 의복을 세탁할 때 물에 딸려 나온 폴리에스테르가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했다. 하수 침전물 일부가 비료로 사용되는 상황 때문에 폴리에스테르가 토양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세플라스틱은 해당 동물들의 몸에 어떻게 들어갔을까.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을 동물들이 입으로 직접 섭취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먹이로 오인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상 섭취 경로는 이 동물들의 먹잇감이 오염됐을 가능성이다. 먹이사슬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이 광범위하게 축적되고 있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연구진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담 포터 서섹스대 연구원은 대학 공식 발표자료를 통해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대체할 물질을 찾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경향티비 배너
Today`s HOT
부활절 앞두고 분주한 남아공 초콜릿 공장 한 컷에 담긴 화산 분출과 오로라 바이든 자금모금행사에 등장한 오바마 미국 묻지마 칼부림 희생자 추모 행사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 애도하는 시민들 황사로 뿌옇게 변한 네이멍구 거리
코코넛 따는 원숭이 노동 착취 반대 시위 젖소 복장으로 시위하는 동물보호단체 회원
불덩이 터지는 가자지구 라파 크로아티아에 전시된 초대형 부활절 달걀 아르헨티나 성모 기리는 종교 행렬 독일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버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