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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플라스틱 흡입 독성 세계 첫 확인···서울 대기 중 존재도 확인

김기범 기자
미세플라스틱을 포함한 플라스틱 폐기물 조각의 모습.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제공

미세플라스틱을 포함한 플라스틱 폐기물 조각의 모습.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제공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동물 실험에서 미세플라스틱을 호흡기로 흡입했을 때의 독성을 확인했다. 서울 대기 중에 미세플라스틱이 얼마나 존재하는지도 처음으로 확인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화학연구원 부설기관인 안전성평가연구소 연구진은 지난 14일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미세플라스틱의 흡입독성 연구’를 발표했다.

세계 최초 미세플라스틱의 호흡기 악영향 확인

연구진은 동물 세포에서 폴리스티렌(PS)과 폴리프로필렌(PP) 성분의 미세플라스틱이 세포 손상 및 활성산소종 생성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활성산소종이 체내에 과도하게 많아지면 DNA와 세포의 손상을 유발하고, 염증 반응도 일어날 수 있다. PP는 일회용기와 합성섬유 등에 많이 사용되는 재질이며 PS는 일회용기나 일회용컵 뚜껑 등에 쓰이는 플라스틱이다.

연구진은 쥐를 이용한 동물 실험에서도 PP로 이뤄진 미세플라스틱을 기도에 노출시킨 결과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 손상과 활성산소종, 염증 및 세포 손상 등을 유발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이규홍 안전성평가연구소 인체유해인자 흡입독성연구단 단장은 27일 기자와 통화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실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로까지 연결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이번 연구를 통해 인체 위해성 연구의 단초를 열었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의 입주민들이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들의 모습. 김기범 기자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의 입주민들이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들의 모습. 김기범 기자

한국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인식은 확산되고 있지만 실제로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한 연구는 많지 않다. 특히 호흡기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이 체내로 들어갔을 때의 건강 악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학계에 보고된 바가 없다. 미세플라스틱은 일반적으로 5㎜ 미만의 플라스틱 조각을 의미한다.

이 단장은 “이번에 호흡독성이 증명된 PP의 경우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 중인 플라스틱”이라며 “사람의 폐에서 확인되는 미세플라스틱 중에서도 PP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앞으로 PP의 호흡 독성 연구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안전성평가연구소 연구진은 구체적인 연구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독일의 화장품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 입자. 그린피스 독일

독일의 화장품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 입자. 그린피스 독일

서울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 농도 첫 확인

지난 14일 토론회에서는 서울의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 오염 현황을 분석한 결과도 공개됐다.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의 양을 확인한 것 역시 국내 최초이자 세계적으로도 드문 연구 사례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연구진은 토론회에서 2020년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양재 대기측정소의 강우 시료를 분석한 결과 1ℓ당 594.5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대기 중에 미세플라스틱이 얼마나 존재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비가 내릴 때 빗물에 포함돼 내려오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빗물 시료들에 존재하는 전체 미세플라스틱 가운데 폴리에틸렌(PE)과 PP가 74.9~95.2%를 차지했다. 이들 플라스틱은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 활동으로 만들어진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이 비를 통해 내려와 토양과 하천 등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연구진이 세계적으로도 미세플라스틱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것은 국내 미세먼지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연구를 통해 축적된 경험과 지식이 미세플라스틱 연구에 적용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물고기 안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 조각들. 그린피스 제공

물고기 안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 조각들. 그린피스 제공

국내의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심각하다는 점도 국내 연구진의 미세플라스틱 연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8년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는 한국의 인천, 경기 해안과 낙동강 하구가 세계에서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2번째, 3번째로 높은 곳이라는 내용이 들어갔다.

이날 토론회에서 서양원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전 예방적인 미세플라스틱 관리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과학적 증거가 충분히 쌓이지는 않았지만 시민들의 건강 피해를 막기 위해 정책적으로 미세플라스틱을 관리함과 동시에 미세플라스틱 노출과 관련된 교육 및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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