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모든 상수원에 녹조 독성물질

김기범 기자

폭염으로 번무 한 달여 빨라지며 본류 보호구역 4곳서 검출

농도 측정 이후 최고 수치…몸에 흡수 땐 간·폐 등에 악영향

낙동강 본류의 상수원 4곳 모두에서 독성 남조류가 뿜어내는 독성 물질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낙동강 본류 상수원 전체에서 여름철 녹조로 인한 마이크로시스틴이 확인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폭염으로 낙동강 녹조가 예년보다 한 달여 앞서 번무하면서 낙동강 유역 주민들의 식수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8일 경향신문이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수질자료를 확인한 결과 해평, 칠서, 물금·매리, 강정·고령 등 낙동강 본류 상수원 보호구역 4곳에서 모두 맹독성 물질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녹조에 포함된 남조류에서 나오는데 마시거나, 피부에 닿거나, 호흡을 통해 몸에 흡수되면 간과 폐, 생식기, 신경계 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발암물질로도 알려져 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지난달 30일 낙동강 칠서 지점에서 올해 처음 발견됐다. 지난 11일에는 기준치의 2배가 넘는 2.5㎍/ℓ(1리터당 마이크로그램)의 수치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는 환경부가 물환경시스템을 통해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를 공개하기 시작한 201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환경부는 2012년 마이크로시스틴을 감시항목으로 지정하고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기준과 동일한 1㎍/ℓ 이하를 기준치로 정했다. 물환경정보시스템을 이용해 2016년 이후 낙동강 본류 상수원의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를 확인한 결과 지난해까지 기록된 최고 농도는 1.4㎍/ℓ였고, 기준치인 1㎍/ℓ 미만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8일 현재 이들 4개 상수원 보호구역 가운데 해평, 칠서, 물금·매리 등 3곳에는 조류경보 가운데 ‘경계’ 단계가, 강정·고령에는 ‘관심’ 단계가 내려져 있다.

현재 낙동강은 폭염으로 심각한 수준의 녹조 현상이 나타난 상태다. 현지 환경단체에 따르면 예년에는 8월에야 보였던 일명 ‘녹조라떼’ 현상이 지난달 말부터 나타나고 있다. 앞서 환경단체들은 낙동강 녹조로 인해 낙동강 주변에서 재배하는 쌀과 무, 배추 등에서도 기준치를 뛰어넘는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 27일 대구MBC는 부경대 연구진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대구 지역 주요 정수장 3곳에서 정수 처리한 수돗물에서 0.226~0.281㎍/ℓ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대구시는 “독성물질 수치가 기준치 이하이며 고도정수처리를 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도 “고도정수처리를 통해 정화하기 때문에 시민들 식수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들은 정수처리만으로는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녹조 현상이 더 심해지면 마이크로시스틴 농도 역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정수처리를 해서 검출된 마이크로시스틴 양이 미국의 어린이 기준치인 0.3㎍/ℓ에 육박하는 것을 감안하면 시민들에게 수돗물이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윤미향 무소속 국회의원은 “낙동강을 원수로 삼는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 수질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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