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할 경향

먼저 나간 친척 만나러 가는 따오기들아, 잘 살아야 해

강한들 기자
야생에서 사는 따오기. 경남 창녕군 제공

야생에서 사는 따오기. 경남 창녕군 제공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자 천연기념물인 따오기 40마리가 경남 창녕군 우포늪으로 15일 방사됐습니다. 2019년 5월, 따오기 40마리가 처음 방사된 이후 이번이 여섯 번째인데요, 지금까지 총 200마리가 자연으로 나갔습니다. 이번에는 수컷 16마리, 암컷 24마리가 먼저 나간 따오기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먼저 나간 따오기들과 이번에 방사된 따오기들은 모두 ‘친척’입니다. 한때 국내에서는 따오기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옛날에는 전국에 살았으나, 논과 같은 얕은 습지가 줄어들고, 6·25 전쟁의 영향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줄었습니다. 1979년 비무장지대에서 마지막으로 관찰된 뒤 국내 야생에서 따오기들을 다시 찾기 힘들었습니다.

따오기 복원을 위해 중국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2008년 10월17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우호의 상징으로 중국에서 따오기 암수 한 쌍을 받았습니다. 2013년 12월23일에 수컷 두 마리를 더 받았습니다. 지금 한국에 사는 따오기들의 조상인 셈이죠.

방사돼 자연으로 날아가는 따오기. 경남 창녕군 제공

방사돼 자연으로 날아가는 따오기. 경남 창녕군 제공

우포따오기복원센터에는 지난 15일 기준 따오기 326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이날 40마리를 방생하고도 이만큼 남아있습니다.

이렇게까지 따오기들이 많이 늘어나게 된 비결로 우포따오기복원센터 김성진 박사는 ‘합사 방식’을 꼽았습니다. 소수 개체를 번식시켜야 하는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은 유전적 다양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유전적 다양성이 떨어지면 따오기들이 한꺼번에 전염병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센터에서는 매년 따오기들의 유전자 특성을 연구하는 용역을 내서, 최대한 다양한 유전자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해요. 김 박사는 “결여돼 있는 다양성 안에서도 되도록 유전적 거리가 먼 개체끼리 짝을 지어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어요.

이번에 방사된 따오기들은 치열한 경쟁을 이겨낸 개체들이기도 합니다. 우포따오기복원센터의 따오기들은 ‘사육 개체’와 ‘방사 개체’로 나뉘는데요, 사육 개체 중에서 깃털이 윤이 나며 잘 정돈돼 있고, 분변 색이 양호한 개체들을 우선 골라 방사 개체로 분류합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5가지 야생 적응 훈련 프로그램을 통과해야 ‘야생 방사 개체’로 선정될 수 있어요.

훈련 프로그램은 약 3개월이라고 합니다. 따오기들은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등장인물들처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합니다. 총 5단계로 구성되는데 첫 번째는 사냥 훈련입니다. 미꾸라지, 민물 새우, 지렁이, 개구리같이 야생의 논에서 발견할 수 있는 동물들을 ‘먹이’로 인식하고 잡아먹는 능력을 키워야 생존할 수 있으니까요. 두 번째는 비행 훈련입니다. 상대적으로 좁은 새장에서 넓은 방사장으로 이동한 따오기들은 ‘나는 근육’을 키워야 해요. 세 번째는 야생의 따오기처럼 무리를 지어 살 수 있도록 돕는 ‘사회성’ 훈련입니다. 네 번째는 대물, 다섯 번째는 대인 적응 훈련입니다. 농기계, 차량, 사람 등이 따오기에게 ‘직접적’으로는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시키는 훈련이라고 해요.

올해에는 따오기가 우렁이를 먹이로 인지하고 잡아먹을 수 있게 하는 훈련도 추가됐다고 합니다. 그간 친환경 농법에 쓰는 중국산 우렁이를 먹는 천적이 많지 않았는데요, 이제 따오기가 생태계에서 우렁이를 먹으며 ‘포식자’로서의 지위를 갖도록 한다고 합니다.

경남 창녕군 우포따오기복원센터에서 개구리를 사냥하는 따오기. 경남 창녕군 제공

경남 창녕군 우포따오기복원센터에서 개구리를 사냥하는 따오기. 경남 창녕군 제공

5단계나 되는 훈련을 거쳐 자연으로 방사된 따오기들의 생존율은 50% 정도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나간 200마리 중 100마리 정도가 살아있다고 하네요. 야생으로 방사된 개체 중 약 180마리 정도는 센서를 부착하고 나가서 복원센터로 하루 두 번 신호를 보냅니다. 센터는 이렇게 따오기들이 어디에 사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데요, 센서가 한곳에 오래 머물러 있으면 좋은 신호가 아닙니다. 센서가 움직이지 않아 현장을 찾아가 보면 죽은 따오기를 발견하는 때가 많습니다. 또 센서는 1년 정도가 지나면 기능을 멈추기 시작한다고 해요. 그래서 3년 정도 관찰되지 않고, 센서 신호도 없으면 죽은 것으로 처리하기도 합니다.

가끔은 센서에서 신호가 오지 않아도, 지역 주민 제보로 따오기를 발견하는 일도 있습니다. 경남 하동에 사는 한 주민이 복원센터로 전화를 해서, ‘집 앞 하천에 따오기가 있다’라며 제보를 한 사례가 있었어요. 김성진 박사가 현장을 찾아가 보니 2019년 처음 방사됐던 따오기 중 신호가 끊긴 개체였습니다. 김 박사는 “2019년에 방사된 개체들은 제가 직접 키우기도 했던 따오기들”이라면서 “제보가 들어오지 않았다면 소식을 알 수 없었는데 만 3년 동안 야생에서 생존하고, 적응한 모습을 보면 기특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박사는 15일 훈련을 잘 마치고 방사된 따오기들을 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생이랑 사람 사는 인생이 비슷하거든요. 굉장히 힘들고 여기저기 쫓겨 다니고 살기가 녹록지 않을 겁니다. 힘들겠지만 잘 버텨주고 꿋꿋하게 잘 좀 살아줬으면 좋겠습니다.”

경남 창녕군 우포따오기복원센터에서 우렁이 사냥 훈련을 하는 따오기. 경남 창녕군 제공

경남 창녕군 우포따오기복원센터에서 우렁이 사냥 훈련을 하는 따오기. 경남 창녕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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