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바보야…연간 1810조원 황금알 낳는 거위 ‘숲’을 해치고 있다니읽음

이정호 기자

16억명 숲에 의존해 살아가지만

전 세계 수목 감소 추세 극심해져

지난해 1만7500여종 ‘멸종위기’

“과일·의약품 생산에도 악영향”

2011년 인도네시아의 한 대규모 벌목 현장에서 베어진 나무 잔해들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최근 인류 16억명이 숲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고, 수목 축소가 세계 경제에 치명상을 안길 것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세계자연기금(WWF) 제공

2011년 인도네시아의 한 대규모 벌목 현장에서 베어진 나무 잔해들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최근 인류 16억명이 숲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고, 수목 축소가 세계 경제에 치명상을 안길 것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세계자연기금(WWF) 제공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와 벌목 등으로 수목이 줄어드는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나무가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기존 예상보다 매우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구촌 인구 5명 중 1명꼴인 16억명이 숲에 의존해 식량을 조달하거나 생계를 꾸리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는 나무가 연간 1800조원이 넘는 경제적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숲의 사멸이 곧 인류의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식물원보존연맹(BGCI)은 이달 초 보고서를 발표하고,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수목 감소 추세가 인간의 삶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의 정식 명칭은 ‘인류에 대한 경고’이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랜츠 피플 플래닛’ 최신호에 실렸다.

20개국 45명의 과학자와 BGCI가 구성한 공동 연구진이 펴낸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BGCI가 발간한 보고서의 후속 성격이다. 지난해 보고서에는 전 세계 나무종의 3분의 1에 이르는 1만7500여종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포함됐다.

올해 미국 뉴욕 소재 바드대와 농무부 소속 과학자들도 자국 숲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미국 나무종 가운데 최대 18%, 총 881종이 지구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주요 원인은 기후변화 때문에 탄력을 받아 확산하고 있는 병충해였다.

이번에 BGCI가 만든 새 보고서의 핵심은 나무가 사라지면 인류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가 생길 것인지였다. 연구진은 “경제, 생계, 식량 조달에 모두 치명상을 입힐 것”이라는 점을 구체적인 수치로 밝혀냈다.

연구진에 따르면 과일은 물론 의약품 재료도 나무에서 유래한다. 이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880억달러(약 122조원)에 이른다. 개발도상국에선 8억8000만명이 나무를 태워 난방이나 취사를 한다.

특히 전 세계 인구 5명 가운데 1명에 해당하는 16억명이 숲에서 5㎞ 안쪽에 산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들 대부분이 식량 조달과 생계를 숲에 기댄다. 연구진은 나무가 세계 경제에 기여하는 액수가 연간 1조3000억달러(약 1810조원)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생태계 보존 측면에서도 나무의 역할은 대체 불가능하다. 수많은 곰팡이와 박테리아, 동물들이 나무가 없으면 살 수 없다.

문제는 인류가 이런 나무의 역할에 눈을 감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인류가 매년 나무 수십억그루를 베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1970년 이래로 숲에 의존하는 종들이 이미 53% 감소했다. 인류는 자멸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진은 “나무의 대규모 멸종으로 인해 나타날 생태적,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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