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7의 주요 의제 ‘손실과 피해 배상’은 어떻게 30년동안 ‘뒷전’이 됐나

강한들 기자
파키스탄 신드주 다두 지구에 내린 폭우로 지난 1일 주택 지역이 침수돼 있다. AFP연합뉴스

파키스탄 신드주 다두 지구에 내린 폭우로 지난 1일 주택 지역이 침수돼 있다. AFP연합뉴스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가 다음 달 6일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개막한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1995년 이후 2020년 한해를 제외하고 매년 열리고 있다. 국제사회가 모여 ‘지구를 위한 회의’를 하는 자리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은 ‘파리협약’도 2015년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됐다.

이번 총회에서는 개발도상국인 이집트가 의장국인만큼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 배상’이 주요 의제로 등장할 예정이다. ‘손실(Loss)’은 인명, 생계, 문화 등의 상실, ‘피해(Damage)’는 사회 기반 시설, 생태계 등의 상실을 말한다.

‘선진국이 일으킨 기후변화로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하는 손실과 피해를 어떻게 배상할 것인가’는 해묵은 의제다. 하지만 비용을 부담해야 할 선진국의 이해관계가 개도국과 충돌하며 구체적인 재정 지원에 합의하지 못했다.

국제시민단체 ‘손실과 피해 협력(The Loss and Damage Colaboration, 이하 L&DC)’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지연 비용: 왜 손실과 피해 보상 재정 지원이 COP27에서 꼭 필요한가’라는 보고서를 내고, 지난 30년 동안 개도국에 대한 손실과 피해 보상이 어떻게 지연됐는지 정리했다.

‘지연 비용: 왜 손실과 피해 보상 재정 지원이 COP27에서 꼭 필요한가’ 보고서 표지 갈무리

‘지연 비용: 왜 손실과 피해 보상 재정 지원이 COP27에서 꼭 필요한가’ 보고서 표지 갈무리

“내 탓 아니야” “다른 문제도 중요해”라며 피해 보상 지연 시켜 온 선진국들

1992년 유엔 환경개발회의에서 기후변화협약(UNFCCC)이 체결되기 이전에도 도서 국가들을 중심으로 해수면 상승으로 생기는 피해를 배상할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이 있었다. 당시 UNFCCC는 ‘공통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을 원칙으로 말했지만, 도서국들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손실과 피해’는 2007년 COP13이 돼서야 UNFCCC 문서에서 처음 언급됐다. 다음 해 열린 COP14에서 도서국은 개도국이 이상 기상 현상에 대응할 수 있는 자금을 지원하는 보험 체계,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손실·피해에 대한 배상 등을 포함하는 ‘다중 창 메커니즘’을 제안했지만, 미국이 ‘손실과 피해’를 배상하려면 기후변화와 피해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밝힐 더 많은 과학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무산됐다.

2012년 개도국은 불가피한 ‘손실과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연대기금을 만들자고 제안하고, 2019년에는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는 녹색기후기금(GCF)에 ‘손실과 피해’를 배상할 수 있는 기능을 더하는 긴급 창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선진국은 새로운 자금 조달 체계를 만드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런 과정을 보고서는 지연의 유형으로 나누어 정리했다. ‘책임 소재를 떠넘기기’에는 “다른 국가가 안 내면 우리도 못 낸다”고 말하거나,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더 필요하다고 말하는 등의 유형이 꼽혔다. 보고서는 “‘오염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기후변화에 더 많은 책임이 있고, 대응 역량이 있는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며 이런 유형은 ‘손실과 피해’ 배상을 지연시키는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개도국에는 피해가 쌓였고, 선진국에는 이윤이 쌓였다

보고서를 보면 북반구 국가는 역사적으로 약 92%의 배출 책임이 있다. 이에 비해 COP27이 열리는 아프리카 대륙 전체는 세계 온실가스의 4% 미만을 배출한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이 경험하는 이상 기후 현상은 1991년 이후 지금까지 두 배 이상 늘었고, 67만6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매년 평균 1억8900만명이 이상 기후 현상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보고서가 계산한 2000년 이후 개도국 55개의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5250억 달러(한화 약 753조 9000억원)였다. 하지만 화석연료 산업은 같은 기간 31조3150억 달러(한화 약 4경 4968조 3400억원)의 이익을 얻었다. 보고서 갈무리

보고서가 계산한 2000년 이후 개도국 55개의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5250억 달러(한화 약 753조 9000억원)였다. 하지만 화석연료 산업은 같은 기간 31조3150억 달러(한화 약 4경 4968조 3400억원)의 이익을 얻었다. 보고서 갈무리

보고서는 화석연료 기업이 얻은 이익이 기후 재난으로 인한 개도국의 피해액을 보상하고도 남는다고 지적했다. 2000년 이후 개도국 55개의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5250억 달러(한화 약 753조 9000억원)였다. 하지만 화석연료 산업은 같은 기간 31조3150억 달러(한화 약 4경 4968조 3400억원)의 이익을 얻었다. 보고서는 “1988년 이후로 100개의 화석 연료 생산업체가 세계 산업 온실가스 배출량의 71%에 책임이 있다”며 “기후로 인한 ‘손실과 피해’로 개도국 경제에서 10억달러가 빠져나갈 때마다 화석 연료 회사는 거의 600억 달러의 이익을 얻었다”고 적었다.

보고서는 “2022년 상반기에 단 6개 화석 연료 회사가 개발도상국의 주요 이상 기후로 인한 피해를 충당할 만큼의 수익을 냈다”며 “COP27에서 국가들은 ‘손실과 피해’ 금융 시설을 설립하고, 개발도상국과 지역 사회에 전담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Today`s HOT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황폐해진 칸 유니스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경찰과 충돌하는 볼리비아 교사 시위대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개전 200일, 침묵시위 지진에 기울어진 대만 호텔 가자지구 억류 인질 석방하라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