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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개발’ 허용하겠다는 정부···흑산도엔 공항 지으려 ‘꼼수 해제’ 추진

김기범 기자

환경부, 산림청에 새로 국립공원 편입되는 산림서 개발행위 허용

공항 허가하기 위한 국립공원 해제 추진과 함께 난개발 신호탄 될 우려

31일 국립공원위원회에서 흑산공항 부지 찾는 철새들 운명 결정

덕유산국립공원 정상부의 모습.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

덕유산국립공원 정상부의 모습.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

환경부가 앞으로 새로 국립공원에 편입되는 산림에는 임도 설치, 숲가꾸기 등 개발행위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내 흑산공항 예정지를 국립공원에서 해제하는 것과 함께 국립공원 난개발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흑산공항 건설을 위해 정부가 국립공원을 해제하는 등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30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환경부의 ‘제3차 국립공원계획 변경안’과 ‘국립공원위원회 개최 계획안’ 등에 따르면 환경부는 자연공원법 시행령을 개정해 “국립공원으로 신규 편입되는 국·공유림에서 자율적 산림경영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기존 공원구역은 현행 자연공원법령의 규정에 따르게 된다. 이 방안은 현재 부처간 협의가 진행 중인 3차 국립공원계획 변경안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산림경영이란 산림을 대상으로 한 치산·치수와 산림 자원의 유지·증진을 위한 개발행위 등을 말한다.

31일 열리는 국립공원위원회에서는 이 방안에 따라 새로 덕유산국립공원에 편입 예정인 전북 무주 무풍면의 50만6623㎡ 면적 국유림을 공원자연보존지구 대신 공원자연환경지구로 편입하는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환경부는 이 지역에 대해 “공원자연보존지구로 결정하려는 산지”임에도 “산림경영에 지장이 없도록 ‘공원자연환경지구’로 결정하도록 조건부 협의 추진”이라고 명시했다.

새로 국립공원에 편입되는 국공유림에서 개발행위를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은 제3차 국립공원계획 변경안의 일부. 출처 : 환경부

새로 국립공원에 편입되는 국공유림에서 개발행위를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은 제3차 국립공원계획 변경안의 일부. 출처 : 환경부

자연공원법에 따른 국립공원의 용도지구는 공원자연보존지구, 공원자연환경지구, 공원마을지구, 공원문화유산지구 등으로 분류된다. 보존가치가 높아 대부분 개발행위가 제한되는 공원자연보존지구와 달리 공원자연환경지구는 농지, 초지 조성, 임도 설치, 벌채, 사방사업, 기존 건축물의 부대시설 설치 및 이축, 농로, 제방 설치, 개인묘지 설치 등의 행위가 허용된다.

환경전문가, 단체 들은 공원자연보존지구가 아닌 공원자연환경지구로 국립공원에 편입되면 명목상 국립공원일 뿐 편입되기 전과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국립공원위원회 위원들도 신규 편입지역을 공원자연환경지구로 지정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내용이 국립공원위 문서에 포함돼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립공원 신규 편입지역에 대한 산림경영 허용에 대해 “앞으로 국립공원에 편입될 지역에 대해서는 산림청과 협의를 통해 공원자연보존지구로 분류할지 공원자연환경지구가 될지 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의 이번 결정에는 산림청의 요구가 영향을 미쳤다. 10년마다 실시하는 국립공원계획 변경안 관련 유관기관 협의에서 산림청은 협의 조건으로 산림경영 허용을 강하게 요구해왔다. 환경부 자료에는 ‘국유림 편입에 대해 산림청과 이견이 지속하면서 국무조정실 조정 및 부처 간 실무협의가 추진됐으며 조정회의를 총 7회 개최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결국, 산림청이 계획 변경안 협의에 응하도록 하려다보니 개발을 허용하게 된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방안으로 국립공원도 개발 대상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은 “환경부가 산림경영을 허용하면서 앞으로 국립공원에서 나무를 베고, 차도를 설치하는 등의 생태계 훼손이 지속해서 발생하게 됐다”며 “환경부의 이해할 수 없는 행정으로 국립공원에서 산림청의 개발행위를 통제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내 전남 신안군 흑산도의 모습.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 사진 크게보기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내 전남 신안군 흑산도의 모습.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제공.

이날 국립공원위원회에서는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온 흑산공항 부지를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서 해제해 사실상 개발을 허용하는 안건도 심의될 예정이다. 해당 안건은 흑산공항 부지를 국립공원에서 해제하는 대신 다른 부지를 국립공원에 편입시키는 내용으로, 이 안건이 국립공원위에서 통과될 경우 국토교통부는 실시설계 등을 거쳐 올해 하반기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환경단체들은 철새들의 주요 중간기착지인 흑산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철새들이 많이 찾는 곳이자 생물 다양성이 높은 지역을 국립공원에서 해제하는 것은 자연보존을 최우선시해야 하는 환경부가 스스로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행태라고 비판하고 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내 전남 신안군 흑산도 위치도.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내 전남 신안군 흑산도 위치도.

특히 흑산도는 어린 철새들이 많이 이용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공항이 건설되면 철새에 큰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립공원연구원 연구진이 지난해 10월 한국환경생태학회 학술대회 논문집에 게재한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흑산도의 최근 10년간 가락지 부착조사 현황’에 따르면 흑산도를 이용하는 철새 중 78.4%가 1년생인 어린 새들로 나타났다.

전남 신안군 흑산면 예리의 흑산공항 예정 부지에서 황소 위에 앉아 목가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는 여름 철새 황로의 모습. 김기범기자

전남 신안군 흑산면 예리의 흑산공항 예정 부지에서 황소 위에 앉아 목가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는 여름 철새 황로의 모습. 김기범기자

환경단체들은 또 국립공원 부지 해제와 새로운 부지 편입은 다른 국립공원에서도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보존 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을 대규모로 국립공원에서 해제하고, 개발을 허용하는 것은 국립공원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정 사무국장은 “개발사업 허용을 위해 편법과 꼼수를 동원해 흑산공항 부지를 해제하는 일이 현실화한다면 관계 공무원들을 고발 조치하고, 절차의 타당성에 대해서도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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