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재난 가장 중요한 예방책 마을비상소화장치
강릉산불은 기후위기 재난의 실상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4월11일 오전, 강원도 강릉 난곡동과 저동, 안현동 일대에서 벌어진 산불 재난은 진화 장비와 인력을 압도했다. 이번 산불은 특히 주택과 건물 등의 피해가 심각했다. 건축물 266동과 농업시설 122동이 잿더미가 됐다. 주택 217가구가 피해를 보고, 480여 명 주민의 삶의 터전이 사라졌다. 강릉 산불은 ‘기후위기 재난은 인간이 대비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다가온다’라는 본질을 생생히 보여준다.
강릉 산불은 호주와 미국 등의 해외 대형 산불을 닮았다. 삽시간에 주택과 건물을 집어삼키는 화마의 위력을 생생히 보여줬다. 기후위기 재난이 무엇인지, 어떤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한지 무거운 과제를 던진다. 특히 강원 영동과 경북 동해안 등 산불 위험이 큰 지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산림 인접 마을 ‘비상 소화장치’
특히 산불로부터 산림과 가까운 생활공간을 지키는 것이 관건이다. 이번 강릉처럼 건조한 시기에 산불이 발생하여 강풍을 타고 불길과 불씨가 날아올 때 먼저 주택과 건물에 물을 뿌리는 것이 핵심 대책이다.
마을 비상 소화장치와 소화전이 필수다. 초동 대응을 하거나, 발생지가 산지 깊은 곳에 있어 소방차나 헬기가 접근하기 어려울 때 더 중요하다. 올해 강릉 산불 사례처럼 강풍으로 진화 헬기도 무용지물이 되고 산불의 불길이 광범위하게 퍼져 갈 때 비상 소화장치 만이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방어 수단이 된다.
강릉을 비롯하여 산림을 끼고 있는 강원 영동의 많은 마을에서 불길로부터 재산과 건물을 지키는 방법은 먼저 물을 뿌리는 것이다. 비상 소화장치는 긴 호스로 강한 압력의 물을 뿌릴 수 있다. 산불 발생 초기에 신속하게 물을 뿌린다면 건물 보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실제로 강릉 산불 당시 비상 소화장치의 효과는 입증되었다. 강릉시 저동의 일흔이 넘는 어르신이 직접 비상 소화장치를 사용하여 자신의 민박집을 지켰다. 주변의 많은 주택과 건물이 불탔다. 하지만 이 집은 무사했다. 민박은 최근까지 집을 잃었던 피해 주민들의 임시 거주 시설로 사용됐다. 지정문화재인 경포대도 주변에 설치된 50m 길이의 호스를 갖춘 비상 소화장치(옥외소화전) 5개로 살수 작업을 벌여 화마를 피했다.
기후재난 산불 예방
산불위험지도를 바탕으로 산림 인접 마을의 산림과 건물의 떨어진 거리를 전수 조사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위험도가 높은 곳부터 비상 소화장치를 우선 설치해야 한다. 현재는 강원도 도청소방본부는 영동지방을 중심으로 산불 대비 비상 소화장치를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아직도 설치를 못 한 곳이 많다. 당장 강릉시만 하더라도 올림픽 신도시인 유천지구를 비롯하여 구도심 곳곳에서 비상 소화장치가 절실한 곳이 많다.
2000년대 이후 대형 산불의 피해는 계속 나타났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의 마련과 추진은 지지부진하다. 산불 예방의 1순위는 주민 피해를 줄이는 것이다. 재산 피해와 주택 피해가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 가장 효과가 큰 것이다. 산림 마을의 비상 소화장치와 소화전이다.
지난해 울진 삼척 산불을 비롯해 11개의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현격히 줄었다. 하지만 재산 피해와 주택 피해는 잦았다. 올해 강릉 산불과 홍성 산불도 작년 상황에서 나아진 것이 없다. 강릉 산불은 오히려 더 악화한 양상을 보여 줬다.
기후위기 재난 산불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산불로부터 주민들의 피해를 줄이는 것은 가능하다. 정부의 노력에 따라 노력에 현격히 줄일 수도 있다. 행안부, 소방청, 산림청이 함께 협력하여 산림 인접 마을의 주민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어느 부서가 어떤 역할을 할지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예산 탓 하지 말고 전국의 산림 인접 마을에 비상 소화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강릉 산불 피해를 보고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방치하는 것이다. <시리즈 끝>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