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복날마다 삼계탕에 쓰이기 위해 도살되는 닭들이 밀집식 사육 방식으로 인해 피부염을 포함한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유해화학물질과 해충 등에 노출돼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삼계탕용 닭을 말하는 백세미들은 동물학대를 당하고 있는 것은 물론 먹는 인간들의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는 비위생적 환경에서 사육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권단체인 동물해방물결과 해외 동물권단체인 ‘동물을 위한 마지막 희망(LCA)’ 등은 지난 3~6월 삼계탕 생산에 이용되는 닭인 삼계(백세미)의 밀집사육실태를 잠입 조사한 결과를 ‘복날 삼계탕의 진실: 교잡된 병아리들의 참혹한 삶’라는 제목의 보고서로 초복인 15일 펴냈다. 이들이 조사한 농장은 닭고기를 생산하는 국내 대기업 3곳과 계약해 닭고기를 공급하는 충청·전라 지역의 삼계 위탁 사육 농장 3곳이다.
백세미는 육계와 산란계를 교잡해 만든 닭 품종으로, 국내에만 존재한다. 한달여만에 삼계탕을 만들기에 용이한 체중(평균 800~850g)과 크기로 성장하도록 하기 위해 개량됐다. 도축당할 때 백세미의 크기는 다 자란 닭이라기보다는 병아리쪽에 더 가깝다.
조사 결과 삼계탕용 백세미들은 밀집식 사육 방식의 고온다습하고 불결한 환경에서 키워지면서 다수가 깃털이 빠져 있었고, 발바닥 피부염 등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들이 극도로 높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타나는 카니발리즘(동족포식)으로 인해 서로 공격하고, 쪼아대면서 상처를 입은 개체들도 많았다. 각종 바이러스 및 세균 감염으로 병을 앓고 있는 닭들은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방치돼 있었다. 사육장 안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개체도 확인됐다.
게다가 조사 대상 농장 중 한 곳에서는 닭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높은 농도의 암모니아 가스가 발생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농장에서 측정된 바닥 암모니아 가스 농도는 99ppm 이상이었다. 이는 현행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서 정하고 있는 암모니아 농도 기준(25ppm 이하)을 크게 초과하는 수치다.
또 다른 농장들에서는 외미거저리라는 해충도 발견됐다. 외미거저리는 닭의 피부에 상처를 입히면서 살모넬라, 대장균 등 세균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곤충이다. 지난해 10월 닭고기 생산 업체인 하림의 ‘동물복지 생닭’ 제품에서 이 곤충이 발견되면서 논란이 됐다.
한 농장에서는 작업자가 살아있는 닭의 목을 비틀어 ‘도태’시키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 농장에서는 작업자들이 닭의 사체를 무단 투기하는 모습이 목격됐으며 인근 숲에서는 적어도 30구 이상에 달하는 닭의 사체가 발견됐다. 사체를 마구 버리는 것은 심각한 토양 오염과 수질 오염은 물론 감염병 확산 사태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사안이다.
닭들은 운송 과정에서도 심한 학대를 당하고 있었다. 닭을 트럭에 싣는 상차 과정에서 작업자들은 발길질을 하고, 좁은 공간에 닭을 밀어넣기 위해 다리를 부러뜨리는 등의 학대를 자행하고 있었다. 상품가치가 없는 닭을 먹이와 물 없이 방치하는 등의 비윤리적인 행위도 포착됐다. 모두 동물보호법상 학대 관련 조항을 위반했을 소지가 높은 내용들이다.
동물해방물결과 LCA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2024 복날추모행동’을 개최하고, 죽어간 닭들을 애도하는 진혼무 및 피케팅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복날, ‘삼계탕’의 진실: 교잡된 병아리들의 참혹한 삶
장희지 동물해방물결 캠페이너는 “닭들은 심각한 학대를 당하고 있을뿐 아니라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사육되고 있었으며, 이렇게 병든 닭들이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면서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밀집 사육 관행을 종식할 방안을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