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S·라이다 쓰기 어려운 소형 경량 무인기 ‘맞춤형 내비’ 개발
개미가 보금자리를 나와 먼 곳까지 외출했다가 길을 잃지 않고 귀가하는 비결을 응용한 자율비행 기술이 개발됐다. 실내에서 쓸 수 있는 데다 복잡하고 무거운 장비도 필요 없어 소형 경량 무인기에 안성맞춤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네덜란드 델프트공대 연구진은 최근 특정 장소에 갔다가 정확하게 이동 경로를 되짚어 돌아올 수 있는 소형 경량 무인기를 개미의 생체 특성을 응용해 고안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실렸다.
연구진이 만든 소형 경량 무인기는 무게가 56g이다. 기체 폭은 12㎝다. 작고 가벼워 실내에서 사용하기에 좋다. 연구진은 “창고에서 재고를 파악하고, 산업 현장에서 가스 누출 장소를 찾는 데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소형 경량 무인기가 자율비행할 수 있도록 이동 경로와 속도를 정확히 제어하는 항법 기술이 현재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일단 지구 궤도의 인공위성을 활용하는 위성항법시스템(GPS)은 쓰기 어렵다. GPS에 사용되는 전파는 소형 경량 무인기가 주로 비행하는 건물 안에서는 잘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라이다(Lidar)’를 쓰기도 어렵다. 라이다는 레이저를 쏴 전방에 물체가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식별하는 장비다. 기능 면에서는 매우 좋다. 하지만 무겁고 전기를 많이 먹는다. 소형 경량 무인기에 장착하기가 어렵다.
연구진은 해법을 개미에서 찾았다. 개미는 자신이 특정 장소로 이동했다가 돌아올 때를 대비해 주변 풍경을 사진 찍듯 띄엄띄엄 기억하는 습성을 지니고 있다. 동시에 자신이 출발 지점에서 몇 걸음 이동했는지를 머릿속에 입력한다. 대형 동물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인지 능력에도 개미가 길을 잃지 않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이유다.
연구진은 무인기 기체에 주변 풍경을 넓게 바라볼 카메라를 달았다. 개미로 치면 눈이다. 그리고 비행 시작 뒤 주변에 보이는 풍경을 주기적으로 찍도록 했다. 그 뒤 무인기가 돌아오는 길에 이 사진을 동체 내 기억장치에서 시간 역순으로 꺼내 무인기 앞의 실시간 풍경과 비교하도록 했다. 개미의 기억법을 응용한 것이다.
연구진은 ‘오도메트리’라는 거리 측정 기술을 함께 이용해 무인기가 출발 지점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파악했다. 개미는 자신의 걸음 수를 헤아려 집에서 얼마나 떨어진 곳에 와 있는지 인지하는데, 같은 기능을 오도메트리가 하도록 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무인기가 길을 찾는 데에는 100m당 1.16킬로바이트(KB)의 메모리만 소모했다. 기억장치의 덩치와 무게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소형 경량 무인기의 자율비행에 딱 맞는 항법 기술이 나온 것이다.
연구진은 “동화 속 헨젤과 그레텔 남매가 숲속에서 조약돌을 떨어뜨려 집에 돌아온 것과 유사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