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엽수의 목재로서 경제성이 극히 떨어지고, 산불 피해를 키울뿐 아니라 재선충 피해까지 크다는 지적에도 최근 9년간 산림청이 경제림의 침엽수 비율을 1.5배로 늘린 사실이 확인됐다. 산불을 예방해야할 산림청이 도리어 산불 피해를 키우도록 조장해온 것이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경제림 조성 연도별 수종비율’을 보면 10년 전인 2014년 경제림의 침엽수 조림 면적은 8111㏊(49.5%), 활엽수 면적은 8273㏊(50.5%)였다. 이처럼 비슷했던 침엽수와 활엽수의 조림 면적은 지난해 침엽수 9138㏊(73%), 활엽수 3386㏊(27%)로 달라졌다. 산림청이 매년 450억~600억원을 들여 침엽수림을 늘려온 결과다.
역시 임 의원이 산림청으로부터 받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4년간 양묘장 양묘실적에서도 침엽수의 비율은 약 73%로 27%가량인 활엽수보다 2.7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같은 침엽수림 확대가 기후변화에 역행하는 정책인 데다 산불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침엽수림은 소나무재선충병에도 취약하고, 목재로서의 경제적 가치도 떨어진다.
소나무 위주의 침엽수림이 대형 산불에 취약하며, 산불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강원 강릉, 삼척, 경북 울진 등에서 일어난 대형 산불을 통해 증명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소나무가 활엽수에 비교해 2.4배 더 오래 타고, 1.4배 더 뜨겁게 탄다고 지적한다. 침엽수림에 산불이 날 경우 대형산불로 번질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내화성을 지닌 활엽수 등의 수종을 중심으로 한 조림사업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사회적 공감대를 얻고 있지만 산림청은 “산주들이 소나무를 원한다” 등의 이유를 대면서 소나무 식재를 고집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에 걸린 침엽수는 2022년 이전까지 30만~40만그루 정도였으나 지난해는 100만그루로 폭증했다. 매년 500억원 이상이 투입되고 있지만 산림청 방제사업으로 재선충병 확산을 막을 수 없으며, 다시 침엽수 묘목으로 산림을 복구할 경우 재선충에 더 취약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목재 이용을 위해 조성한 침엽수 위주 경제림의 경제적 가치가 낮다는 것도 문제다. 임미애 의원실이 지난 4년간의 목재이용실태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침엽수 위주의 국산 원목 내 경제림침엽수에서 나온 목재는 대부분 제재목이나 합판 등 부가가치가 높은 목재 자원으로 이용되지 못하고, 비교적 부가가치가 낮은 섬유판이나 목재칩, 숯, 톱밥, 장작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국내 합판의 경우는 전적으로 해외에서 들여온 침엽수 원목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침엽수는 합판으로 사용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임 의원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을 포함해 국제사회는 기후변화로 인한 침엽수의 쇠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한국의 기후가 온대에서 아열대로 변화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면서 “침엽수 중심의 단순림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 적응 차원에서 활엽수 등으로 수종 다변화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