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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즈비언인 이호림씨는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보건과학과 내 역학연구실에서 동료들과 성소수자 건강을 연구하는 ‘레인보우 커넥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레즈비언인 이호림씨는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보건과학과 내 역학연구실에서 동료들과 성소수자 건강을 연구하는 ‘레인보우 커넥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가까이에 동성애자가 분명히 있어요. 그 사람이 ‘커밍아웃’을 못하는 건 당신이 갖고 있을지 모르는 편견에 대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일상에서 성소수자를 만나기는 쉽지 않지만 ‘존재’한다.

■박사과정 밟고 있는 이호림씨, 여성 동성애자입니다

이호림씨(29)는 레즈비언(여성 동성애자)이다.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씨는 연구팀 동료들과 함께 ‘레인보우 커넥션 프로젝트’라는 성소수자 건강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씨의 성 정체화는 “더 행복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가까운 이들에게 동성애자라 밝히는 것을 꺼리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여전히 적대적인 한국 사회의 시선 때문에 누군가에게 커밍아웃하려 마음먹는 순간 멀어질 수 있다는 각오를 하게 된다고 했다. 또 이성애자들은 동성애 혐오를 정치·사회적 논쟁거리나 판단의 영역으로 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존재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레즈비언은 ‘여성+성소수자’라는 이중의 소수자라는 정체성을 가져 더 힘겨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곧 다음 스토리펀딩을 통해 ‘성인 트랜스젠더 건강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성소수자 삶의 경험을 연구해 정책을 만드는 전문연구자의 길을 가고 있다.

■프로그래머 함경식씨, 남성 동성애자입니다

프로그래머인 디오가 서울 망원동 소재 성소수자 공동주택 ‘무지개하우스’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을 찍는 동안 입양한 유기묘 ‘어진이’가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프로그래머인 디오가 서울 망원동 소재 성소수자 공동주택 ‘무지개하우스’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을 찍는 동안 입양한 유기묘 ‘어진이’가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프로그래머 디오(본명 함경식·33)는 게이(남성 동성애자)다. 그는 서울 망원동에 자리 잡은 성소수자들의 공동주택 ‘무지개하우스’에 살고 있다. 디오는 지난해 직장생활을 접고 소규모 공연장 티켓 서비스 개발을 하고 있다. 20대 중반까지 ‘난 왜 이럴까’ 하며 성 정체성에 대해 속앓이를 했다. 고립돼 있었다. 게이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을 만나면서 자신을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는 일은 버겁다. 가족에게도, 보컬로 활동하는 밴드의 형들에게도 커밍아웃을 못했다. “용기를 조금만 내면 되는데 얘기가 안 나와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그는 자신의 성적 지향을 알지 못하는 지인들과의 일상적 대화에서도 불편할 때가 있다. 진실한 대화를 할 수 없는 것이 답답하다고 했다. 디오는 게이 인권단체 ‘친구사이’ 운영위원이며 국내 유일 게이 합창단 ‘지보이스’의 단원이기도 하다. 쉽게 ‘혐오의 낙인’을 찍는 사회에 상처를 받지만, 시민사회단체들과의 연대에서 희망을 본다고 말했다.

■청년 정책 활동을 하는 차해영씨, 양성애자입니다

우야는 ‘남자도 여자도 좋아할 수 있다’는 바이섹슈얼이다. 우야는 서울 녹번동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에서 청년들과 함께 다양한 청년 정책 활동을 하고 있다.

우야는 ‘남자도 여자도 좋아할 수 있다’는 바이섹슈얼이다. 우야는 서울 녹번동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에서 청년들과 함께 다양한 청년 정책 활동을 하고 있다.

우야(본명 차해영·31)는 바이섹슈얼(양성애자)이다. 서울 녹번동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에서 만난 우야는 “남자를 좋아할 수도, 여자를 좋아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 10년 동안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해온 그는 최근에는 비성소수자 청년들을 대상으로 ‘젠더 감수성’ 교육에 열정을 쏟고 있다. 다양한 공간에서 성소수자의 존재를 드러내고 인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기존의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에 더해 무성애자, 성 정체성에 의문을 가진 이들까지 다양한 정체성이 드러나고 있어요. 그런데 정작 이성애자들에게 성소수자 친구 하나 없는 게 현실이에요. 이 간극을 어떻게 메울까 고민합니다.” 한편 “국내 성소수자 운동 20년 만에 동성애가 대선 이슈로 부상한 것은 반길 일”이라고 의미를 뒀다. 요즘 우야는 성 정체성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성 중립 화장실 만들기’ 프로젝트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과 서울시 성평등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17일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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