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포럼

블레어 전 영국 총리 “한국 새 정부, 모든 일 다 하려고 하면 아무것도 성취 못해”읽음

정대연·박광연 기자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경향포럼> ‘대전환의 시대-지속 가능한 미래로 가는 길’에 영상으로 참석해 대전환 시대의 리더십을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경향포럼> ‘대전환의 시대-지속 가능한 미래로 가는 길’에 영상으로 참석해 대전환 시대의 리더십을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토니 블레어 글로벌변화연구소장)는 22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대전환의 시대 - 지속 가능한 미래로 가는 길’을 주제로 열린 <2022년 경향포럼>에서 새로 출범한 한국 정부를 향해 ‘중도정치’와 정책 추진의 ‘우선순위’ 설정을 당부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대전환 시대의 리더십 : 교훈과 유산’을 주제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과 진행한 대담에서 “포퓰리스트들이 상황을 통제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며 이민·젠더 등 이슈에서 “공통분모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민주주의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 과제는 장기적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기 정책과 의사 결정을 내리는 일”이라고 밝혔다.

블레어 전 총리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딜레마’ 상황과 관련해 “각자의 국력을 키워 동맹국들에게 중국에서 발생하는 사건들과는 관계없이 스스로를 보호하고 동맹을 보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과 관계의 문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안보 지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결국에는 교섭을 통한 해결책이 도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전녹화한 대담은 주로 송 전 장관이 질문하고 블레어 전 총리가 답하는 형태로 40여 분 동안 진행됐다.

송민순 = 세계화의 부산물로 포퓰리즘과 극단주의가 대두했다. 극단주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길은?

블레어 = 포퓰리즘은 불만을 생산하기보다 불만을 이용한다. 중도의 역할은 이런 불만을 해결하는 데 필요하다. 포퓰리스트들이 상황을 통제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이민자에 대한 우려는 현실적인 우려다. 포퓰리스트는 이런 불안을 이용한다. 중도의 역할은 이민에 관한 정책을 통해 편견 없는 통제와 규범을 만드는 것이다. 젠더 이슈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공통분모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송민순 =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는가?

블레어 = 서방국가들이 러시아를 적대적으로 에워싸 전쟁을 촉발시켰다는 푸틴의 선전은 사실이 아니다.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공격 행위다. 중요한 것은 이 행위를 끝낼 방법이다. 첫째는 공격에 저항할 수 있는 군사력을 우크라에 제공하는 것이다. 둘째는 적절한 때 우크라에 자결권을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한 논의와 협상이 필요하다. 단지 영토 분쟁에 대한 교섭이 아닌 광범위한 안보 지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결국에는 교섭을 통한 해결책이 도출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해결책을 통해 추후 발생할 수 있는 공격을 억제하는 것이다.

송민순 = 민주주의에서는 늘 선거가 필요하다. 하지만 선거가 돌아온다고 해서 정치인들이 현명한 결정만 내리는 것은 아니다. 우크라 전쟁으로 무너지는 국제 식량·에너지 공급망 문제의 영향을 받지 않고 서구 민주주의가 지속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보는가?

블레어 = 내가 현직 총리라면 식량·에너지 가격 인상이 촉발한 생계비 같은 단기적인 과제 해결에 집중할 것이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와 관련된 장기 정책을 다듬는 것도 놓쳐서는 안 된다. 우크라를 지지하며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우는 유럽 국가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러시아의 석유·가스 공급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민주주의 제도 아래에서는 정치인들이 장기 전략을 수립하기는 쉽지 않다. 민주주의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 과제는 장기적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기 정책과 의사 결정을 내리는 일이다.

송민순 =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과 안보 동맹을 맺고 있거나 협력 관계에 있는 동시에 무역에 있어서는 미국보다 중국과 더욱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것이 큰 딜레마다. 특히 한국은 문제가 더 까다롭다. 어떤 조언을 하겠는가?

블레어 = 한국과 서방 국가들은 각자의 국력을 키워 동맹국들에게 중국에서 발생하는 사건들과는 관계없이 스스로를 보호하고 동맹을 보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줄 수 있어야 한다. 중국과의 탈동조화가 가능하거나, 그래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중국과의 지속적인 관여 정책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 중국 없이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없다. 중국이 만들어낼 기술 혁신은 세계 곳곳에서 가치 있게 사용될 것이다.

송민순 = 한국은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지난 30년 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쪽으로는 교섭, 다른 쪽으로는 압박을 유지하는 두 갈래 접근 방식을 택했지만 실패했다. 어떤 조언을 하겠는가?

블레어 = 북한 지도층 입장에서 현재 국제사회를 바라본다면 핵무기 필요성을 주장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크라 또한 러시아와 서방국가에 체제 보장을 약속받고 핵무기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다시 한번 중국과 관계의 문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씀드린다. 북한을 제재하는 데 있어 근본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송민순 = 한국의 새 대통령이 직면한 도전 과제에는 사회 분열, 안보, 경제 등 문제가 혼재해 있다. 분열된 진보와 보수의 화합을 위해 특히 필요한 해결책은?

블레어 = 두 가지 전략을 말하고 싶다. 나는 중도정치를 지향한다. 역동적인 중도를 가진 국가는 성공할 수밖에 없다. (이민·젠더 등 이슈에서의) 문화적 전쟁은 생각보다 위험하고 그 전쟁을 피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내가 늘 드리는 중요한 조언은 문제를 분석하고 우선순위를 세우라는 것이다. 모든 일을 다 하려고 하면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다. 정말 중요한 4~5가지 일에 집중해야 한다. 현안이 중도와 보수 간의 분열이라면 화합을 위한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언제나 생각하는 일을 실행으로 옮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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