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친구가 고민을 털어놨다. 카페 서가에 있는 책을 한 달에 한 번씩 교체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책의 내용을 검열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어느 날 자신을 공간 컨설턴트라 소개한 손님이 비치된 페미니즘 서적을 가리키며, 상업 공간에 이런 책을 두면 안 된다고 지적한 뒤부터 시작된 검열이었다.그 얘기를 들은 친구는 자신의 관심사인 환경, 여성, 지역에 관한 책들을 숨기고 모두가 좋아할 만한 음악과 사진에 관한 책을 가져다 놓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음악과 사진에 있는 정치적 함의도 거슬리기 시작했다. 결국 모든 책을 외국 작가의 그림책으로 바꾸고 나서야 안심이 되었지만, 가끔 그 책을 자세히 읽는 손님을 보면 그림 속에서 어떤 상징을 발견해 그 의도가 무엇인지 자신에게 따져 물을 것 같아 심장이 떨린다고 했다.친구의 말을 듣고 나는 몇해 전 우연히 방문했던 국도변 낡은 휴게소를 떠올렸다. ‘빨갱이 출입 금지’ 푯말이 간판보다 크게 붙어있...
13 F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