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채식주의자>는 한강을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올려세운 작품이지만, 한국문학의 익숙한 문법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 작품이다. 작가 자신도 이 작품이 받아온 “오해의 역사”를 말하려면 긴 논문 한 편을 써야 할 정도라고 고백한 적이 있다. 이런 오해는 여주인공이 형부와 성관계를 갖는 ‘부도덕한(?)’ 장면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평균적 도덕을 위반하는 이런 장면이 이 책을 청소년 금지 도서로 지정하도록 만든 우스꽝스러운 이유가 됐던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적지 않은 독자가 불편한 감정을 토로했던 것은 이 작품이 한국문학의 토대를 형성해온 상상력을 뒤흔들기 때문이다. 단순히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을 넘어 ‘거식’을 택함으로써 ‘식물’이 되고자 하는 여성을 작품의 중심인물로 설정한 작가의 도발적 문제 제기는 익숙한 사회적 시각이나 휴머니즘적 발상으로는 접근할 수 없다. 음식을 거부하다 결국 식물의 세계로 건너가는 여주인공의 모습은 역사적 현실에서 퇴각해 자폐적 정...
![한강 ‘채식주의자’의 영혜, 폭력적 문명 질서에 맞서는 한국의 안티고네 [플랫]](https://img.khan.co.kr/news/c/600x400/2025/06/24/news-p.v1.20250624.5ea88f287fae410e8dad480342e03bc5_P1.jpg)
24 T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