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위암, 80%가 무증상…위내시경 등 검사 중요”

박효순 기자

위암수술 세계적 권위자 노성훈 연세대 의대 명예교수

위암 수술치료의 세계적 권위자 노성훈 연세대 의대 명예교수가 수술실 앞에서 4기 위암 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위암 수술치료의 세계적 권위자 노성훈 연세대 의대 명예교수가 수술실 앞에서 4기 위암 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1989년 세계 첫 전기소작기 수술
이후 비장 보존하며 림프절 절제
상부 위암 표준수술법 만든 명의

진행성 위암의 20%는 증상 없어
정기적인 건강검진 매우 중요해
전이암·1년 내외 생존 위암 4기도
최근 치료법 발전 장기 생존·완치

암 치료의 확실한 방법 중 하나가 수술이다. 위암은 국내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은 암으로, 최근 내시경 시술의 발달로 조기발견이 늘어나면서 초기암 치료 성적이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아직도 약 30%의 환자는 암이 림프절을 침범하거나(진행성) 다른 장기로 전이(병기 4기)된 상태에서 발견된다. 이런 경우 수술을 포함해 항암제 투여와 방사선 치료가 필요하다.

위암 수술치료의 세계적 권위자인 노성훈 연세대 의대 명예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위장관외과 특임교수)는 18일 “조기 위암의 80%는 진단 시 증상이 없고 진행성 위암인 경우에도 약 20%에서 증상이 없어 위내시경 등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요즘은 진행성 위암뿐 아니라 전이암의 경우에도 수술과 항암요법 등을 병용해 생존기간을 늘리거나 완치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이성 위암이란 위에서 발생한 암이 신체의 다른 부위로 전이되는 것을 말한다. 흔한 전이 장소는 간, 복막, 원격 림프절, 폐, 뼈(척추·늑골·골반골), 난소 등이다.

노 교수에 따르면, 전이의 양상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 간 또는 난소 같은 장기에 전이된 경우 전이된 장기를 위절제술과 함께 제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위암이 다른 장기에 전이되면 여전히 수술이 불가능한 사례가 많다. 위암 4기의 경우 과거에는 항암제 치료만 하고 수술을 고려하지 않았다. 이 경우 환자들의 평균 생존 기간은 1년 내외로 매우 불량하다. 하지만 항암치료제, 표적치료제, 면역치료제 등의 개발과 함께 수술 및 수술 후 관리도 발전함에 따라 최근에는 전환수술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전환수술이란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진단된 4기 위암환자에서 항암, 표적치료 등을 하여 전이암 병변을 없애거나 현격하게 줄여 수술이 가능한 상태로 만든 후 위암 병변과 주위 림프절, 필요한 경우 전이병소를 같이 제거하는 수술입니다. 이러한 전환수술을 통해 4기 위암 환자 중에 장기 생존 환자는 물론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요즘은 복강경(로봇 복강경 포함)이 위암 수술에서 적응증을 점점 넓히고 있다. 하지만 노 교수는 “위암 수술에서 중요한 것은 수술 도중 암병변을 건드리거나 만지지 않아야 하고, 림프절을 깨뜨리거나 손상시키지 않고 제거하는 것”이라면서 “복강경 수술은 조기 위암이나 임상병기가 낮은 진행성 위암환자에서 시행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특히 암이 위벽의 가장 바깥층인 장막까지 침범한 경우 이러한 원칙을 지키는 것이 복막 재발을 줄이고 생존율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위암 수술의 예후(치료 경과 및 결과) 등을 결정하는 요소 중 중요한 것이 철저한 림프절 절제이다. 따라서 복강경 수술을 진행암에서 시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다.

“개복 수술의 경우 암병변을 수건 같은 종류의 타월 등으로 감싸고 수술함으로써 암병변을 만지지 않고, 암세포가 복강 내로 떨어져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복강경 수술에서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또한 긴 기구와 모니터를 사용하는 복강경 수술은 개복수술에 비해 림프절에 자유롭게 접근하기 어렵고, 림프절이 크거나 여러 개의 림프절이 서로 엉켜 붙어 있는 경우 림프절을 손상시키지 않고 절제하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노 교수는 1989년에 세계 최초로 위암수술에서 칼이나 가위 대신 전기소작기를 이용해 조직을 자르고 림프절 절제를 시행했다. 이 수술법은 수술 중 출혈을 최소로 줄이고 수술시야를 깨끗하게 유지하면서 수술을 할 수 있다. 수술시간이 현저하게 줄고 환자의 회복이 빨라 당시 2주 입원기간을 10일 이내로 단축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비장을 제거하지 않고 보존하면서 림프절을 절제하는 수술(비장보존 위전절제술)을 처음 시행했고, 이것이 상부 위암의 표준수술법이 되었다. 최근 몇 년 전부터는 4기 위암환자의 치료를 위해 항암치료로 ‘전이 병소를 치료한 후에 위 절제와 림프절 절제를 하는 전환수술’을 활발하게 시행하고 있다.

연세암병원 병원장(2013~2019)으로 명성을 날린 노 교수는 1987년부터 32년간 세브란스병원에서 외과 교수로 복무했고, 2019년 2월 정년퇴임 후 그해 3월부터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특임교수로 근무 중이다. 한 주에 6~7건의 개복 위암 수술을 담당한다. 그의 좌우명은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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