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이불에 오줌 싸고 갑자기 짜증 내는 아이 ○○ 때문이라고?

채종일 한국건강관리협회장,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어린이를 노리는 ‘요충’

가늘고 날렵한요충 성충(암컷)의 모습.

가늘고 날렵한요충 성충(암컷)의 모습.

2~13㎜의 선충, 대장에 기생
집중력 저하·피부염 등 유발
드물게 맹장염 일으키기도

가정·유치원서 감염자 나오면
구성원 전원 구충제 복용해야

얼마 전 유치원과 유아원 원아들의 요충(蟯蟲) 감염에 대한 논문 한 편이 발표되었다. 이 논문은 한국건강관리협회가 지난 12년 동안(2008~2019년) 전국 5개 광역도시와 9개 도에서 총 63만8354명(매년 약 5만명)의 유아 및 학령 전 아동(1~6세)을 대상으로, 항문도말법으로 요충 검사를 시행한 후 그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IMG02]결과에 따르면 요충란 양성률이 2008~2009년에 전국 평균 1.9%(1.8~2.0%)였던 것이 점차 감소하여 2019년에는 평균 0.6%로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조사 기간 동안 여자아이들에 비해 남자아이들의 양성률이 조금 더 높았다. 이 결과는 우리나라 학령 전 아동들의 요충 감염률이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꾸준히 조금씩 감소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대상 아동 수가 총 60만명이 넘고 12년에 걸쳐 장기적인 추이를 본 것이어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요충은 길이 2~13㎜의 선충(실처럼 생긴 기생충)으로 사람의 대장(큰 창자)에 기생하며 암수딴몸으로 되어 있다. 암컷에 비해 수컷은 매우 작고 왜소하다. 암컷은 사람 몸에서 100일 정도 살 수 있는데, 자궁 내에 충란이 가득 차도록 성숙하면 항문으로 기어 나오고 날카롭게 핀(pin)처럼 생긴 충체 후반부를 항문 주위 피부에 꽂고 꿈틀꿈틀 움직이면서 충란 약 1만3000개를 모두 다 배출한다. 충란을 모두 배출한 암컷은 기진맥진하여 그 자리에서 죽는다. 수컷은 대장에서 암컷과 교미하여 정자를 제공한 후 자연적으로 체외로 배출되어 생을 마감한다.

암컷이 항문 주위 피부에서 산란할 때 감염된 아이들은 심한 가려움증을 느낀다. 무의식적으로 항문에 손이 가며 긁게 되는데, 이때 충란이 몇십 개 또는 몇백 개 손가락 끝에 묻게 되고, 손이 입으로 간다든지 과자 등 음식물을 먹을 때 함께 입으로 들어가 재감염의 악순환이 계속된다. 충란은 옷에 묻은 채 오래 생존할 수도 있고 손을 잡을 때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수도 있다. 집 안의 먼지, 손톱 밑, 버스나 전철의 손잡이, 지폐, 동전, 장난감 등에서 요충란이 검출되기도 한다.

요충에 감염된 아이가 항문을 심하게 긁을 때 항문 주위 피부염과 2차 세균 감염이 생겨 고생하며, 드물게는 장내에서 충수돌기염(일명 맹장염)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유아들은 잠자는 도중 이불에 소변을 지리거나 깜짝깜짝 놀라기도 한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아이들은 집중력이 떨어지고 짜증을 자주 내며 학교 성적이 오르지 않는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초래하는데, 유심히 관찰하지 않으면 요충 감염 때문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할 수가 있다.

요충은 집단감염을 일으키는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한두 사람의 감염이 확인되면 가족 전원이 구충제(알벤다졸 절반 또는 1정)를 복용해야 한다. 유아원, 유치원에서 감염자가 발생하면 구성원 전원(선생님들 포함)이 구충제를 복용하는 것이 기본 수칙이다. 요충은 재감염이 워낙 빠르고 감염력이 강해 한 번의 투약만으로는 성공적인 관리효과를 얻기가 어렵다. 개인 및 집단 투약을 20일 간격으로 3회 이상 해야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채종일의 기생충 X파일]⑦이불에 오줌 싸고 갑자기 짜증 내는 아이 ○○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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