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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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의류공장 참사 생존자들 보상금 한푼 못 받은 채 사기만 당해
지난해 4월 1200여명의 사망자를 낸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라나플라자 붕괴 사고 당시 8층에서 작업 중이던 무크타 베굼이 죽음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대참사 현장에서 살아남은 그도 생존자들로부터 ‘벼룩의 간’을 빼먹기 위해 달려드는 온갖 사기꾼들의 손아귀는 벗어날 수 없었다.사고 당시 등에 입은 부상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베굼은 어느 날 집에서 전화를 한 통 받았다. 다카 외곽에 있는 아술리아의 ‘하지 미잔 시장’으로 가면 부상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되는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안내 전화였다. 하지만 힘들게 찾아간 의료센터에 의사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들은 진통제와 위장약 몇 알을 주더니 150다카(약 2100원)를 요구했다. 베굼은 “약값을 내고 나니 겨우 집에 돌아올 차비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등 부상 때문에 평생 일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나에게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다카트리뷴은 라나플...
2014.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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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최저임금 시위 주도 노동자 100여명 해고
캄보디아 최저임금 인상 시위에 참여한 노동자 5명이 이달 초 경찰의 유혈진압으로 숨진 데 이어 시위를 주도한 봉제공장 노동자 및 노조 간부 100여명이 최근 무더기 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해고한 기업은 아디다스, 아르마니 등 유명 브랜드 납품업체여서, 글로벌 기업의 윤리적 책임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프놈펜포스트는 28일 프놈펜 외곽에 위치한 12개 봉제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100여명이 갑자기 해고됐다고 보도했다. 이들 대부분은 월 80달러인 최저임금을 160달러로 인상해달라는 시위를 주도한 노조 간부였다. 해고자 가운데 현지에 진출한 한국 업체 소속 노동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소포른 캄보디아노조연맹(CATU) 의장은 “이들은 파업에 참여했거나 다른 노동자에게 참여를 독려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면서 “일부 공장은 계약 종료라는 변명을 내세웠지만, 해고당한 사람들은 모두 계약기간이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노조연맹은 프놈펜 외곽의 맨해튼 ...
2014.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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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경찰과 시위대 충돌로 8명 부상
캄보디아 경찰이 26일 프놈펜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이던 군중과 충돌해 최소한 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현지 언론과 외신들이 보도했다.이들 매체는 목격자들을 인용해 약 300명의 시위대가 이달초 시위 도중에 체포된 근로자 등 23명의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하려다 경찰과 충돌했다고 전했다. 이들 시위대는 집회장인 자유공원으로 들어가려다 저지당하자 경찰에 돌 등을 던지며 저항했으며 경찰은 진압봉과 전기충격기 등으로 해산을 시도했다.목격자들은 약 15분쯤 벌어진 양 측의 충돌 과정에서 최소한 8명의 시위 참가자가 다치고 2명이 체포됐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시민운동가 11명도 반정부 시위를 벌인 혐의로 구속된 인사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외국공관에 전달하려다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이달초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근로자들과 경찰의 충돌과정에서 5명이 숨지는 유혈사태가 발생하자 프놈펜 일대에서의 시위를 금지했다.
2014.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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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탓’ 하는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때문에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한국대사관이 캄보디아 군·경찰 당국과 긴밀히 협조해 온 끝에, 군이 카나디아 공단 내 우리 기업만 직접 보호조치를 수행해 주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약진통상의 공수부대 출동 요청 의혹과 맞물리면서 일파만파 확산됐고, 급기야 미국 인터넷 언론 ‘글로벌포스트’가 기사화하기에 이르렀다. 기자가 캄보디아에 머무르는 동안 만난 국제기구 및 비정부기구(NGO) 관계자 모두가 한국대사관의 페이스북 소동을 알고 있을 정도였다.대사관은 논란이 확산되자 사흘 후 이 글을 삭제했고, 지난 17일 두 번째 장문의 공지글을 올렸다. “일부 ‘악의적인 기고문’ 때문에 이번 유혈사태의 배후에 대한민국 공관과 기업들이 있는 것처럼 잘못 알려지고 있다”면서 “대사관이 군과 접촉해 한국 기업의 재산보호를 요청한 것은 맞지만, 이는 중국과 일본 등 다른 나라들도 당연히 했을 조치”라는 내용이었다. 누구도 대사관이...
201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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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청사, 노동자 옥죄기보다 현실 인정하고 대안 모색해야”
나흘간 캄보디아에서 만난 의류산업 종사자들은 저마다 “이대로는 못 산다”고 말했다. 한국 봉제업체들은 임금을 올려주면 수주 경쟁에서 밀려 도산할 판이라며 “우리는 불법파업의 피해자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들의 주장대로 모두가 피해자라면 목숨을 걸고 시위에 나선 캄보디아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고물가 탓 실질임금 2001년보다 낮아유엔 인권보고관, 발포 책임자 조사 촉구“한국회사 손배 청구 반인권적” 비판도공장에서 10년을 일했지만 남은 것은 200달러의 빚뿐이라는 여공 롬 파비(31)가 최저임금 인상 시위에 나선 것은 “나도 ‘꿈’이란 것을 가져보고 싶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면 공장 운영이 힘들어진다는 업체들의 주장 역시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글로벌 의류산업은 동남아 저임금 노동자-현지 하청업체-유명 브랜드의 먹이사슬 구조로 이뤄져 있다. 월마트, 나이키 등 글로벌 브랜드 업체들은 막강한 구...
201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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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도 힘들지만 우리도 도산할 판”
“지난달 직원들 월급을 주려고 사채까지 썼다. 물가가 올라 노동자들 삶이 좀 어려워진 것은 알지만 도산을 할 수는 없지 않으냐.”글로벌 의류제조 산업은 무한경쟁의 세계다. 생산원가가 아니라 누가 더 싸게 납품가를 제시하느냐로 명운이 갈린다. 월마트, 갭, H&M, 필라 등 유명 브랜드들은 가장 싼 가격을 제시하는 하청 업체를 찍어 오더(주문)를 내리면 그만이다.▲ 하청업체 공장주들 월급 주려고 고리사채“물가 폭등부터 잡아야” 사장들은 정부에 불만캄보디아 프놈펜 의류산업단지 시위 유혈진압 뒤 노동자들의 열악한 삶에 다시 세계의 관심이 쏠렸지만, 공장주들에게도 사정은 있다. 그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저항하는 이유는 그들 역시 유명 브랜드들 앞에선 ‘을’이기 때문이다. 프놈펜에서 14년째 의류회사 가원어패럴을 운영하고 있는 차경희 대표는 지난달 직원들 월급을 주기 위해 월 이자가 30%가 넘는 사채를 빌렸다. 파업 기간 조업을 멈췄던데다, 최근 1년 새 ... -
“꿈의 직장 봉제공장서 10년…빚만 남았다”
캄보디아 북서부 콤퐁톰에서 태어난 롬 파비(31·사진)는 집안 형편 때문에 초등학교 1학년만 마치고 남의 집에서 식모살이를 시작했다. 나이를 좀 먹은 후엔 어머니와 함께 거리에서 빵을 팔았다. 그러는 사이 친구들은 하나둘 도시로 떠났다. 명절을 맞아 고향에 내려온 친구는 파비에게 “20달러만 주면 프놈펜의 봉제공장에 취직할 수 있도록 말을 잘해주겠다”고 했다. 파비는 돈을 꿔 20달러를 마련해 친구에게 건넸다. 봉제공장은 주로 인맥을 통해 사람을 뽑기 때문에 뒷돈이 오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믿었던 친구는 돈만 챙겼고 공장 관리자는 “키가 너무 작다”며 파비를 채용하지 않았다. 3개월 동안 프놈펜을 떠돌다가 겨우 한 공장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그는 “아주 큰 기대를 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열심히 일하고 아껴 쓰면 집에 돈을 부쳐주고도 나를 위해 쓸 돈을 조금이라도 모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16일 말했다.프놈펜의 봉제공장이 파비 같은 소녀들에게는 ‘꿈의 직장’...
201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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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달러 월급, 아프면 적자…“햇볕 드는 방 한 칸이 꿈”
페틸(30·가명)은 캄보디아 프놈펜의 의류노동자다. 그는 자신이 일하고 있는 약진통상 공장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속칭 ‘벌집’에서 살고 있다. 좁은 골목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철문을 열면 그의 2평 남짓한 방이 나온다. 방에 있는 가구라고는 작은 나무 평상과 옷걸이 용도로 쓰이는 가로 막대가 전부다.창문이 열리지 않아 낮에도 방 안은 컴컴하다. 슬레이트 천장은 여름이 되면 뜨겁게 달궈져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온도가 올라간다. 구석에 놓은 녹슨 휴대용 가스레인지 옆에는 쌀 반자루가 놓여 있다. 이것이 그의 부엌의 전부이다. 이 방 값은 25달러, 그는 이 좁은 방을 무려 3명의 동료와 함께 나눠 쓴다. 방값을 아끼기 위해서다. 두 사람만 누워도 좁은 평상 위에 셋이 다닥다닥 붙어 자거나, 그도 아니면 한 명은 시멘트 바닥 위에서 자야 한다.▲ 창문 없는 방 3명 나눠 써최저임금 올려달라 파업공수부대 출동 무참히 진압한달 평균 130~... -
공장과 이웃한 공수부대 캠프… ‘사측서 출동 요청’ 의구심 확산
캄보디아 프놈펜의 의류산업단지에 있는 한국·미국계 기업 약진통상의 공장부지는 911 공수부대 베이스캠프와 이웃해 있다. 지난 2일 공수부대는 정문 밖에서 파업을 독려하는 시위대를 체포하면서 그중 일부를 약진통상 부지 안으로 끌고 들어가, 공장과 군 기지 사이에 난 쪽문을 통해 베이스캠프로 연행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공수부대원이 시위자를 약진통상 안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을 본 일부 사람들은 “체포된 시위자들이 약진통상 안에 구금돼 있다”고 오해하기도 했다.약진통상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진 것은 이 회사의 노동조건이 다른 기업들에 비해 특별히 열악해서도 아니었고, 이 공장 노동자들이 격렬한 시위를 벌였기 때문도 아니었다. 캄보디아 당국이 ‘이례적으로’ 이 공장 앞에서 파업을 부추기는 시위대를 해산한다며 군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프놈펜포스트 등은 “한국 기업을 지키기 위해 군까지 투입한 이유가 무엇이냐”며 캄보디아 정부를 상대로 따져 물었다.지난 3일 의류산업 노동자들... -
팔에 관통상 입은 18세 봉제 노동자 “우린 ‘160불 주세요’라고 말만 했는데”
15일 캄보디아 프놈펜 러시아병원에 입원 중인 쓰라이 데이(18)는 오른팔에 붕대를 감은 채 힘없이 누워 있었다. 그는 지난 3일 카나디아 공단에서 열린 최저임금 인상 시위에 합류했다가 군경이 쏜 총알에 오른팔을 관통당했다. 옆에는 피와 소독약이 묻은 솜뭉치가 커다란 비닐봉지에 한가득 쌓여 있었다.옆을 지키는 가족은 누나 한 명뿐이다. “엄마, 아빠 없어요. 가족은 저뿐이에요.” 누나는 한창 공부해야 할 나이부터 누나의 부담을 나눠 지겠다며 봉제공장에서 일해온 동생이 늘 안쓰러웠다.“월급이 너무 적었어요. 우린 그냥 ‘160달러 주세요’라고 말만 했을 뿐인데…. 2일부터 군인들이 몰려오기 시작하더니 각목과 파이프로 막 때리기 시작했어요. 다음날 더 많은 노동자들이 합류하니까 총을 들고 나왔어요.” 데이는 마른침을 삼켜가며 띄엄띄엄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유일 가족 누나 도우려 공장일”부상 고통에 수입조차 끊겨입원 노동자 가족 불안에 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