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05
-
(5)개인의 용기·선의에 기댄 혐오 대응은 ‘한계’…이제, 차별적 현실을 바꾸자
혐오와 차별에 맞서는 대응을 개인의 선의와 자발적 노력에만 맡길 수는 없다. 혐오에 대한 가장 좋은 대응은 혐오와 차별이 싹트지 않는 사회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차별과 혐오를 넘어서기 위해 우리 사회의 교육과 법·제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5회에서 짚어봤다. #힘이_세지는_혐오대응법 전체 내용은 http://nohate.khan.co.kr 에서 볼 수 있다.“혐오표현에 대항하기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차별적 현실 그 자체다.” 추지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말한다.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차별적 사회구조 속에서 벌어지는 혐오와 차별에 맞서 개인이 용기를 내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 사람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 익숙해진 나머지 당연하게 여길 때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가 당할지도 모르는 보복과 불이익에 침묵하기도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차별과 혐오가 벌어지지 않는 사회·문화 환경을 가꿔야... -
(5)연령·인종·성별·성적 취향…다양성 공존하는 사회일수록 부·창의성 증가
‘게이 지수(gay index)’라는 게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는 개방성과 다양성을 측정하기 위해 게이(동성애자)를 지표로 삼았다. 게이들의 밀집도를 기준으로 지역의 순위를 매긴 결과 게이가 많이 거주하는 도시일수록 첨단산업이 발달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샌프란시스코, 워싱턴DC, 오스틴, 애틀랜타, 샌디에이고, 시애틀 등이 그곳이다. 1990년 게이 지수 상위 10대 지역 가운데 6곳이 첨단산업 밀집 상위 10대 지역과 일치했으며, 2000년 게이 지수 상위 10대 지역 가운데 5곳이 첨단산업 밀집 10대 지역에 속했다. 플로리다는 “동성애는 우리 사회에서 다양성의 마지막 전선이고 게이 공동체를 받아들이는 지역은 모든 종류의 사람들을 환영한다”며 “첨단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사고의 다양성과 개방성을 갖춘 지역에 이끌린다”고 주장했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중요한 것은 게이가 아니라 게이를 포용할 수 있을 정도의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환경이나 ...
2017.11.03
2017.10.30
-
(4)“우리는 모두 소수자” 인식의 전환 이뤄질 때 혐오와 차별도 사라져
내 안의 ‘소수자성’을 돌아보는 것은 타인을 향한 혐오를 넘어서는 첫걸음이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권력으로 짓눌리는 약자의 자리에 놓이고, 인종이나 계층 때문에 편견의 대상이 되고, 불평등한 차별을 당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는 것이다. 이 같은 내 안의 ‘소수자성’을 포용하는 것은 다른 시민을 이해하고 손 내밀며 연대하기 위한 마중물과도 같다. 윤김지영 건국대 교수는 “사람은 어떤 측면에서는 소수자일 수밖에 없다. 나도 권력의 한 측면에서는 소수자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질 때 혐오와 차별도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킹홀리데이로 영국 와보니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경상도 출신의 남성 박영진씨(27·가명)는 한국에서 나고 자라는 동안 자신이 ‘소수자’이거나 상대적 약자라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 3년 전 영국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 약 2년간 체류하기 전까진 그랬다. 한국에서 최소 자신을 ‘중간계’ 정도는 된다고...
2017.10.29
-
(4)‘타인이 되어 보기’ 상상을 막는 이기심
중국계 혼혈 배우 클로이 베넷은 할리우드에서 아시아계가 겪는 캐스팅 불이익 때문에 아버지의 성을 버렸다. 본명은 클로이 왕이다. 미국에서 아시아계 연기자가 따낸 주연급 배역은 1%에 불과하다. 명백한 인종차별로 보이지만 이런 반론도 있다. 주관객층이 백인인 할리우드 영화의 주인공 가운데 백인이 많은 것일 뿐, 돈으로 움직이는 할리우드에서 우수한 배우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 그 변명은 검증 실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중국의 액션배우 이연걸과 미국의 팝스타 알리야가 주연을 맡은 영화 에는 남녀 주인공의 키스 장면이 들어 있었다. 시사회에서 야유를 받은 탓에 키스 장면을 잘라낸 새로운 영화 편집본이 전 세계 극장에 걸렸다. 관객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아시아계 남성 로미오’를 제거해버린 것이다. 영화 제목 그대로! 관객들이야 “없는 편이 영화적으로 더 나았다”고 말하면 그만이다. 편견은 부정과 함께 완성된다. 한국에선 어떨까? 방송 프로그램에서 여성 출연자... -
(4)혐오에 맞서 싸우는 시민들 "우리는 침묵하지 않는다, 혐오에 동조하지 않기 위해"
혐오 당사자가 혐오표현에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혐오와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당사자를 넘어서는 제3자, 시민사회의 대응이 중요하다. 4회에서는 ‘제3자’가 소수자와 연대해 혐오에 대응한 사례를 통해 우리 모두가 함께 혐오에 대응해야 하는 이유를 짚어봤다.■“‘멈추라’ 말하세요, 혐오에 동참 않으려면” - 대학 내 ‘단톡방 성희롱’ 고발한 김수현(가명)씨“ ‘혐오를 멈추라’고 말하지 않으면 혐오발언을 유희로 다루고, 혐오로 인해 누군가가 공동체로부터 배제되는 일에 동참할 수밖에 없습니다.”지난해 서울의 한 대학에 ‘단톡방 성희롱’을 고발하는 대자보가 나붙였다. 한 학과의 ‘남톡방’(남성들로만 이뤄진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사진)에서 “첫 만남에 강간해버려” “여자 주문할게 배달 좀” 등의 대화가 오가고, 실제 여학생들을 품평하며 성희롱한 사실이 알려지며 공론화됐다. 그 무렵 다른 대학에서도 ‘단톡방 성희롱’ 고발이 이어지면서 단체 ... -
타인이 되어보기- 상상력을 막는 이기심
중국계 혼혈 배우 클로이 베넷은 헐리우드에서 아시아계가 겪는 캐스팅 불이익 때문에 아버지의 성을 버렸다. 본명은 클로이 왕이다. 미국에서 아시아계 연기자가 따낸 주연급 배역은 1%에 불과하다. 명백한 인종차별로 보이지만 이런 반론도 있다. 주관객층이 백인인 헐리우드 영화의 주인공 가운데 백인이 많은 것일뿐, 돈으로 움직이는 헐리우드에서 우수한 배우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 그 변명은 검증 실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중국의 액션배우 이연걸과 미국의 팝스타 알리야가 주연을 맡은 영화 <로미오 머스트 다이>에는 남녀 주인공의 키스 장면이 들어있었다. 시사회에서 야유를 받은 탓에 키스 장면을 잘라낸 새로운 편집본이 전세계 극장에 걸렸다. 관객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아시아계 남성 로미오’를 제거해 버린 것이다. 영화 제목 그대로! 관객들이야 “없는 편이 영화적으로 더 나았다”라고 말하면 그만이다. 편견은 부정과 함께 완성된다.한국에선 어떨까? 방송 프로그램...
2017.10.22
-
(3) 힘이 세지는 혐오대응법…‘노!’ 라고 말하세요 이제부터 달라집니다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혐오와 차별에 맞서서 대응하는 건 쉽지 않다. 특히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혐오에 당사자가 대응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NO”라고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경향신문 창간 71주년 기획 에서는 지금, 여기에서 실천할 수 있는 ‘혐오대응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직접적 혐오의 대상이 되는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이 직접 혐오에 맞선 사례들을 시작으로, 당사자가 아닌 시민들과 제3자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법과 제도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순서대로 짚어보고자 한다. ‘힘이 세지는 혐오대응법’은 당장의 큰 변화를 일으키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도 혐오와 차별에 고통받는 이들에게 힘을 주고, 사회에 만연한 혐오와 차별에 작은 균열을 일으키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지면에 다 싣지 못한 자세한 내용은 웹페이지 nohate.khan.co.kr에 담았다. 혐... -
힘이 세지는 혐오대응법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혐오와 차별에 맞서서 대응하는 건 쉽지 않다. 특히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혐오에 당사자가 대응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NO”라고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경향신문 창간 71주년 기획 에서는 지금, 여기에서 실천할 수 있는 ‘혐오대응법’을 모색하보고자 한다. 직접적 혐오의 대상이 되는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이 직접 혐오에 맞선 사례들을 시작으로, 당사자가 아닌 시민들과 제3자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법과 제도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순서대로 짚어보고자 한다.‘힘이 세지는 혐오대응법’은 당장의 큰 변화를 일으키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도 혐오와 차별에 고통받는 이들에게 힘을 주고, 사회에 만연한 혐오와 차별에 작은 균열을 일으키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지면에 다 싣지 못한 자세한 내용은 웹페이지 nohate.khan.co.kr에 담았다. #힘...
2017.10.16
-
"동성애 이해 못해"..교사,부모도 혐오의 주체
#. 한 교실의 풍경이다. 사회 교과서에 성소수자에 대한 언급과 퀴어 퍼레이드 사진이 나오자 수업을 하던 교사는 학생들 앞에서 “나는 솔직히 (동성애자들을) 이해할 수 없다.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몇몇 학생들이 항의하자 교사는 “어차피 여기에 동성애자가 없으니 상관없지 않느냐”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 FTM(Female To Male·지정성별 여성이지만 남성정체성을 지님) 트랜스젠더 청소년 성소수자 ㄱ씨(16)는 커밍아웃(성정체성을 주위 사람에게 알리는 행위) 이후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용기를 내서 고백했지만 커밍아웃 이후 부모님은 ‘귀신이 씌여서 그런 것’이라며 그에게 전환치료를 강요했다. 그리고 ㄱ씨가 자고 있을 때 “우리 딸 몸에서 당장 나가”라며 ‘귀신’을 쫓아내려고 했다.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청소년’과 ‘성소수자’라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청소년이기 때문에 경제적 독립이 힘들고 발언권을 존중받기도 힘들다. 조언자 역할을 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