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17
-
‘69시간’ 논란 속 입법예고 종료…정부 “의견 더 듣겠다”
주 69시간(6일 기준) 노동으로 논란을 빚은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 법안 입법 예고 기간이 17일 종료됐다. 정부는 기한 만료와 상관없이 앞으로 대국민 여론조사 등을 통해 의견 청취를 더 하기로 했다. 정부는 애초 이날까지 의견수렴을 마친 뒤 6월쯤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격렬한 반대 여론에 부딪혀 관련 절차가 줄줄이 뒤로 밀리면서 오는 9월 정기국회 이전까지 법안을 완성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당초 정부의 목적은 실노동시간을 줄이려는 것이었지만 저희가 부족했다”며 “제도개혁과 관행개혁의 방향에서 개편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고 현장의 우려가 없도록 디테일하게 (정책을)보완하겠다”고 했다. 개편안 폐지 가능성에는 “52시간제가 도입되면서 왜곡되고 심화한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의지와 방향은 확고하다”며 선을 그었다.정부는 남은 기간 ‘보상 없는 장시간 노동’에 대한 감독에 나서겠...
2023.04.11
-
오늘은 18시간, 내일은 20시간…속옷 다섯장 들고 화물차에 오른다
‘언제 출근해서 언제 퇴근하는지’를 묻는 말에, 30년차 화물기사 김상범씨(51)는 “월요일에 나가서…”로 말을 시작했다. 그에게 출퇴근은 ‘일 단위’로 반복되는 일이 아니다. 월요일 오전 5시30분쯤부터 일을 시작해 토요일 낮에 귀가한다. 주말 특근이 있으면 토요일 저녁에야 일이 끝난다.“월요일에 속옷 다섯 장, 양말 다섯 켤레, 티셔츠 두어 장 챙겨서 나와요.” 지난 7일 오전 충남 아산의 한 주유소에서 만난 김씨는 블랙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입에 대며 말했다.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허허.”김씨가 평일에도 귀가하지 못하는 건 하루 18시간을 넘어가는 운행 시간 때문이다. 김씨는 충남 아산의 자동차 부품공장과 서산의 완성차 공장을 수차례 왕복한다. 운임은 낮은데 낡은 트레일러의 유지비는 매년 치솟고, 유류비와 지입료 등 비용도 만만찮다. 18시간은 넘게 일해야 겨우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집이 공장과 가까운 아산인데도 김씨가 퇴근하지 못...
2023.04.07
-
청년들 “공짜 야근 허다한데…장관은 알고 있나요”
양대노총 소속 청년노동자들‘근로시간 제도개편안’ 폐지 촉구“노사 협의 불가능한 현실” 우려양대노총(민주노총·한국노총) 소속 청년노동자들이 공개 토론회를 열고 정부에 ‘근로시간 제도개편 방안’을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부 개편안과 관련해 일부 청년의 의견만 듣고 양대노총 청년노동자는 만나지 않는 등 ‘선택적 소통’을 한다고 규탄했다. 청년노동자들은 이 장관을 토론회에 초청했지만 이 장관은 불참했다.“일부 청년만 만나 선택적 소통”토론회 불참한 이 장관 비판양대노총 청년노동자들은 지난 6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이정식 장관 없는 이정식 장관-청년노동자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앞서 지난달 15일 민주노총 청년노동자들은 노동부 행사장에서 기습 시위를 벌이고 이 장관을 향해 노동시간 개편안 폐기를 요구했다. 당시 이 장관은 “나중에 면담 자리를 잡겠다”고 했지만 이후 양대노총에 간담회·토론회... -
“매일 야근, 쓰러져 자고 다시 야근”…노동장관 향해 청년들이 한 말은
양대노총(민주노총·한국노총) 소속 청년 노동자들이 공개 토론회를 열고 정부에 ‘근로시간 제도개편 방안’을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부 개편안과 관련해 일부 청년의 의견만 듣고 양대노총 청년 노동자는 만나지 않는 등 ‘선택적 소통’을 한다고 규탄했다. 청년 노동자들은 이 장관을 토론회에 초청했지만 이 장관은 사전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양대노총 청년 노동자들은 지난 6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이정식 장관 없는 이정식 장관-청년노동자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앞서 지난달 15일 민주노총 청년 노동자들은 노동부 행사장에서 기습 시위를 벌이고 이 장관을 향해 노동시간 개편안 폐기를 요구했다. 당시 이 장관은 “나중에 면담 자리를 잡겠다”고 했지만 이후 양대노총에 간담회·토론회 등을 제안하지는 않았다. 청년 노동자들이 이 장관에게 6일 토론회를 갖자고 제안했지만 이 장관은 불참했다.분노한 청년들 “‘주 69시간제’ 보완...
2023.04.06
-
“4주 연속 하루 13시간 근무…살려달라”
정보기술(IT)·게임 기업 10곳 중 8곳이 포괄임금제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노동시간을 따지지 않고 매월 일정액의 시긴외근로수당을 지급하는 포괄임금제는 장시간 노동, 공짜 노동의 주원인으로 꼽힌다.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IT위원회는 지난달 IT·게임 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들이 소속된 111개의 회사 중 포괄임금제를 적용 중인 곳이 84곳(76%)이라고 6일 밝혔다.포괄임금제 적용 사업장 84곳 중 74곳(88%)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이 만연해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39곳(46%)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심각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응답자들은 자유의견을 내는 곳에 “업데이트 전 크런치 기간이라고 일일 13시간 근무를 4주 연속 한 적 있다. 살려달라” “포괄임금제가 인력 자유이용권처럼 악용되다 보니 야근을 당연하게 여긴다” “사람을 싸게 쓰는 최악의 노동제” “SI(시스텝 통합)... -
3일 동안 11시간 휴식…과로사요? 우린 이미 ‘시체’입니다
육상·수상·항공운송 등 5개 업종서면합의로 근로시간 조정 가능사실상 ‘무제한 연장근로’ 부여결혼·취미 등 ‘보통의 삶’ 못 누려“연애할 시간조차 없어요. 그러다 보니 노총각도 다른 직종에 비해 많고요.”항공기 지상조업사 ‘샤프에비에이션케이’(샤프항공) 인천지점에서 일하는 A씨는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된 지상조업 노동자 현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상조업이란 항공기 유도·견인, 항공기 내·외부 청소, 급유, 수하물·화물 탑재 등의 업무를 말한다. 항공기가 지상에 있을 때 필요한 업무는 모두 지상조업 노동자들의 손을 거친다.공항은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기 때문에 샤프항공 노동자들은 교대제 근무를 한다. 오전조는 아침 7시에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하는 것이 기본 일정이다. 하지만 오후 4시에 ‘칼퇴근’하는 노동자는 거의 없다. A씨는 “기본적으로 3시간 잔업이 일상이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직원이 줄었는데 이후 충원이 여의치 ...
2023.04.04
-
노동부, 윤석열 정부 노동시장 개편 컨트롤타워 ‘노동개혁정책관’ 신설
고용노동부가 ‘노동개혁정책관’ 자리를 신설해 노동시장 개편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노동부는 4일 “오늘 국무회의에서 노동개혁정책관 신설을 담은 ‘노동부와 그 소속 기관 직제 일부 개정령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그간 노동시장 개편 과제는 노사협력정책과, 노사관계법제과, 임금근로시간과, 노동현안추진반, 노사관행개선 지원 태스크포스(TF) 등이 나눠서 추진했다. 노동부는 “노동정책실 내 국장급 조직인 노동개혁정책관은 부처 내 각각 진행되던 노사 법치주의, 노동규범의 현대화, 이중구조 해소 등 노동개혁 과제들을 통일된 전략 아래 추진한다”고 밝혔다.노동개혁정책관 아래에는 노동개혁총괄과, 노사관행개선과, 임금근로시간정책과, 공공노사관계과 등 4개 부서가 생겼다. 이에 따라 노동정책실은 기존 ‘3관·9과’에서 ‘3관·11과’로 재편됐다. 기존 공공노사정책관 자리는 없어졌다.노동개혁정책관 아래 4개 부서 중 노동개혁총괄과는 “노동개혁 정책과 법·제도 개선과제 전반에...
2023.04.02
-
‘선택적’ MZ 소통 추구하다 ‘주 69시간제 역풍’…정부·여당에 “다양한 청년 목소리 들어라”
“정부는 선택적, 편향적 간담회를 하고 있습니다.”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이 2일 ‘정부가 MZ(밀레니얼+Z세대)세대 의견을 듣고 있다’고 기자가 말하자 내놓은 답이다.정부는 지난달 14일부터 급하게 MZ세대 의견 청취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같은 날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이후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초 입법예고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주 69시간제’로 불리며 여론이 악화했다. 소위 ‘MZ 노조’로 불린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이하 새로고침)도 “주 69시간제는 과거로의 퇴행”이라며 입법예고에 맞섰다.하지만 이후 노동부와 국민의힘이 만난 MZ 노동자는 다양하지 않았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15일 새로고침을 만났고, 22일 재차 간담회를 열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지난달 16일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 ...
2023.03.30
-
전문가들 “주 69시간이 극단적 가정? 정부, 현실 외면하나”
“지금도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습니다. 주 최대 69시간까지 적법해지면 이를 초과하는 각종 편법과 꼼수들이 반드시 등장한다는 점을 정부는 인식해야 합니다.”노동법·직업환경의학 전문가들이 ‘주 69시간(6일 기준)’까지 노동을 시킬 수 있는 정부의 노동시간 개편안을 두고 “건강권, 선택권, 휴식권 모두 보장할 수 없는 방안”이라고 지적했다.노동법·직업환경의학 전문가들과 현장 노동자들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개악과 노동자 건강권’ 토론회를 열었다. 민주노총·한국노총과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예방TF, 정의당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주최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연 단위 하면 18주 연속 64시간…극단적? 현실 보라”발제를 맡은 박성우 노무사(노동법률단체 직장갑질119 야근갑질특별위원장)는 정부의 입법안이 연장노동 상한 제도의 입법 취지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박 노무사는 “정부안은 현재 52시간 상한제... -
장하준 “‘주 69시간’이 선진국형? 그런 선진국이 어딨나”
장하준 런던대 경제학과 교수가 윤석열 정부의 ‘주69시간제’ 도입 시도를 “굉장히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 강조하는 장시간 ‘노동할 자유’에 대해선 “진정한 자유가 아니다”라고 혹평했다. 장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얘기하는 자유는 기업의 자유, 가진 자들의 자유냐’는 말에 “그렇다”고 말했다.장 교수는 3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장 교수는 ‘윤 대통령은 자유를 강조한다’는 진행자 질문에 “자유 얘기가 나오면 누구의 자유인지, 무엇을 할 자유인지 꼭 물어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1973년 칠레에서 3000여명 사망으로 이어진 쿠데타와 군부독재를 예로 들며 “그때 자유시장 경제의 대부 프리드먼과 하이에크는 피노체트를 지지했다. 그 사람들 경제이론에서 제일 중요한 자유가 경제적 자유이고, 그 중에서도 재산을 가진 사람들이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해서 돈을 벌 자유를 제일 중요시하기 때문”이라고 했다.그러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