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복들 죽어 앞이 안 보이는데합동조사단조차 꾸려지지 않아”전남 완도군 금일읍 도장항에서 1㎞쯤 떨어진 한 전복 양식장. 한명근씨(43)가 지난 16일 오후, 어선의 크레인을 움직여 가두리 양식장을 들어올렸다. 양식장 한 칸에는 미역과 다시마를 먹여 2년 반을 꼬박 키운 전복 600미가 살았었다. 늘 설렘과 반가움으로 길어 올리던 전복을, 요즘 한씨는 괴로움과 미안함으로 끌어올린다. 한씨가 직사각형 칸이 나뉜 양식장을 배 위에 올리고 직각으로 들어올리자 후드득, 전복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했다. 살아 있는 전복은 빨판으로 단단히 그물에 붙어, 아무리 흔들어도 떨어지지 않는다.“반은 죽었네. 반은 죽었어.”읊조리며 뱉은 한숨이 대수롭지 않은 듯 동료 어민들이 위로의 말을 건넸다. “에이, 반절 아니다. 30%다. 이 정도면 양호하네.” 골라서 뜯어낸 ‘산 전복’ 10여미를 한씨가 무심한 표정으로 썰어 냈다. “남의 전복이 제일 맛있더라.” 웃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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