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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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하고, 당당하게…간절해서, 애틋했다
개인전에선 조용히…목이 쉬어 빠이팅 못해요김제덕(17)의 “빠이팅” 소리는 2020 도쿄 올림픽의 시작을 알렸다.첫날부터 메달 사냥을 시작한 양궁장에서 대표팀 막내 김제덕은 우렁차게 “빠이팅”을 외쳐댔다. 늘 신중하게 집중하며 활을 쏘는 양궁장 특유의 적막을 깬 파이팅 소리는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대한민국 선수단의 최대 히트작이 됐다.경기 뒤 인터뷰에서도 늘 ‘빠이팅’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혼성단체전과 남자단체전 금메달로 2관왕에 오르는 동안 끊임없이 파이팅을 외쳤던 김제덕은 마지막 남자 개인전을 앞두고는 차분하게 경기하겠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목이 쉬어서”라고 답해 웃음바다를 만들었다.쾌활하고 패기 넘치는 소년 궁사 김제덕은 효자이기도 하다. 요양병원에서 TV를 보며 응원하던 할머니가 어릴 적 손자와 추억을 떠올린 듯 “제덕아, 개밥 주러 가자”라고 외치는 모습은 많은 국민을 뭉클하게 했다. 할머니 손에 자랐고 몸이 불편한 아버... -
피곤하고 무덥고 ‘지지받지 못한’ TOKYO…무대를 빛낸 ‘젊고 강한 코리아’ OLYMPICS
8일 폐회식을 끝으로 막을 내린 2020 도쿄 올림픽. 17일간의 열전이 펼쳐진 도쿄는 ‘두 얼굴의 도시’였다. 코로나19 대확산세 속에 개막 자체가 불안했던 만큼 대회 자체는 아슬아슬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한국은 올림픽을 통해 희망과 과제를 만났다. ‘Tokyo Olympics’의 철자 하나하나로 도쿄 올림픽을 돌아본다.악명 높은 더위, 선수들 악전고투일본 국민도 반대한 무리한 대회맥없고 메시지도 실종된 개회식■ Tired schedule(피곤한 일정) = 취재활동계획서(액티비티 플랜)의 승인 여부에 대한 답을 개막 직전까지 받지 못한 기자들이 적잖았다. 코로나19 검사로 인해 30~40분이면 족히 될 입국심사가 몇 시간씩 이어지는 등 모든 절차에 평소 몇배의 에너지를 소모해야 했다. 현지 일본 사람들과의 접촉을 금하려는 동선 통제로, 도쿄에선 외국인이 아닌 이방인으로 지내야 했다.■ Odious weather(끔찍한... -
올림픽 네 번 나간 기자도 “이런 대회는 없었다”
지금까지 이런 올림픽은 없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올림픽이 강행됐다. 경쟁은 뜨거웠지만 환호도 박수도 현장에는 없었다. 모두가 갇혀 있었다. IOC는 100년 넘은 모토에 ‘다 함께’를 더했지만 버블 올림픽은 ‘함께’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경향신문·스포츠경향 특별취재단이 도쿄 올림픽을 취재하며 느낀 20일 동안의 기록.따가운 시선·파행 운영 피로감전 세계 기자들 연대감도 사라져조직위 식사 제공도 여의치 않아 편의점 순례하며 끼니 때우기도정진화·전웅태 포옹에 ‘울컥’여 배구엔 감동 넘어선 숭고함이용균 차장(균) = 하계 아시안게임 3차례, 동·하계 올림픽도 이번이 4번째인데 도쿄 올림픽처럼 이상한 대회는 없었어요. 그래도 올림픽에 오면 전 세계 스포츠 라이터들이 연대감 같은 게 느껴졌는데, 이번에는 다들 마스크 뒤 피곤함만 잔뜩.김은진 차장(진) = 실제로 도쿄 시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매일 느꼈어야 했어요. 취재진... -
올림픽 이후 스가의 미래 '암울'···아사히신문 여론조사 30%대 깨져 '역대 최저'
도쿄올림픽은 무사히 치렀지만 정권 지지율은 최저치를 기록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의 지지율이 28%로 조사돼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아사히신문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아사히신문은 지난 7~8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395명(유효 응답자 기준)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 여론조사를 한 결과, 스가 내각 지지율은 28%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스가 내각 지지율이 일본 주요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3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2012.12~2020.9) 때의 아사히 여론조사 기준 최저 지지율(2020년 5월) 29%보다도 낮아졌다. 아사히신문이 도쿄올림픽 전인 지난달 17~1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스가 내각 지지율은 31%로, 올림픽 기간 3%포인트 하락한 셈이다. 스가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 비율도 직전 조사 때 49%에서 이번에 53%로 4%포인트 상승했다. 도쿄올림픽과 관련해 스가 총리가 언...
2021.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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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만큼은 안 했으면 했는데…앞서가는 동생의 등을 보며 마음 편해져”
시간이 지날수록 메달의 꿈은 점점 멀어져갔다. 고개 들어 앞을 보니 다행히 동생의 등이 보였다. 순간 오히려 마음은 편해졌다. 결승선을 통과하자마자 쓰러져버린 그에게 동생이 달려왔다. 둘은 부둥켜안고 하염없이 눈물만 쏟았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올림픽 무대에서 정진화(32·LH)가 흘린 눈물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정진화는 지난 7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근대5종 남자 개인전에서 펜싱, 수영, 승마, 레이저 런(육상+사격) 5종목 합계 1466점을 얻어 전체 4위에 올랐다. 딱 한 계단만 순위를 더 끌어올렸으면 그토록 원하던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지만 그 한 발짝이 모자랐다. 이날 정진화는 승마까지 4개 종목을 치른 상황에서 2위까지 올라 4위이던 전웅태(26·광주광역시청)에 앞서 있었다. 메달 가능성도 컸다. 그런데 마지막 종목인 레이저 런에서 큰 차이로 4위로 처지면서 끝내 메달을 놓쳤다. 정진화에 앞서 3위... -
평범한 수영 선수에서…한국 근대5종의 ‘역사’가 되다
초등학교 때부터 수영 시작…우연히 육상대회 출전한 뒤 근대5종 전환리우 올림픽서 쓴맛 본 뒤 약점인 펜싱·승마 보완…도쿄서 시상대 올라근대5종은 한국에선 친숙한 종목이 아니다. 펜싱과 수영, 승마, 육상, 사격(레이저 런) 점수를 모두 합산해 순위를 결정하는 근대5종은 그야말로 ‘만능 스포츠맨’을 가리는 경기다.지난 7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근대5종 남자 개인전에서 합계 1470점으로 동메달을 따내 한국 근대5종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의 주인공이 된 전웅태(26·광주광역시청)는 일찌감치 그 싹이 보이던 선수였다.국내 근대5종 선수들은 수영 선수 출신이 많다. 전웅태도 그랬다. 초등학교 때부터 수영을 시작하며 수영 선수의 꿈을 키웠지만 아주 뛰어나진 않았다. 그러다 서울체중 진학 후 폐활량이 좋다는 이유로 우연찮게 출전한 육상경기대회에서 근대5종 코치의 눈에 띄어 근대5종으로 전환하게 됐다.근대5종의 길로 들어서... -
“왜 굳이 민감한 모양을”…클라이밍 볼더링 ‘욱일기’ 논란
지난 5일 일본 도쿄 아오미 어반 스포츠파크에서 끝난 2020 도쿄 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남자 콤바인 결선 볼더링 3번 과제 암벽(사진)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 욱일기를 단번에 떠올릴 만한 구조물이라서다.스포츠클라이밍 콤바인은 암벽을 빨리 올라가는 ‘스피드’, 높이 올라가는 ‘리드’, 그리고 4.5m 높이 인공 구조물을 로프 없이 제한된 시간에 통과하는 ‘볼더링’까지 세 가지 종목을 합산해 순위를 결정한다. ‘볼더링’은 퍼즐과 같은 구조물의 디자인에 시선이 집중되는 종목이다. 그런데 남자 결선 볼더링 3번 문제가 욱일기를 연상시킨다는 시각이 공통적으로 나온다.KBS에서 도쿄 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해설을 맡은 ‘암벽 여제’ 김자인이 이날 볼더링 과제를 보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논란의 볼더링 문제는 전체적으로 방사형의 원 모양으로 돼 있고, 노란 원을 중심으로 각 홀드(손잡이)가 그 중심으로 퍼져나가듯이 배치돼 있다.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 -
“금메달 아쉽지 않다는 말, 선수들 부담 덜기 위한 것”
김경문 도쿄 올림픽 야구대표팀 감독(63)은 “죄송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거듭 허리를 숙였다.김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은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 고개를 숙인 채 어두운 표정으로 입국장에 들어섰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전승으로 금메달을 따냈던 한국은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는 6개팀이 참가한 가운데 4위에 머물렀다. 대회 2연패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일본과의 준결승, 미국과의 패자 준결승에서 차례로 패한 데 이어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도미니카공화국에 6-10으로 재역전패하며 메달권 밖으로 밀려났다.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KBO리그는 코로나19 확산세 속에 몇몇 선수들이 서울 원정 숙소에서 술자리를 가지며 방역수칙을 위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센 질타를 받았다. 그 여파로 엔트리에 있던 선수 2명(박민우·한현희)이 교체되면서 대표팀은 무거운 분위기로 도쿄로 떠났다. 대표팀은 돌아올 때도 웃지 못했다.경기장 밖 논란도... -
‘라스트 댄스’ 마친 박인비 “다음 올림픽은 없을 것”
골프여제 박인비(33·사진)가 “다음 올림픽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인비 스스로 밝힌 올림픽에서의 ‘라스트 댄스’였다. 2016 리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인비는 7일 일본 사이타마현 가스미가세키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골프 최종라운드를 공동 23위(5언더파 279타)로 마친 뒤 “리우 올림픽 이후 지금까지 보내온 5년보다 앞으로 3년이 더 길 것 같다”며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이번 올림픽에 임했다”고 말했다.세계랭킹 3위로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박인비는 스스로 기대하고 준비했던 것보다 훨씬 못 미치는 성적으로 끝내야 했다. “그린 위에서 플레이가 엉망이었다”고 할 만큼 퍼트감각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게 결정적인 이유였다.‘퍼트의 신’ 박인비가 퍼트 난조 때문에 고개를 숙였다. 샷은 매우 뛰어났다. 버디 3개, 보기 1개를 기록한 첫날 박인비는 거의 모든 홀에서 버디 기회를 만들었지만 퍼트가 조금씩 빗나갔다. 스피드를 맞추면 ... -
아쉬움에 눈물 흘렸지만…마지막에 가장 빛난 ‘식빵언니’
김연경(33·왼쪽 사진)은 맨 마지막으로 믹스트존으로 나왔다. 한바탕 뭔가를 쏟아낸듯, 눈시울은 이미 붉어져 있었다. 늘 똑 부러지게 말하고 잘 웃고 씩씩하게 인터뷰하던 ‘식빵언니’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여러 가지가 뒤섞인 아쉬움에 “머릿속이 하얘져서 아무 생각이 나질 않는다”며 말을 잘 잇지 못했다.김연경이 인생의 마지막 올림픽 경기를 마쳤다. 김연경은 8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여자배구 동메달 결정전을 끝으로 “마지막”을 선언했다. 열일곱 살에 막내로 태극마크를 단 뒤 맏언니가 되기까지 달려온 지난 16년의 끝에서 김연경은 “조심스럽지만 오늘 경기가 국가대표로 뛴 마지막 경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각오로 도쿄에 온 김연경은 국가대표까지 마지막이라는 완전한 끝을 선언했다.김연경은 고교생이던 2005년 태극마크를 단 뒤 16년 동안 한국 여자배구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2012 런던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