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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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민주주의 퇴행과 4·10 총선
올해는 70여개 나라에서 전 세계 성인의 절반인 약 20억명이 투표하는 ‘슈퍼 선거의 해’라고 한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린다. 시민 의견을 정치에 반영해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다. 최근 치러진 러시아, 인도네시아 대선은 반자유주의와 장기집권, 세습, 유권자의 무관심 등이 확인돼 전혀 민주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스웨덴 예테보리대학의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V-Dem)는 2022년 세계 민주주의의 질이 1986년 수준으로 퇴행했다고 분석했다. V-Dem은 선거·자유주의·참여·심의·평등 5가지 원칙에 따라 민주주의 건전성을 평가한다. 국제민주주의선거지원연구소(IDEA)가 조사하는 ‘글로벌 민주주의 상태 이니셔티브(GSDI)’는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하락했다. 1975년 이후 가장 긴 하락세다. 국제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는 2023년 세계 자유가 18년 연속 감소했다고 밝혔다.... -
치솟는 생활물가, 총선 뒤가 더 두렵다
생활물가가 비상이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1% 올랐다. 농축수산물이 11.7%나 상승했다. 과일이 40.3% 올라 2·3월 연속 40%대 상승률을 기록했고, 사과와 배는 1년 전보다 90% 가까이 올라 1975년 조사 후 최대 상승률을 찍었다. 지난해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2%인 점을 고려하면 2년 누적 물가는 7% 넘게 상승했다. 식료품과 비주류음료 등 먹거리 물가는 지난해 6.3%, 올해 6.7% 올라 2년 새 13% 올랐다.그러나 경제 관료들의 물가 인식은 여전히 안이하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 할인 지원은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 조사 특성상 반영되지 않는다”면서 “현장에서 뵙는 소비자는 체감물가가 낮아지고 있다고들 하신다”고 했다. 시장에서 파는 사과 가격이 통계청 통계보다는 낮다는 주장인데,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875원’ 소동을 떠오르게 한다. 정... -
북한이 총선 개입하고 있다는 통일부, ‘북풍’ 기다리는 건가
통일부가 4·10 총선을 앞두고 “북한 관영매체에 대남 비방 기사가 늘었다”며 선거개입 시도라고 규정했다. 통일부는 2일 ‘북한의 우리 총선 개입 시도 관련 통일부 입장’을 내고 북한 매체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모략·폄훼하고 국내 일각의 반정부 시위를 과장해 한국 사회 내 분열을 조장하는 식의 기사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신문의 대남 비방 기사가 1월 7건에서 2월 12건, 3월 22건으로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증가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통일부는 “총선을 앞두고 강화되고 있는 북한의 불순한 시도에 강력히 경고한다”고 했다.하지만 통일부의 설명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정부 당국이 북한 매체 접근을 차단하고 있어 국내에 거주하는 국민이 북한 매체를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 매체 기사를 보려면 국내 언론의 인용 보도를 통해야만 하는데 국내 언론들이 대남 비방 기사를 그대로 갖다 쓰는 건 극히 드물다. 국민이 직접 접할 수 없는 북한 매체의 대남 비방 기사가 ...
202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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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차비소’ ‘지기비소’를 권함
어느 선거 당시에 있었던 일이다. 투표하러 갔는데, 막상 투표소에 들어가서도 찍고 싶은 후보가 없었다. 그래서 투표용지를 백지상태로 투표함에 넣고 나왔다. 그날 저녁에 최악의 후보가 당선됐다는 개표방송을 볼 때까지도 그렇게 후회하지는 않았다. 정작 후회가 시작된 것은 시간이 좀 흐른 뒤였다. 세상이 더 나빠지고, 그렇게 나빠진 세상이 사람들의 삶을 더 악화시킨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투표를 할 때 갈등이 생기는 경우는 계속 있었다. 늘 투표장에는 갔지만, 여러 장의 투표를 하는 선거에서 일부 투표용지는 백지로 넣기도 했다.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가 늘 분명하게 있는 유권자가 아니라면, 누구나 이런 고민을 한 번쯤은 해 보지 않았을까?정치권에서는 이번 4·10 총선의 투표율이 어느 정도 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러나 많은 선거에서 그랬듯이 투표장에 가지 않는 유권자들이 많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총선 결과를 보더라도, 투표장에 가지 않는 유... -
국정·개혁 다 잘했다는 윤 대통령 담화, 시민 울화만 키웠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의대 증원 문제에 관한 대국민 담화를 했다. 취임 후 세번째 대국민 담화인지라 꽉 막힌 의·정 대화 물꼬를 틀지 주목했으나, 윤 대통령은 ‘2000명 증원’ 입장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다.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 또한 정부의 종전 입장을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다. 의료계는 “하나 마나 한 말”이라고 혹평·반발했다. 의료대란 해법은 없고 독단적인 국정 운영 기조만 재확인한 담화였다.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2000명 증원’ 당위성을 길게 설명했다. 사람들이 이 문제를 잘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시민들은 의대 증원 필요성을 알고 있다. 단지 정부의 조정력·리더십 부재를 탓할 뿐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의사 증원 찬성’ 여론과 ‘정부 대응 비판’ 여론이 공히 높은 게 이를 보여준다. 윤 대통령은 “정치란 국민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 했지만, 절반만 맞는 얘기다. 정치의 본령은 ... -
51분간의 ‘윤석열 원맨쇼’가 알려준 것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의료개혁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했다. 2022년 이태원 참사, 지난해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에 이은 세 번째 담화였다. 관심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변화 여부에 쏠렸다. 여당인 국민의힘 내에서도 유연한 대응을 요구해온 터다.윤 대통령은 “근거도 없이 힘의 논리로 중단하거나 멈출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을 향해선 “증원에 반대하는 이유가 장래 수입 감소를 걱정하는 것이냐”고 몰아세웠다. “의료계가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논의할 수 있다”며 여지를 뒀지만, 방점은 ‘2000명 고수’ 쪽에 찍혔다고 봐야 한다.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없는 ‘원맨쇼’는 윤 대통령의 통치·소통 방식을 드러내는 ‘쇼케이스’였다. 사자성어로 분석해봤다.① 우이독경(牛耳讀經·가르치고 일러줘도 알아듣지 못함)윤 대통령은 담화 내용 대부분을 의료개혁 추진 근거와 당위성을 ... -
큰 걸음 뗀 기후유권자들, 새 국회의 과제 던졌다
네거티브 막말로 얼룩진 4·10 총선에서 그래도 발견한 희망은 ‘기후유권자’의 등장이다. 환경단체 ‘기후정치바람’이 전국 1만7000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기후 공약을 따져 투표하겠다는 유권자가 3명 중 1명꼴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선거판은 선심성 개발 공약을 남발하고 이념 전쟁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정치인 의식이 유권자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올해는 지구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된 지난해보다 더 끔찍한 폭염이 찾아올 것이라고 한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이 정한 지구 평균온도 상승 마지노선인 ‘1.5도’가 처음으로 깨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번 총선에서 대학생부터 60세 이상 노년층까지, 전국 곳곳에서 ‘기후유권자선언’이 잇따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환경단체 조사에 따르면, 유권자 5명 중 3명은 후보나 정당의 기후 공약이 마음에 들면 정치적 견해가 달라도 투표를 진지하게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극심한 가뭄을 겪은 전남 지역에서는 60대 농민들이 적극적인 ...
2024.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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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리스크와 ‘미완의 부활’ 조국
대파 한 단 값 875원이 합리적이라고 한 민생쇼는 한바탕 큰 웃음거리였다. 민생을 탐방하고 민생토론회를 24회나 진행했다는 최고권력자가 얼마나 민생경제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무지·무능·불통을 여실히 보여줬다.보수도 보수 나름이다. 수구(守舊)에만 집착 말고 시대과제와 마주해 합리적 방향으로 보충하고 고쳐지음으로써 제 소임을 할 수 있고 중도층을 품는 포괄적 정당이 될 수도 있다. 세계 정치사에서 전향적 보수의 사례는 적잖다. 하지만 한국의 보수는 원래 수구적 성향이 강한데 특히 현 정권은 너무 퇴행적, 반동적이다. 이 정부 출범 때 나는 윤석열 리스크를 경고하면서 그 ‘최대 적은 자기 자신’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은 틀리지 않았다.대체 이 정부가 할 줄 아는 게 뭔가? 윤석열 리스크 넘버1은 내로남불이다. 권력의 사유화와 무도한 오남용으로 제 식구를 감싸고 스스로 내건 공정과 법치를 짓밟아 자기 발등을 확실히 찍었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에 이어, 채모 ... -
투표 전 챙겨볼 윤석열 정부 2년 일지
한국갤럽의 3월 마지막 주 조사에서 이번 총선이 윤석열 정부 견제 선거가 되기를 바라는 여론은 49%, 지원 선거이기를 바라는 응답은 40%로 나타났다. 윤 정권 조기 종식을 외치는 조국의 등장이 정권심판론에 불을 댕겼지만, 그 바탕에는 지난 2년간 국민 마음속에 켜켜이 쌓여온 현 정부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자리 잡고 있다. 야당 악취가 심해도 코를 막고 투표장에 가서 심판투표를 하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2년은 긴 시간이다. 투표소를 찾기 전에 다시 한번 돌아보자.2022년 3월20일.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광화문 이전 약속은 “시민 불편”을 이유로 파기했다. 이전 비용이 496억원이라고 했지만 야당은 1조원 이상 들 것으로 추산했다. 국민과의 소통 강화가 명분이었는데 윤 대통령은 2년째 신년 기자회견조차 하지 않았다. 역술인 천공이 연루됐다는 의혹은 현재진행형이다.7월29일.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
부동산 투기, 편법대출 ‘공정’ 상실 후보 국회의원 자격 없다
4·10 총선을 열흘 앞두고 투기·편법 대출 등 여야 후보들의 부동산 관련 의혹이 잇달아 불거지고 있다. 민생고에 허덕이는 서민들의 박탈감이 커지면서 총선 변수로 부상할 조짐이다. 그동안 숱한 공직자들의 낙마를 초래한 부동산 이슈는 우리 사회 ‘공정’의 기준점이나 다름없는 중대 사안이다. 공정 감각을 상실한 이들의 국회의원 자격을 묻는 유권자들의 분노를 정치권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더불어민주당 양문석 후보(경기 안산갑)는 2020년 서울 잠원동 아파트를 31억원에 매입하면서 11억원의 편법 대출을 받았다. 15억원이 넘는 주택에 대해 대출이 금지되자 장녀 사업자금이란 거짓 명목으로 대출을 받았다. 부동산 광풍 국면에서 편법 대출로 고가 아파트를 구입한 것은 누가 봐도 부적절하고 공직 후보자로서 큰 하자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양 후보는 반성보다는 대출기관의 조언 운운하며 책임 떠넘기기 해명에 치중해 분노를 키우고 있다. “(사기 대출이라면) 피해자가 있느냐”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