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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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의 ‘사교육 세액공제’ 공약, 공교육 무너뜨릴 셈인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또 감세 공약을 꺼냈다. 이번엔 사교육 분야다. 태권도장, 미술·피아노·줄넘기 학원 등 초등학생 예체능 학원비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31일 “현행 소득세법상 유치원 다닐 때까지는 세액공제가 되는 태권도 학원이 초등학생이 되면 세액공제가 되지 않는다”며 “예체능 학원의 경우 취학 자녀도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하겠다”고 했다.집권 여당 대표가 세수 감소로 비어가는 나라 곳간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무책임하게 감세공약들을 내놓고 있으니 한심하다. 사교육 세액공제는 무엇보다 교육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사교육 감축 기조를 정면으로 거스른다. 일부 학부모들에게 세금 감면의 혜택을 줄 수 있지만 사교육 경쟁을 늘리고 공교육 기반을 무너뜨려 사회 전체적으로 득보다 실이 크다. 외관을 민생 정책으로 포장했지만 총선을 앞두고 학원업계의 표심을 겨냥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물가에 가계 소득이 뒷걸음치는 상황에서도 학부모들은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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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투표소에서 발각된 불법카메라들, 선관위는 뭐하고 있는가
경남 양산시와 인천의 4·10 총선 사전투표소에서 불법 카메라가 발견된 데 이어 서울, 부산, 울산 등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또 더불어민주당 유세가 있던 인천 부평역에서는 흉기를 소지한 사람이 연행됐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일탈 행동이 나오면서 선거 관리·안전에 비상등이 켜졌다.사전투표는 다음달 5~6일 전국 3565곳에서 실시된다. 그 사전투표소 예정지 중 경남 양산과 인천에서 불법 카메라 9대가 발견됐다. 경찰은 29일 불법카메라를 설치한 유투버 1명을 체포하고 또 다른 1명을 추적 중이다.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 온 유튜버들이 사전투표자 수를 임의로 세서 실제 투표자 수와 일치하는지 확인하려 했다고 한다. 또 서울 강서구, 부산 북구, 울산 북구 등에서도 불법 카메라가 발견됐다. 선거 신뢰를 흔들고 흠집내려는 불법행위가 여기저기서 일어났는데, 선관위는 뭐하고 있었는지 묻게 된다.지난 28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유세하던 인천 부평역 현장에서 흉기를 소지하고...
202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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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파 한 단과 임금님의 행차
대파 총선이다. 대파가 모든 것을 정리했다. 한국정치에서 한 달은 긴 시간이라고 한다. 그런데 진짜 전문가들은 알고 있었나 보다. 2월 중순경, 정치와 선거를 오래 하셨던 분께 물었더니 ‘요새 재래시장에 나가봤어?’라고 반문하셨다. 여야가 공천으로 한참 시끄러울 때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물가가 심상치 않아요’라고 답했다. 하기야 물가에 진보 보수가 어디 있으랴. 내다보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용산은 전혀 몰랐다.선거는 경제라고 한다. 경제는 국가 수준의 말이고, 국민들 입장에서는 민생이다. 온 나라가 어렵다고 아우성을 친지가 오래다. 그런데 대통령실만 몰랐거나 모른 척했다. 그러나 선거 때는 다르다. ‘상저하고’니 하는 말장난이 통하지 않는다. ‘물가가 이 지경인데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야당의 비판이 듣기 싫었을 것이다. 그래서 대파를 들고 시늉을 냈는데 그게 더 큰 사고를 만들었다. 의심을 확신으로 바꾼 ‘별의 순간’이었다.지난 2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이 ... -
조국혁신당 돌풍과 정권심판론 부활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12월26일 수락 연설을 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총선 국면은 4개로 구분할 수 있다. 1국면은 한동훈 비대위 체제의 등장이다. 12월 말부터 1월 말까지다. ‘보수의 결집’을 통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했다. 2국면은 ‘윤·한 갈등’ 이후다. 1월 말부터 2월 중순까지다. 윤·한 갈등은 1월21~23일에 걸쳐 진행됐다. 중도 일부가 반응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추가로 상승했다. 3국면은 민주당의 ‘비명횡사 공천’ 국면이다. 2월14일 이재명 대표는 ‘새 술, 새 부대론’을 주장한다. 2월20일 박용진 의원은 하위 10% 통보를 공개했고, 2월27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컷오프했다. 민주당의 기본 지지층은 친문, 친명, 호남이다. ‘비명횡사 공천’이 부당하다고 느낀 친문과 호남 지지층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했다. 민주당의 총선 패배 가능성이 높아지던 시점이다. 4국면은 조국혁신당의 등장이다. 2월25일 영입인재 1호로 신장식... -
이제 주권자의 시간이다
4·10 총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28일 개막됐다.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출발한 여야는 각각 ‘심판론’을 호소하며 본격적인 선거전에 나섰다.국민의힘은 ‘이(재명)·조(국) 심판’을 앞세워 ‘거야 심판론’을 지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범죄자 세력이 선량한 시민들을 지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이·조 심판을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에서 출정식을 갖고 ‘정권 심판론’을 외쳤다.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2년 만에 퇴행시킨 장본인”이라며 “윤석열 정권 심판은 대한민국 정상화와 민생 재건 출발점”이라고 밝혔다.심판론 대결은 이번 총선의 특징과 무관치 않다. 산업화·민주화 이후 대전환의 시기에 치러지는 선거임에도 정치권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다. 실제 22대 총선은 무쟁점·혐오 선거, 대선 연장전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비전과 희망보다 심판론이 여야의 유일한 선택지이기 때... -
왜 성범죄자를 변호했나
러시아 모스크바 테러 용의자들 얼굴에 또렷한 고문 흔적을 보면서 2011년 노르웨이 연쇄 테러 사건 범인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의 생채기 하나 없던 얼굴이 떠올랐다. 구타나 고문 없이 정식 재판도 받았다. 노르웨이 사람들이라고 테러범에 관대할 리 없다. 많은 사람이 브레이비크가 희생자들과 똑같은 고통을 겪으며 처형되길 원했다. 사람들은 변호사에게도 분노를 터뜨렸다.변호사 예이르 리페스타드가 쓴 게 <나는 왜 테러리스트를 변호했나>(그러나)다. 재판 전후 상황과 소회를 담은 책에서 그는 ‘희대의 흉악범’의 변호인이 되어주길 바란다는 말을 들었을 때 평판 등을 우려하며 맡으려 하지 않았다고 했다. 리페스타드는 사회민주주의 정당인 노동당 당원이었고, 브레이비크가 우퇴이아섬에서 무차별 학살 대상으로 삼은 게 노동당 캠프에 온 청소년들이다. 간호사인 아내가 브레이비크가 병원에 실려 왔다면 누구인지, 무슨 짓을 했는지 따지지 않고 돌봤을 것이라며 말했다. “그의 권리를 지켜...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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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의 “국회 세종시 이전”, 선거 2주 앞에 던질 일인가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4·10 총선 2주를 앞둔 27일 국회의 세종시 이전을 갑작스럽게 꺼냈다. 그는 “국회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으로 여의도 정치를 종식하고, 국회의사당을 서울의 랜드마크로 시민들께 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그 발언 후 ‘세종 행정도시 완성’을 지지해 온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에선 곧바로 추진하자는 입장이 나왔다.국회의 세종시 이전은 행정 비효율 해소와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한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뜬금없기도 하다. 그간 국회의 세종시 이전에 반대하고 소극적이던 당사자는 바로 현재의 여권이었다. 한 위원장이 입장 번복에 대한 사과·설명은 한마디 없이 마치 새로운 공약인 양 내세우는 건 온당치 않다. ‘대파 소동’과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에 분노한 시민의 눈을 잠시 돌리려는 정략적 발상이어선 안 된다. ‘여의도 정치 종식’ 운운한 것도 독단적일 뿐이다. 후진적인 정치 문화를 개혁해야 한다는 취지는 알겠지만, 국회... -
극우 정당 인사의 ‘한국판 스킨헤드’ 혐오, 철저히 수사하라
극우 성향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의 박진재 후보가 이주 노동자들을 사적으로 강제 체포 중인 사실이 알려져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27일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경북 경주경찰서와 대구 북부경찰서 등은 박 후보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불법체포하고 있다’는 고발을 다수 접수했다. 박 후보는 ‘자국민보호연대’ 회원들과 체포 과정을 찍어 유튜브와 틱톡에도 올렸다고 한다. 이들의 행보는 상식을 가진 시민이 감내할 수 없을 정도로 반사회적이라는 점에서 결코 용납되어선 안 된다.박 후보는 회원들과 함께 전국을 돌며 이주노동자들의 거주지·사업장을 찾아가 미등록 노동자들을 경찰에 넘기고 있다. 체포 과정에서 인권침해도 심각하다. 박 후보가 올린 영상을 보면 밑도 끝도 없이 이주노동자들의 신분증을 요구하면서 뒷목이나 어깨를 누르는가 하면, 이주노동자를 바닥에 눕혀 “솔직하게 얘기하면 봐줄게”라고 압박한다. 오히려 박 후보는 “(경찰은) 우리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 -
‘한동훈 정치’의 네 장면
4·10 총선을 100여일 앞두고 한동훈 법무장관이 집권여당 구원투수로 왔을 때, 앞에는 두 가지 숙명이 놓여 있었다. 윤석열 정권 ‘호위무사’라는 과제와 ‘한동훈 정치’를 여는 욕망이다. 후자는 잠룡 증명이라 하겠다. 모두 총선 승리와 불가분이지만, 색깔은 달랐다. 윤석열 대통령에겐 여의도의 친윤 객토라는 ‘+α’가 승리만큼 절실했다. 윤석열의 승리여야 했기 때문이다. 호위무사는 어디까지나 대리인으로 끝나야 했다.첫 착점은 유려하고 똑똑했다. 한 비상대책위원장은 유권자를 향해 “동료 시민”이라 했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인사들의 낡은 상상에선 결코 나올 수 없는 단어였고, 저작권을 독점한 듯했던 더불어민주당으로선 뒤통수를 맞은 격이었다. 불출마는 정치 욕심을 내려놓은 희생 이미지와 함께 질투심 강한 현실 권력의 의심을 피하는 대리인의 알리바이를 제공했다.“싸울 때 돋보이는 정치인이다”(여권 관계자). 보수가 환호할 만했다. 과거 유시민·... -
사과해야 할 ‘대파 소동’, 여권 해명이 국민 분통 더 키운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875원’ 발언 파문이 열흘째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서울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아 “저도 시장을 많이 가봐서, 그래도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했다. 그 후 대통령의 시장 물가에 대한 안이한 인식, 보여주기식 ‘물가 점검쇼’에 대한 혹평과 비판이 이어졌다. 생필품 고물가로 힘겨운 서민들의 분노가 커졌음은 물론이다.파문이 가라앉기는커녕 대파가 선거 유세·집회 현장에서 소품으로 쓰이고, 인터넷 밈으로 돌고 있다. ‘대파 현상’이라 해도 좋을 이번 소동은 대통령실과 여당 인사들의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과 태도가 기름을 확 부었다. 대통령실은 지난 26일 보도자료에서 당시 매장의 대파값이 그렇게 낮을 수 있었던 것은 “정부 물가안정 정책”이 반영된 덕분이라고 했고, “문재인 정부 시기” 대파값이 6981원까지 올랐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수정 국민의힘 수원정 지역구 후보는 방송에 출연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