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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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과 선택
세계 25위의 1인당 국내총생산과 52위의 행복지수, 최저 수준의 출생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의 자살률, 노인빈곤율 2위, 연평균 노동시간 4위, 성별 임금격차 1위, 일하는 여성의 ‘유리천장지수’ 꼴찌. 세계 최고의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비율, 연 27조원에 달하는 초중고 사교육비, OECD 평균을 밑도는 조세부담률과 최저 수준의 사회보호지출.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저출생에 따른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잠재성장률 하락의 원인이고,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로 고용불안과 숙련-비숙련노동자 간 임금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세계적 차원의 기후 변화 대응과 글로벌 공급망의 블록화 경향이 에너지 다소비 제조업의 비중 높은 한국경제에 작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다. 물가상승과 생산성 증가율을 밑도는 임금상승률, 불안정한 주택시장과 부족한 공공임대주택, 과도한 가계부채,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로 민생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지난 2월14일 한국매니... -
젊은 비대위원장의 ‘종북타령’과 ‘북풍’의 유혹
선거 판세가 어려워지고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드디어 여당이 ‘종북타령’을 시작했다. 지난 19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선거에서 지면 “종북세력이 이 나라의 진정한 주류를 장악하게 될 것”이라며 해묵은 색깔론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보수 집권 세력이 야당을 향해 ‘양치기 소년’처럼 선거 때마다 ‘종북타령’을 하다 보니 이제는 국민 대다수가 그 말을 믿지 않는다.여권의 ‘종북타령’이 안보에 민감한 국민 정서를 이용한 혹세무민의 선거 전술이라는 것은 이미 증명되었다. 과거 보수세력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의 개선을 주장하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후보에 ‘친북’ ‘빨갱이’ ‘용공’이라는 딱지를 붙여서 매도하였다. 그들은 이들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안보가 위험해지고 사회가 혼란에 빠진다고 선동하며, 마치 나라를 북한 김정일에 바치기라도 할 것처럼 위기의식을 조장했다.그러나 우리가 경험한 김대중, 노무현 시대는 전혀 달랐다. 김대중 정부는 국민의힘 정권의... -
왜 ‘윤석열 타도’를 외치는가?
‘윤석열 퇴진’ ‘윤석열 해고’ ‘윤석열 탄핵’ ‘윤석열 검찰독재 정권타도’ ‘윤석열 정권 타도’ ‘윤석열 타도’ 등등. 지난 1년간 가장 많이 외쳐진 정치 구호들일 게다. 대통령 윤석열이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민주화 이전에 자주 듣거나 생각했던 ‘타도’라는 단어를 역주행 유행을 시킨 원인 제공자라는 점에서 말이다. 타도의 국어사전 정의는 “어떤 대상이나 세력을 쳐서 거꾸러뜨림”이다. 도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야권과 야권 지지자들은 출범한 지 만 2년도 안 된 정권 또는 대통령을 쳐서 거꾸러뜨리겠다는 걸까? 이들의 주요 주장을 살펴보자.“‘2기 촛불정부를 누가 만드느냐’ 했을 때 지금 이재명 말고는 누가 만들겠어요. 괜히 돌려가면서 말할 필요가 없어요. 까놓고 얘기하면 2기 촛불정부의 조기 수립이라는 이야기는 윤석열을 빨리 끌어내리고 이재명을 대안으로 다음 정부를 빨리 만들자는 얘기거든요.”3월14일 서울대 명예교수 백낙청이 오마이T...
202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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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와 ‘조국혁신당 현상’ 사이
정치사에 남을 기막힌 반전이다. ‘조국 사태’에서 ‘조국(혁신당) 현상’까지, 가로놓인 시간은 4년여다. 그새 2020년 21대 총선이 있었고, 2022년 대선을 치렀다. 조국 사태에도 불구(?), 더불어민주당은 그 총선에서 대승을 거뒀다. 조국 사태가 ‘내로남불’ 심판의 씨를 뿌린 덕(?)에 그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탄생했다. ‘조국 사태’의 주인공은 사법처리가 진행되어 2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상식의 시선에선 ‘조국의 정치’는 끝나 보였다. 그간 ‘조국의 강’을 건넜다는 민주당은 이재명당으로 재편을 가속해왔다. 공천 과정에서 ‘윤석열 정권 탄생 책임론’까지 내세워 비명에 이어 친문 세력까지 배제하면서 이재명의 민주당을 사실상 완성했다.친명으로 단일대오를 구축한 이재명(민주당 대표)은 윤석열(대통령), 그 대타로 나선 한동훈(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총선 일합을 겨루고 있다. 정권심판론 대 야당심판론, 심판 대상은 다시 ‘윤석열’과 ‘이재명’이다. 이런 ...
202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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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민주주의의 꽃이다
제22대 국회를 구성하기 위한 총선이 두 주 정도 남았다. 미뤄지던 공천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후보들이 구체화되면서 유권자들, 특히 대안적 정치를 꿈꾸는 이들 중에서는 총선을 바라보는 답답하고 절망스러운 마음을 표현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 절망은 선거가 그만큼 중요한 행사라는 징표이긴 하지만, 우리에게는 선거를 달리 바라볼 이유들도 있다.선거란 늘 그랬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은 선거에 관한 한 반복적으로 검증되어 왔다. 이맘때쯤이면 이번 선거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에서 얼마나 결정적인 선거인지,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한국의 향후 10년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강조하며 저마다 투표를 독려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이다. 정당들은 저마다 이번 총선에서 자신들이 승리해야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는 것처럼 말한다. 아마도 그것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수없이 반복된 선거의 결과들을 돌아볼 때 선거 결과 때문에 민주주의나 사람들의 삶이 상처받을 수는 있으나, 우리의 삶... -
민생토론·민생특위·민생특보, 뭐 하다 총선 앞에 급한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고물가·고금리 등 일상에서 느끼는 경제 문제 해결 방안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전직 경제부총리들이 이끄는 민생경제특위를 출범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 논의에 즉각 착수하자고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에 제안했다.‘종북’과 ‘친일’로 서로 낙인찍기 바쁘던 여야가 민생을 앞세운 것은 체감 경기가 그만큼 나빠서일 것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1% 상승했고, 과일값은 41.2%나 뛰어올랐다. 여기에 실질임금마저 줄어드니 저소득층은 먹거리 소비부터 줄이고 있다. 정치의 본령은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다. 총선 이슈로 급부상했지만, 여야가 이제라도 이념전보다 민생 경쟁에 나선 것은 바람직하다.문제는 윤석열 정부가 민생 의제를 소비하는 방식이다. 윤 대통령은 관권선거 비판 속에 올 들어 전국 각지를 돌며 연 22차례 민생토론회를 했다. 그린벨트·군...
2024.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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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증보도’ 언론인의 개인정보 불법 수집한 검찰, 사죄하고 공수처 수사받아야
검찰이 ‘윤석열 검증보도’ 언론인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수집·보관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범위 밖에 있는 정보를 당사자 몰래 통째로 대검 디지털수사망(D-NET·디넷)에 올렸다는 것이다.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는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자사 이진동 대표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이런 정황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22일 뉴스버스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달 5일 이 대표 휴대전화를 압수해 복구·분석했다. 이 대표는 당시 증거자료 동의 절차 등을 진행하다가 검찰이 휴대전화 파일 전체를 복제해 디넷에 저장한 사실을 알게 됐다. 이 대표가 항의하자 검찰은 같은 달 21일 이를 삭제·폐기했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이 대표에게 발급했다.검찰은 이 대표 휴대전화 정보 전체를 복제해 보관한 것에 대해 적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검 예규인 ‘디지털 증거의 수집·분석 및 관리 규정’에 따른 수사 관행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모... -
일상적인 정부 비판 보도까지 무차별 제재하는 선거방송심의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산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가 정부 비판 보도들에 법정 제재를 남발하고 있다. 이번 위원회의 법정 제재 건수는 활동 기간이 절반 남짓 지난 시점에서 이미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대부분 MBC 등 정부에 비판적인 방송사의 보도들이 대상이다. 국가 검열체제가 작동하던 권위주의 시대로 퇴행하는 것 아니냐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선방위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방송의 공정성 유지를 위해 설치된 합의제 민간 독립기구이다. 이번 위원회는 압도적으로 보수 성향으로 구성됐다. 위원회 임기는 지난해 12월11일부터 5월10일까지인데, 지난 21일 현재 15건의 법정 제재를 기록했다. 2008년 제도 시행 이후 최다 법정 제재를 기록한 20대 총선(14건)의 기록을 이미 넘어섰다. 관계자징계·경고·주의로 세분된 법정 제재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에 반영되는 방송평가의 감점 사유가 되기 때문에 언론 자유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절제해서 부과할 필요가 있다.... -
한동훈 위원장, ‘런종섭’ 사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런종섭’이 유턴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아온 이종섭 주 호주 대사(전 국방부 장관)가 21일 귀국했다. 호주 부임을 위해 출국한 지 11일 만이다.이 대사는 “임시 귀국한 것은 방산 협력 관련 주요국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체류기간 동안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일정이 잘 조율돼 조사받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선 “수차례에 걸쳐 의혹들이 사실이 아니란 점을 말씀드렸다”며 재차 부인했다. 사의 표명 의사를 묻자 답을 피했다.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20일) 이 대사 귀국을 언급하며 “다 해결됐다”고 말했다. ‘이 대사 즉각 귀국’을 요구했더니, 윤석열 대통령이 받아들였다는 자찬이다. 그런데 무엇이 해결됐나?이 대사는 본인 말대로 ‘방산협력 공관장 회의’ 참석을 위해 일시 귀국했다. 6개국 대사가 참석한다는 이 회의가 ‘급조’됐다는 논란은 일단 ...
202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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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제 발등 찍기 정치’를 끝내자
다시 선거철이 돌아왔다. 국민의 대표랍시고 지난 4년간 목소리를 높이던 분들이 바로 그 국민들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이는 시간이 돌아온 것이다. 황송하게도 폴더 인사를 받으면서 주권자 대접을 받는 듯 살짝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그런데 문득 뒤따르는 의문. 주권자 국민과 봉사자 국민대표가 선거철만 지나고 나면 왜 명령하는 국민대표와 복종하는 국민의 관계로 전도되어 버릴까?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의 대원칙은 일상정치에서 왜 법전 속의 장식으로 전락하고 마는가? 이번 총선부터라도 국민과 국민대표의 주객이 전도되는 반민주적 현실, ‘제 발등 찍기 정치’가 왜 매번 반복되는지 제대로 성찰하는 계기로 만들 필요가 있다.우선 선거제에 내재된 구조적 불평등의 문제를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이 한 표를 행사하면서 신성시하는 현재의 ‘선호형’ 선거제도 자체는 원래 귀족정처럼 소수계층에 정치과정이 독과점된 체제의 대표선출방식이다. 신분제에 따라 소수의 엘리트만이 정치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