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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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부터 폐기까지…동시다발 전환 시작해야
탄소발자국 감축은 제품의 생산과 소비, 폐기 중 한 부분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달성할 수 없다. 재활용 적합 제품 생산, 과잉 생산 제어, ‘딜리버-스루’(배송 즉시 버린다) 소비·폐기 지양, 재활용 확대 등 물건의 전 생애에 개입된 모든 부문에서 동시다발적 전환이 필요하다. 인류가 만들고 쓰고 버리는 공산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2년 발표한 ‘글로벌 플라스틱 전망’을 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1950년 200만t에서 2019년 4억6000만t으로 69년 사이 230배 증가했다. 생산부터 폐기까지 여러 나라가 개입하며 이동거리도 길어졌다.폐기물 억제 제도는 대량 생산·소비·폐기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2019년 기준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률은 9%다. 생산된 물품 대부분이 폐기됐다는 뜻이다. 69%는 매립 혹은 소각됐고, 나머지는 폐기물 규제 테두리에서 벗어나 자연환경에 노출된 채 버려졌다.추가 감축 ...
2024.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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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솟은 도시 쓰레기의 무덤, 493개 ‘쓰레기산’
10m짜리 ‘의성 쓰레기산’이 세상에 드러난 지 5년이 지났다. 한 재활용업체가 허용 보관량보다 150~200배 많은 폐기물을 쌓으면서 솟아난 거대한 쓰레기산은 외신에도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환경부는 당시 전수조사로 전국 235개 쓰레기산을 찾아냈다. 2021년 의성군은 3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이를 치웠다.쓰레기산은 지금도 솟아나고 있다. 경향신문이 환경부에서 받은 ‘불법폐기물(쓰레기산) 발생 및 처리 현황’을 보면, 올해 7월 기준 2019년부터 누적된 쓰레기산은 493개다. 5년 전 환경부 집계(235개)보다 2배 이상 많다. 5년간 전국 약 500곳에 불법 폐기물이 쌓였다 치워지기를 반복했다는 뜻이다. 이 중 대부분은 ‘처리’됐지만 93개는 여전히 남아 있다.경향신문은 지난 8월 전국의 쓰레기산 3곳을 찾았다. 폐기물이 일부만 처리되거나 미처리된 곳들이다. 길게는 10년 이상 방치된 쓰레기산에는 각종 오염 문제와 화재 위험이 도사리...
2024.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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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007 작전’ 속에 새 옷들이 소각됐다
▶◀ 팔리지 않은 옷들의 집단 장례태그가 달린 새 옷들이 철통 보안 속에 태워지고 있다. 기업은 불량품 유통, 시제품 디자인 유출, 재판매 차단 등을 ‘보안 소각’ 이유로 든다. 실제 이유는 다르다고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은 말한다. 생산한 분량을 다 팔지 못했다는 사실도, 멀쩡한 옷을 태운다는 사실도 알려져서 좋을 게 없어 ‘대외비’로 태운다는 것이다.태워지는 규모는 알 수 없다. 정부는 모르고, 기업은 숨긴다. 과잉생산된 옷들은 소각되면 대기를 오염시키고, 매립되면 땅을 더럽힌다. 유럽연합(EU)은 지난 7월 재고 소각 금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국은 소각량조차 추산하지 못하고 있다.‘누구도 모르게 하라’지난 7일 지방의 한 컨테이너 건물. 철문 앞에 3.5t 탑차가 끼익 소리를 내며 멈춰 섰다. 탑차에는 한 업체에서 파쇄를 의뢰한 ‘보안 물품’이 가득했다. 컨테이너의 문이 열리자 직원들이 물품을 건물 안으로 들여 넣기 시작했다...
2024.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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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 즉시 버린다…‘딜리버-스루’ 시대
서울에 사는 A씨(37)는 지난 4월 4일 중국 전자상거래사이트 ‘타오바오’에서 옷 12벌과 양말 10켤레를 주문했다. 민무늬 긴팔 상의는 흰색 2벌, 검정색 2벌, 파랑색 1벌 등 총 5벌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한 벌에 35위안(6600원)이라 부담은 느끼지 않았다. 재질이 조금 다른 상의는 노랑·분홍·회색으로 3벌, 무릎 위로 오는 치마는 검정색과 회색으로 2벌을 골랐다. 5개월이 지난 9일 현재 12벌 중 9벌은 폐기됐다. 색색으로 산 상의 8벌은 모두 버려졌다. 일부는 배송 직후였다.국내외 초저가 전자상거래 플랫폼 이용이 일상화하면서 새로운 소비·폐기 패턴이 확산하고 있다. 동일 물품을 색상과 사이즈를 달리해 주문한 뒤 맞는 것을 추리거나, 입을 수 있을지 애매한 디자인을 일단 주문해보는 식이다. 배송을 받은 뒤 소유할지 결정하는 ‘선 주문, 후 결정’ 방식의 소비다.이 과정에서 태그도 제거되지 않은 채 곧바로 버리거나 집 한구석에서 먼지가... -
색상별로 샀다가 버린 옷…탄소발자국 얼마나 남겼을까?
서울에 사는 직장인 A씨(37)는 지난 1월부터 “사재기하듯이” 옷을 사기 시작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 ‘타오바오’를 알게 되면서다. 반팔 티셔츠 한 장이 3000~5000원 정도라 부담은 없었다. 같은 옷을 흰색, 검정, 남색 등 색상별로 사들인 뒤 마음에 들지 않는 옷은 버리는 일이 반복됐다.A씨의 ‘딜리버-스루’(Deliver-through·배송 즉시 버림) 소비는 얼마나 많은 탄소발자국을 남겼을까. 경향신문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A씨가 타오바오를 통해 구매한 물품 163건의 목록과 처분 내역, 생산지 정보 등 자료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전과정평가팀에 주고 탄소발자국 평가를 의뢰했다.전과정평가(LCA)는 제품의 생산, 운송, 사용, 폐기 과정에 걸쳐 발생하는 환경영향을 수치화하는 평가 도구다.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뿐만 아니라 제품 생산부터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모두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만들어졌다....
2024.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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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문화부는 장제스 동상을 없애는데···한국에선 뉴라이트에 의해 부활
“장제스 동상은 권위주의의 상징, 목표는 개인숭배의 근절.”대만 문화부는 최근 장제스 전 총통 동상 철거를 추진하는 이유에 대한 경향신문의 서면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그의 이름을 딴 거대한 기념관과 그 앞에서 엄숙하게 행해지는 의장대 교대식, 대만 전역에 설치된 수많은 동상이 막강한 그의 위세를 상징했지만 이제는 구시대의 잔재로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한국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전국의 전직 대통령 동상 57개 중 84%가 2009년 이후 지어졌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동상 3개가 지어졌고 9개의 동상 건립이 더 추진 중이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이 대부분이다. 주변국과의 비교, 조형적 특징, 역사적 배경을 종합하면 동상 건립은 특정인의 우상화와 권위주의 확산을 의도한다. 일각에서는 동상 건립 열풍을 윤석열 정부에서 뉴라이트의 부활과 결부시키기도 한다. 관련 법이나 조례가 미비한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마저 부재한 동상 건립은 이데올로... -
나이지리아로 간 ‘7번’ 유니폼, 옷의 죽음을 따라가다
아파트 3층 높이로 쌓인 옷더미를 너클크레인(집게차)이 한 움큼 집어 컨베이어 벨트로 옮겼다.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뚝뚝 떨어지는 여름 낮, 기계 굉음 위로 ‘불놀이야’ ‘나 어떡해’ 같은 8090 유행가가 흘렀다. 한 더미 옷들이 박스로 묶여 사라졌다. 의류 먼지를 막으려 마스크를 쓴 노동자들의 손이 분주했다. 그보다 많은 옷이 컨베이어 벨트에서 차례를 기다렸다. 하루 50t씩 쌓이는 옷더미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그곳에 버려진 것들이 모인다9월4일 경기도 파주의 한 중고의류 수출업체. 입구에 ‘KTMC’ ‘Safmarine’ 등이 적힌 해외 선사 컨테이너가 줄지어 섰다. 이곳은 전국에서 온 중고의류를 분류하는 국내 최대 작업장이다. 버려진 것들이 한데 모였다가 이 업체를 거쳐 소각장,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30개국으로 흩어진다.오전 10시58분, 빨간 줄무늬가 선명한 분홍색 치마가 1층 구석에 설치된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2월3일 ... -
‘쓰레기 오비추어리’…짧게 살고 오래 죽는다
■프롤로그지난달 11일 새벽 인천항을 떠난 폴레간드로스호에는 중고의류로 가득 찬 컨테이너가 실렸다. 다음달 말 도착할 최종 목적지는 나이지리아 오네항이다.한국에서 버려진 옷들이지만 ‘한국 옷’이라고 부르긴 어렵다. 타국 원료로 중국, 캄보디아 등에서 제작된 뒤 한국 소비자를 거쳐 아프리카 대륙에서 최종 폐기될 물건들이다.버려진 의류의 대이동은 매일 지구 전역에서 일어난다. 공산품 생산·소비·폐기 과정에 여러 국가가 얽히면서, 누구도 소유했다가 폐기한 물건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의류 대이동은 개별 국가, 산업의 탄소 발생 책임을 손쉽게 지우는 구조를 갖췄다.경향신문은 소비자에게 닿기 전부터 ‘헌 의류’로 한국을 떠나기까지, 버려진 것들의 이야기를 추적했다. 줄무늬 치마, 유아 원피스 등 구체적 물건들의 생애사에는 원료와 제품의 국제적 이동, 쉽고 빨라진 소비와 폐기, 버려진 이후 다시 시작되는 긴 여정 등...
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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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관계빈곤
‘외로움’은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팬데믹’이라 불릴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문제로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 고립 문제를 공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국내외에서도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가족 규모가 축소되고 1인 가구가 증가하는 변화를 고려해 이 같은 위기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한국 사회가 외로움에 익숙해진 ‘관계 빈곤’ 사회라는 점은 국제 비교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들의 각종 사회적 지표들을 수시로 취합해 비교 공개하는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를 보면 한국은 지난 3월 기준 ‘공동체’ 부문에서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사회 구성원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원망이 갖춰져 있는지를 다룬 이 조사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41개국 중 멕시코와 그리스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특히 어려운 일을 ... -
우울해…가속 노화
‘한 평’(약 3.3㎡)이 채 안 되는 고시원 방은 양팔을 쭉 펼 수 없을 정도로 좁다. 스무 개 남짓한 방들이 줄지어 있는 이곳에서 김일환씨(56·가명)는 7년째 지내고 있다. 보증금 없이 월세만 내는 곳이라 언제든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수입이 불안정한 그에게 다른 선택지가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김씨가 처음 왔을 때 “무덤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서울 마포구의 이 고시원은 고립된 ‘섬’을 연상케 한다. 햇빛이 들지 않아 한낮에도 어둑한 복도에 들어서면 몇몇 방에서 인기척이 난다. 하지만 공동주방도 없는 이곳에서 거주자들끼리 알은체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정기적으로 일하는 곳이 없는 김씨는 사람을 만날 일 자체가 드물다. 그는 “한쪽 눈이 잘 안 보여서 써주는 곳을 찾기 힘들다”면서 “몸이 더 성할 땐 ‘노가다’ 소개소에도 나갔지만…”이라며 말끝을 흐렸다.단절된 인간관계, 뇌를 비롯 생체시계 빨리 돌려의료급여 수급권자인 김씨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