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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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특수’ 노 젓는 대형서점…“유통망 소외” 고개만 젓는 동네책방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에 힘입어 도서업계에 ‘한강 특수’가 이어지고 있지만 추가 제작 물량은 대형서점 위주로 공급되고 있다. 유통망에서 소외된 동네서점, 독립서점은 판매할 책이 없어 한강 특수가 ‘그림의 떡’인 셈이다.광주에서 8년째 독립서점 ‘소년의서’를 운영하는 임인자씨(48)는 15일 “책이 언제 올지 잘 모르겠다”며 “이번주도 아마 못 올 것 같고 대형서점에서 어느 정도 소진이 되면 동네서점에 풀릴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독립서점 ‘개똥이네책놀이터’의 주인 정영화씨(57)도 “온라인 플랫폼이나 대형서점이 풀리고 나서야 올 것 같다”고 했다.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한 작가의 책은 예스24·교보문고·알라딘 등에서만 전국적으로 85만부가량 팔렸다. 업계 관계자는 “그마저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동네·독립서점에서도 ‘반짝 특수’ 기미가 있었다. 동... -
4·3과 5·18 국가 폭력 참상, 한국사 넘어 세계사 속으로
소설 배경 된 현대사의 비극 외국인도 공감“유산 등재 등 큰 도움 기대”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4·3항쟁과 5·18민주화운동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국가 폭력의 참상을 보여주는 세계사적 사건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주진오 상명대 명예교수(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는 “4·3의 전국화와 세계화는 유족과 관련 단체들의 오랜 염원이었지만 여전히 4·3을 잘 모르거나 4·3이 좌익 폭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번 수상을 통해 4·3의 비극을 한국을 넘어 세계가 공감하는 계기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노벨상 수상은 제주도가 4·3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뤄져 더욱 주목된다. 제주도는 지난해 2월 등재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킨 데 이어 지난 14일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4·3 기록물과 사진 및 영상 전시회를 열고 있다. 16일부터는 영국 런던에서도 전시와 심포지엄이 ... -
한강과 노벨 문학상 그리고 인문학
소설가 한강이 올해의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반만년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피어난 꽃처럼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선사된 감격스러운 선물이며, 위로이자 축복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선정 이유에 대해 “한강의 작품세계는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지배에 정면으로 맞서는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며, 그녀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간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지니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라고 밝혔다. 2016년 5월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영미권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했을 때, 나는 한 칼럼에서 “그녀의 작품에서는 문화인류학적 따스한 정서인 인류애를 진하도록 느낄 수 있으며, 이것이 세계인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이유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한민국의 가슴 아픈 거친 역사의 단면인 제주 4·3사건이나 광주 5·18민주화운동과 같은 우리 민족의 삶과 죽음의 서사에서 인류 보편적인 휴머... -
메리 올리버, 파스테르나크, 임철우…한강이 좋아하는 작가들
한강 작가의 책이 100만부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15일 예스24, 교보문고, 알라딘 등 대형서점에 따르면 한강의 책은 이날 오후 4시, 종이책 판매를 기준으로 97만2000부 가량 판매됐다. 전자책까지 포함하면 100만부를 이미 넘어서 약 105만부가 판매됐다.한 작가의 책과 함께 한 작가의 추천 서적도 재고가 품절되는 등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한 작가가 아버지 한승원 작가에게 보낸 편지가 공개됐다. “최근에 읽고 참 좋았던 책 두 권을 보내드린”다고 시작하는 편지에서는 “<긴 호흡>은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올리브 키터리지>는 고통이 모두의 것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해줘서 한편 정화와 위안이 된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긴 호흡>(메리 올리버)이 출간된 마음산책에 따르면, 해당 책은 주문이 폭주해 재고가 품절됐고 급히 재쇄에 들어갔다. 메리 올리버는 한 작가가 운영한 ‘책방 오늘’에서도 따로 큐레이션할 정도로... -
‘한강 신드롬’ 대형서점만 웃는다···지역·독립서점은 책 못 구해 발 동동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힘입어 도서 업계에 ‘한강 특수’가 이어지고 있지만 추가 제작 물량은 대형서점 위주로 공급되고 있다. 유통망에서 소외된 동네서점, 독립서점은 손님이 한강 작가의 책을 찾아도 판매할 책이 없어 한강 특수가 ‘그림의 떡’인 셈이다.광주에서 8년째 독립서점 ‘소년의서’를 운영하는 임인자씨(48)는 15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책이 언제 올지 잘 모르겠다”며 “이번 주도 아마 못 올 것 같고 대형서점에서 어느 정도 소진이 되면 동네서점에 풀릴 가능성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뒤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오픈런’(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물건을 구매하려 달리는 일)까지 벌어졌지만 그 관심과 애정을 제대로 받아안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서울 마포구에서 독립서점 ‘개똥이네책놀이터’를 운영하는 정영화씨(57)도 “온라인 플랫폼이나 대형 서점이 풀리고 나서야 올 것 같다”며 “이번 주엔 물량이 풀릴 줄 알았는데, 다음 주나 돼... -
한강 작품도 수두룩···불법 유통 사이트 ‘검색제한 요청’ 안 한 저작권보호원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작품을 포함한 국내 출판물이 해외 불법 도서 사이트에서 버젓이 유통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출판물 출판권과 저작권 보호 기관인 한국저작권보호원은 해당 사이트에 대한 검색제한 요청을 포털 사이트에 하지 않는 등 허점을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1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저작권보호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 중인 A도서사이트에 국내 출판물 1만6920개가 올라와 불법 유통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파일형식 등에 따라 중복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불법 유통 출판물은 7500여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이트는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이 사이트는 기부 형식으로 돈을 받아 운영되는 것으로 전해졌다.A사이트 출판물 중에선 최근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대표 소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의 한국어·중국어판 전자책도 올라와 있었다. 간단한 회... -
한강 작품, 도서관 대출 통계 보니···여성이 남성보다 3배 많이 대출
지난 10년간 공공도서관 통계를 보면 한강 작가의 작품을 여성이 남성보다 약 3배 많이 대출했고, 경기·서울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인구 대비 많이 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15일 전국 공공도서관 데이터를 모아놓은 ‘도서관 정보나루’에서 받은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올해 10월 13일까지 한강 작품의 대출 횟수는 총 67만1962건이었다.여성의 대출건수는 45만6909건(68%)으로 남성 15만6841건에 비해 3배 가까이 많았다. 올해 상반기 공공도서관 대출자의 57.5%가 여성인 것과 비교해 좀 더 높다.지역별 대출건수를 보면 경기도가 20만7885건(30.97%)로 가장 많고, 서울(14만5448건)이 그다음이다. 이어 경남(3만7552건), 부산(3만4626건), 대구(3만815건), 경북(2만8829건), 인천(2만4534건) 등의 순이다.각 지역의 인구 비율과 비교하면, 경기도의 경우 대출 비율(30.97%)이 인구 비율(26.45%)보다 4.5... -
소설가 한강이 “영혼의 피 냄새” 느낀 그림···서울에서 만나볼까
“한 사람의 영혼을 갈라서/ 안을 보여준다면 이런 것이겠지…”- 한강 ‘마크 로스코와 나 2’ 가운데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마크 로스코(1903~1970)의 그림에서 ‘영혼의 안쪽’을 보았다. 한강이 2013년 펴낸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문학과지성사)에는 미국을 대표하는 추상표현주의의 거장 마크 로스코에 관한 시 두 편이 나란히 수록돼 있다.“미리 밝혀둘 것도 없이/ 마크 로스코와 나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는 1903년 9월25일에 태어나/ 1970년 2월25일에 죽었고/ 나는 1970년 11월27일에 태어나/ 아직 살아 있다/ 그의 죽음과 내 출생 사이에 그어진/ 9개월여의 시간을/ 다만/ 가끔 생각한다”‘마크 로스코와 나-2월의 죽음’에서 한강은 자신이 태어나기 9개월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마크 로스코에 대해서 연결성을 느낀다.마크 로스코가 숨질 때 한강은 “아직 심장도 뛰지 않는/ 점 하나로/ 언어를 모...
2024.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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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린 것들을 꾸준히 응시하고 품어온 한강의 글···인간성 무너져가는 세계에 빛이 되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소식은 어느 분의 조문을 가는 길에 들었다. 아름답고 슬프고 기쁘고 짠한 저녁이었다. 아침에 나는 앤 카슨에 대한 짧은 글을 쓴 참이었다. 앤 카슨이 노벨문학상을 받으면 실리게 될 글을. 한강 수상 소식을 들은 이들이 내게 축하 문자를 보낸다. 그들은 내 생각이 났다고 말한다. 그냥.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 말하는 게 이렇게 좋구나.스웨덴 한림원에서는 선정 이유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는 동시에 인간 생명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했다. ‘맞서다’(confront) ‘연약함’(fragility) 그리고 ‘시적인’(poetic) 이 세 단어가 나를 사로잡았다. 광주와 제주라는 역사적 상처, 상실이라는 개인의 상처가 있었다. 있다. 저마다, 있을 것이다.한강은 응시하는 사람이다. 어떤 일로 난감하던 어느 날, 한강은 고요하고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요. 작품에 집중해야지요. 글을 쓸래요.” 소음에 휘둘리지... -
‘노벨문학상’ 한강이 되살려낸 존엄의 언어
나흘이 지났습니다. ‘한강 신드롬’입니다. 노벨문학상을 탄 한강 작가의 책을 사기 위해 ‘오픈 런’이 벌어지고, 작가가 운영하는 책방에 인파가 몰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작가 이름과 대표작 제목으로 도배됩니다.반가운 일이지만, 저는 보이는 현상 말고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말하려 합니다. 한강이 부순 장벽, 장벽의 잔해 속에서 새로 정돈되는 가치, 그리고 위로받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한강은 최근 한국 문학계에서 국제적 문학상을 가장 많이 받은 작가입니다. 그럼에도 ‘한강’과 ‘노벨문학상’을 연결해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았습니다.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대다수가 ‘남성·서구·백인’이라는 점이 배경으로 작용했을 터입니다.국내 문학계에선 ‘상대적으로 젊은’ 50대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여성 소설가들이 획기적이고 도발적인 한국 현대문학의 대부분을 쓰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언론과 문단에선 나이 많은 남성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