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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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한강이 되살려낸 존엄의 언어
나흘이 지났습니다. ‘한강 신드롬’입니다. 노벨문학상을 탄 한강 작가의 책을 사기 위해 ‘오픈 런’이 벌어지고, 작가가 운영하는 책방에 인파가 몰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작가 이름과 대표작 제목으로 도배됩니다.반가운 일이지만, 저는 보이는 현상 말고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말하려 합니다. 한강이 부순 장벽, 장벽의 잔해 속에서 새로 정돈되는 가치, 그리고 위로받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한강은 최근 한국 문학계에서 국제적 문학상을 가장 많이 받은 작가입니다. 그럼에도 ‘한강’과 ‘노벨문학상’을 연결해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았습니다.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대다수가 ‘남성·서구·백인’이라는 점이 배경으로 작용했을 터입니다.국내 문학계에선 ‘상대적으로 젊은’ 50대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여성 소설가들이 획기적이고 도발적인 한국 현대문학의 대부분을 쓰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언론과 문단에선 나이 많은 남성 작가... -
한강 ‘채식주의자’ 이미 영화로 나왔었네···CGV, 17일부터 단독 상영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 두 편이 극장에서 특별 상영된다.CGV는 한강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두 편을 오는 17일부터 단독 상영한다고 14일 밝혔다.2010년 개봉한 영화 <채식주의자>는 평범한 삶을 살던 여성이 어느 날 갑자기 육식을 거부하고 채식주의를 선언하며 펼쳐지는 내용을 담았다. 임우성 감독이 연출하고 채민서, 현성, 김여진 등이 출연했다.<흉터>는 2011년 개봉된 작품으로 한강의 소설집 <내 여자의 열매>에 수록된 ‘아기부처’를 원작으로 했다. 엄격한 환경에서 자라면서 감정이 메마른 여자와 지울 수 없는 상처로 완벽주의자가 된 남자의 위태로운 결혼 생활을 그린다.전정현 CGV 콘텐츠편성팀장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며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이번 상영을 준비했다”고 말했다.티켓 가격은 <채식주의자&g... -
‘채식주의자’ 등 한강 작품, 군 진중문고 선정에선 탈락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등 3개의 소설이 국방부의 진중문고 선정에서 탈락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국방부는 14일 2019~2021년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가 진중문고 후보도서로 올랐으나, 한 번도 선정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진중문고는 각 부대 도서관이나 생활관에 비치되는 책을 말한다. 진중문고 선정은 외부 민간위원과 국장급 공무원 1명으로 구성된 ‘정훈문화자료 심의위원회’에서 맡는다.국방부는 한강 작가의 작품들이 선정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관련 자료가 없어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진중문고의 목적 중 하나가 장병들의 정신전력 강화인 점을 고려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군 관계자는 “문학 작품의 우수성과 별개로 진중문고의 특성과 취지를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2014년 ... -
NYT “한강 작품은 가부장·여성혐오적 한국 문화에 대한 저항”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최고의 문화적 업적으로 축하받았지만, 그의 작품은 한국 문화에 대한 저항의 한 형태를 표현하고 있다.”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2일 ‘한 여성이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이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제하의 기사에서 이같이 진단했다.NYT는 한강 작가를 비롯해 한국 여성 작가들이 보여주는 글쓰기는 여전히 매우 가부장적이고, 때로는 여성 혐오적인 한국 문화에 대한 저항의 한 형태라고 보도했다.📌[플랫]한강 “숨쉬는 공기속에 흐르는 혐오, 직면하고 질문하지 않는다면 위험해”문화체육관광부가 현재의 이름을 갖춘 2008년 이후 여성 수장은 단 한명이었다. 이전까지 남성 중심의 한국 문학 평론계는 첫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고은 시인을 꼽아왔다. NYT는 “고은 작가가 성 추문에 휩싸이기 전까지 노벨문학상 발표 시기가 되면 작가의 집 앞에 기자들이 모여 대기했지만, 한강 작가는 이 같은 군중을 모은 적이 없...
202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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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뼈'와 '눈 한 송이'···한강의 문학은 어떻게 우리를 지켜내는가
5·18의 쇠·피가 교차하는 폭력에서 인간의 뼈들이 부서져 버린 자리를 잔혹하게 응시하는 ‘소년이 온다’‘작별하지 않는다’는 4·3으로 떠나보낸 존재들을 삶으로 끌어당기는 불가능한 기획을 시도 살육의 역사 속 깨끗한 흰빛을 향해 솟구쳐오르는 그의 소설을 두고 ‘흰 뼈의 미학’이라 명명하고 싶다한강의 소설은 약하고 연한 살성과 물질인 뼈로 이루어진 인간이 어떤 존재일 수 있는지에 대한 탐구다. 한강의 두 번째 소설집에 실린 단편 ‘아홉 개의 이야기’는 흡사 아홉 편의 쓸쓸한 연애시를 모아놓은 듯한 작품이다. 이 중 하나인 ‘어깨뼈’에서는 사람 몸의 가장 정신적인 곳이 바로 어깨라고 말한다. 처음으로 나란히 걸을 때 길이 갑자기 좁아지면서 당신과 나의 마른 어깨가 부딪친 순간을 소설은 이렇게 묘사한다. “외로운 흰 뼈들이 달그랑, 먼 풍경風磬 소리를 낸 순간.”살아 있는 존재들의 뼈는 부딪치며 이렇게 맑은 소리를 낸다. 그러나 훼손되지 않고 생생...영상 -
“스웨덴 유학 시절 서점에 한국 작가 안 보였는데…만감 교차”
한국학 교수인 남편 칼손과황석영·한말숙 등 8권 번역수상 전부터 ‘한강 열기’ 감지젊은 작가 위한 토양 갖춰져수월하게 세계 관심받을 것“너무 기쁩니다. 너무 설레고 기분이 좋아서 잠을 이룰 수가 없네요.”번역가 박옥경씨(58)는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발표 다음날인 지난 11일 오전 4시(현지시간) 통화에서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스웨덴 한림원이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강 작가를 선정한 것은 오랫동안 변방으로 여겨졌던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의 중심부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박씨는 1990년대 스웨덴 유학 중 만난 동갑내기 남편 안데르스 칼손과 함께 한강 작가의 <흰>과 <작별하지 않는다>를 스웨덴어로 옮겼다. 칼손은 스웨덴 스톡홀름대학교에서 조선 후기 홍경래의 난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2000년부터 영국 런던대학교 동양아프리카대(SOAS) 한국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는 ... -
노벨상 작가 한강 ‘만성 적자’ 독립서점 지키는 이유
독자가 좋은 책 발견할 수 있게“자본 논리와 상반된 경영 연장”해외작가 방한·문학 행사 등 독립서점서 진행…힘 실어줘 도서정가제 폐지에 ‘반대’“동네서점서 책 다양성 지켜”일요일인 13일 오후 3시. 서울 서촌의 작은 서점 ‘책방오늘’ 앞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폭 5m 정도의 좁은 도로 앞에 몰려든 사람들은 저마다 ‘인증샷’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여기가 노벨 문학상 받은 작가 서점이래!” ‘책방오늘’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사진)가 대표로 있는 독립서점이다. 한 작가의 수상 소식이 전해진 뒤 서점 앞에는 각지에서 보내온 축하 화분과 꽃다발, 수상을 축하한다는 메모가 쌓여 있었다. 서점 앞에서 인증샷을 찍던 채수정씨는 “<채식주의자>를 감명 깊게 읽었는데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소름이 끼쳤다”면서 “서촌 나들이를 온 김에 둘러보러 왔다”고 말했다. “한국 문학에 관심이 많다”는 일본인 유학생 오카자키 게이... -
싱어송라이터 한강
“눈물도 얼어붙네/ 너의 뺨에 살얼음이/ 내 손으로 녹여서/ 따스하게 해줄 게/ 내 손으로 녹여서/ 강물 되게 해줄 게/ 눈물도 얼어붙는/ 12월의 사랑 노래….”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이 만들고 부른 노래 ‘12월 이야기’는 그의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비채)의 부록으로 발표했다. 반주도 없이 생목소리로 가만가만 부르는데 긴장해서 떨리는 목소리까지 전달된다. 10곡의 노래를 차분하게 듣다 보면 따스한 진심이 느껴진다. 연극 <12월 이야기>를 보고 만든 노래라고 했다.한강은 어린 시절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다고 했다. 가난한 소설가의 딸이었기에 문방구에서 종이 건반을 사서 연습만 했을 뿐 정작 피아노를 배운 건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악보를 쓰는 대신 생각나는 대로 녹음해둔 노래로 앨범을 완성했다. ‘12월 이야기’는 가수 이지상과 듀엣으로 불러 발표하기도 했다.“안녕이라 말해본 사람/ 모든 걸 버려본 사람/ 위로받지 못한 사람/ 당신...
2024.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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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캉?” “한강 작가님?” “대박!”···예상 못했던 노벨문학상 수상 당시 급박했던 출판사·신문사
지난 10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작가 본인은 물론, 한국 미디어나 출판사들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노벨문학상은 따로 후보자를 발표하지 않으며, 통상 연배가 높은 문인들이 수상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가 받았기에 올해는 비서구 여성 작가가 받으리라는 막연한 추측이 있었을 뿐이다. 도박사이트에서 주요하게 거론된 이름은 중국 여성 작가 찬쉐, 호주 남성 작가 제럴드 머네인, 캐나다 여성 작가 앤 카슨 등이었다. 맨부커상, 메디치상 등을 차곡차곡 받아온 한강에게 노벨문학상 수상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일로 여겨졌다.수상을 예상하기 어려웠던 만큼, 발표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출판사 중에선 이례적으로 많은 유튜브 구독자 25만 명을 보유한 민음사TV는 발표 1시간30분 전인 10일 오후 6시30분쯤부터 생중계를 했다. 한국 작가가 수상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기에, 출연한 편집자 3명은 모두 해외문학 담당자였다. 이들은 노...영상 -
‘채식주의자’ 이후 한국 작가 국제문학상 수상 30여회···번역 지원은 여전히 부족
최근 10년 간 한국 작가들의 국제문학상 수상 건수가 30여 회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강유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문학번역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16년 한강 작가가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것으로 시작으로 한국 문학의 국제문학상 수상은 31건에 달했다.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은 그의 국제적 명성을 높였으며, 올해 한국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까지 이어졌다.한국 작가의 수상 실적은 2017년 3건, 2018년 5건에 이어 올해에도 4건이었다. 2017년 한강의 또다른 장편 <소년이 온다>는 이탈리아 말라파르테상, 2018년 황석영의 <해질 무렵>은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 2019년 김혜순의 <죽음의 자서전>은 캐나다 그리핀 시문학상 국제부문을 받았다. 김혜순의 <날개 환상통>은 2024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 시부문에서 수상해, 한강과 ...